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 어쩐지 의기양양 도대체 씨의 띄엄띄엄 인생 기술
도대체 지음 / 예담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그제야 깨달았다 나의 평온한 마음은 나 혼자서 유지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평온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건 그들이 예의 바른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나의 평온한 일상은 누군가의 예의 바름 때문이다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p235

 

저자 소개부분이 참 재미있다. 예명인듯한 '도대체'라는 이름 밑에 "한량 기질 아버지와 부지런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게으른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한량"이 되었다는 말. 게으른 것을 합리화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만 좀 다를 뿐, 그 일상이 나나 내 이웃들과 다르지 않아서 좋았다. 4컷 그림 속에서 유머가 읽혀지고, 소심한듯한 일상 속에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사람. 나는 이렇게 살아왔으니 너도 이렇게 살면 된다식의 에세이였다면 몇 장 읽고 말았을텐데...<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라는 제목은 충고나 당부가 아닌 위안으로 다가와 읽고 또 읽게 만든다.

레몬빛 표지만 보면 얼핏 일본 번역서 같기도 하다. 하지만 첫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엄청난 기운으로 독자를 빨아들이는 그 흡입력은 '일상'에서 가져온 그 이상으로, '공감'의 힘인듯 싶다. '아, 나도 이래!! 그래 이럴 때가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보게 되는 책이 바로 이 책!! 인터넷신문 기자, 웹라디오 작가, 웹에디터, 일러스트레이터, 작사가 등 그 화려한 스펙보다는 그녀의 '오늘'을 채운 생각들에 공감지수를 더하고 싶어진다. 정말 한 페이지, 한 페이지씩 블로그에 올리면서 그 페이지가 내게 어떤 오늘을 선물했는지...어떤 생각들로 채워졌는지....덧붙여 올리고 싶을 정도다.

좋은 말이 반드시 길 필요는 없다! 이렇게 짧은 말, 짧은 그림의 여운이 더 길 수도 있다. '어떻게 이런 멋진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 싶어지는 대목은 우리에겐 멋져야 할 의무가 없어, 살아 있는 것으로 우리는 우리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P256)는 내용이었다. 순간 고등학교 시절 성적을 비관해 자살해 버린 동급생이 떠올려졌다. 같은 반이 된 적도 없고, 잘 모르는 아이였지만 안타까웠다. 내가 그때 친한 친구였다면, 혹시 선생님이었다면, 알고 지낸 선배였다면 저 말을 해 줄 수 있었을까? 저 말을 해 주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책, 곧 교편을 잡게 될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내용들로 가득했다. 지금 힘들어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쉽게 포기할 필요 없다고. 좀 더 살아보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어질 정도다. 나의 말은 아니지만. 저자의 말을 빌려서라도.

 

 

내 잘못이 아닌 어떤 일이 나를 망쳤다는 생각이 들 땐
그 생각을 멈춰야 한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과 후의 나 자신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려야 한다
그 일로 나는 멍청해지지도, 나쁜 사람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P258

 

 

얼마전에 누군가에게 똑같은 말을 했었다.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어릴 때 누군가 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첫째로 태어난 단점은 내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 아둥바둥거리게 된다는 거다. 언니나 오빠가 있어서 실패하지 않는 팁을 알려주었다면 한결 쉽게 살았을텐데...라는 순간들이 있었다. 반면 첫째인 장점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팁을 전할 수 있다는 거다. 동전의 양면 같은 첫째라는 굴레를 옆구리 어디쯤 끼고 살면서 같은 마음으로 살아온 친구에게 한 말이었는데 놀랍게도 책에 실려 있었다. 더 나아가 "늦더라도 살면서 스스로 깨달았으니 괜찮다"라고 덧붙여져 있었다. 아. 이래서 좋다! 이런 위로. 나의 생각보다 반장 정도 더 나아간 생각을 읽으며 다잡게 되는 마음. 그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말을 저자에게 몽땅 몰아서 듣고 있는 기분이랄까.

 

 

확실히 저자는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어쩐지 웃기는 점을 발견해내는 '특기를 지닌 사람이다. 책 속 내용만 봐도 그가 얼마나 긍정적인 사람인지 표시가 난다. 인정!! 나를 인정하고 나의 오늘을 인정하고, 내게 주어진 삶을 인정하게 만드는 건강한 비타민 같은 노란 책 한 권!! 읽자마자 단숨에 마지막장까지 달리게 만든 재미난 책.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라는 제목부터 나를 매혹시켰던 책. 이 책 한 권을 읽으며 힘을 얻었다. 분명 '오늘'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나는 힘내서 일어선 '내일'을 선물받았다. 그래서 참 고맙다. 도대체씨!!

그리고 예쁜면이 차고 넘치는데도 약간은 소심한 이웃에게 이 책을 소개했다. 친구에게도 가장 좋았던 두 페이지를 나눔했다. 일본으로 번역본이 나가도 참 사랑받을 것 같은데.....쭉쭉 뻗어나갔으면 좋겠다. 이런 힐링북은.

조만간 또 책의 처방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펑펑 울며 위로가 되는 구절을 찾아 읽으면서 눈물을 닦게 될 수도 있다.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좋은 구절을 곱씹고 또 곱씹을 수도 있다. 처세술보다 이런 마음치유북이 요즘엔 더 끌린다. 더 필요한 순간을 살고 있어서 그런가.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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