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열기자의 오답노트
박재역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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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열 인생 20년.  '교열'의 매력을 이 책 속에서 찾을 수 있을까.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꼼꼼한 성격이 아닌 탓에 쓴 글을 탈고 혹은 교열하는 일은 고역이었다.  숫자과 교열은 동급이다라고 이야기해 왔을만큼 싫어하는 작업이었는데, 저자는 이 일은 자그마치 20년이나 해 왔다고 한다.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숫자에 능한 사람, 문법에 능한 사람을 보면 참 부러웠다. 누군가에겐 재미있었을 일이 내겐 힘겨운 일이었으므로.

 

주변에 국문학을 전공한 친구들이 몇몇 있다. 배운 것 중 문법이 제일 재미있었다는 국어교육을 전공한 친구가 보내온 손편지는 빨간펜을 들어야할만큼 틀린 부분들이 많았다. 반대로 소설을 재미있으나 문법은 까다롭기도 하고 바뀌기도 해서 힘겹다는 국문학을 전공한 친구의 편지는 언제나 깔끔했다. 틀린 글자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 틀려도 재밌다는 친구, 철두철미하게 한글맞춤법에 맞게 쓰면서도 어렵다는 친구. 두 친구를 보면서, 세종대왕님께 묻고 싶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우리를 위해서 만드신 글자가 맞지요?'라고. 남이 틀린 건 잘 잡아내면서 정작 내 글의 틀린 부분은 휙휙 지나칠 때가 많은 나 역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고민했던 '되'와 '돼'는 '하'나 '해'를 넣어보는 방법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었고, '까매지다','꺼메지다' 같은 모음조화의 구별법도 생각보다 간단했다. 'ㅏ.ㅗ' 뒤에는 '아', 'ㅏ,ㅗ' 이외의 모음 뒤에는 '어'를 쓰면 되는 거였다. '약 30여 명쯤'이라는 표현이 왜 틀린 표현인지도 알게 되었으며 어떻게 써야 바른 어림수 표현인지도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공부라고 생각하고 익혔다면 머리에 쥐가 지끈지끈 나고 말았겠지만 평소 헷갈렸던 표현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 읽었더니 쉽게 머릿 속에 쏙쏙 박혔다.

 


 
/쓱 보고 척 진단/ 페이지에서 언급하고 있는 '좋지 않은 글 습관' 중 몇가지는 내게도 해당되는 것들이었다. 일종의 직업병인 셈인데, 상세하고 자세하게 설명하는 일을 오래해서인지 말뿐만 아니라 글도 길다. 그래서 비문인지 아닌지 늘 살펴야 했고, '~에 의해'와 같은 피동형 문장도 종종 사용하고 있으며 ,부사 사용 빈도도 잦다. 번역투 표현도 가끔 쓴다. 알고 있는데도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이렇듯 습관은 참 무섭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마다 바른 표현, 궁금한 문법표기 등은 시간이 걸려도 찾아보려 노력한다.

 

 

'교열'은 쉽진 않지만  배워서 할 수 있는 분야라고 한다.  하지만 많은 책을 읽으며 살면서도 내 분야가 될 수 없음을 안다. 쓰는 능력에 비해 고치고 찾아내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는 인간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그 싹이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이 책을 소개해주어야겠다. 번역과 교열은 분명 전문적인 능력이다. 타고나는 것보다는 갈고 닦아서 완성해나가는 능력이므로 관심분야라면 파고들어 전문가가 되어보는 것도 멋진 일이되리라. 내게는 없는 능력이지만.

 

 <교열 기자의 오답노트>는 필요한 이에게는 오아시스처럼 읽힐 책이다. 지금 이 순간 이 책을 가장 탐낼 친구에게 표지를 찍어 카톡으로 전송했다. 곧 답이 왔다. '읽고 보여줘'. 이럴 줄 알았다. 곱게 읽고 내용을 공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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