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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애 ㅣ 김별아 근대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7년 6월
평점 :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을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로 인해 '박열'이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미실>의 김별아 작가의 소설로 드디어 그와 만났다.
김별아 작가가 주목한 인물은 이번에도 불꽃같은 인생을 살다간 사람이었다. 1926년 봄, 도쿄 대심원 대법정을 흔들었던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삶은 그 자체가 '인간증명'이었으며 용맹스러웠다. 죽음이 뻔히 보이는 길을 걸어가면서 한치의 두려움도 없었던 것일까. 어린 나이의 그들은 열정적이었고 독했다. 그들의 인생에 있어 가장 강렬했던 순간을 담아낸 작가의 문체는 생각보다 쉽고 간결했다. 술술 읽히는 페이지 사이로 분노보다는 존경을, 상처보다는 다짐을 담게 만드는 일 역시 작가의 필력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이 같은 역사가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오늘을 가열차게' 살아낸 것일까. 우리는. 과연.
책을 읽으면서 박열과 가네코에게 조금 미안해졌다. 너무 느슨하게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얼마전 읽었던 발레리나 강수진의 책 속에 이런 말이 나온다. '한 걸음만 걸어도 나인줄 알게 하라." 이 말에 어울리는 삶을 살다간 사람인데, 역사를 배우면서 그들의 이름을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미안하게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