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50살이네요 - 몸과 마음, 물건과 사람, 자신과 마주하는 법
히로세 유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인디고(글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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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필가인 히로세 유코의 에세이에서 '50'이라는 나이는 '이어지는 장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있다. 백세시대인 요즘이야 50이라는 나이가 인생의 절반 정도로 여겨지지만 사실 참 많이 더해진 나이라는 생각이 들고 만다. 10대 때 상상했던 오십이라는 나이는 할머니라는 이미지여서 더디게 왔으면...하는 마음이 들곤 했는데 이젠 10살보다는 50쪽에 가까이 서 있다.

나이가 든다는 일은 서글픈일이지만 반대로 편해지는 부분도 많다. 그래서 10대나 20대와 바꾸라고 해도 지금의 나이와 바꾸고 싶지 않다. 그러나 서너살 정도 낮은 나이에 멈추어 살고 싶은 욕심은 생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이가 드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라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도.

 

스스로 불편하거나 긴장하게 되는 상황은 피하고, 자신의 몸도 마음도 편안한 방향을 선택한다(P10)

드라마 도깨비에서 0은 신의 수이며 9는 그 완벽한 숫자에 이르기 전의 불안정한 상태로, 여주인공인 은탁이는 아홉수마다 저승사자와 마주했다. 그렇다면 정말 0은 완벽한 때인 것일까. 저자는 20살, 30살, 40살, 50살을 전환기의 나이로 정의내리고 있다. 계단 끝에 올라섰으나 다음 단계의 계단으로 이어지는 나이가 바로 0에 맞닿은 나이인가보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내가 누군가를 용서하듯이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도 나를 용서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는 저자의 글은 매우 짧다. 초등학생의 일기 길이처럼 짧은 글, 심플한 문장 속에 '공감'이 엿보인다. 살아가면서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참 잘 정리되어져 있다. 일본인들의 책을 보면서 감탄하게 되는 점들이 바로 이럴 때인데, 그들은 복잡한 것도 참 간단명료하게 목차순으로 잘 정리해낸다. 반대로 요즘 좋은 책들이 쏟아져나오는 중국 작가들의 글은 길고 미사여구도 많지만 깊이가 깊다. 장단점은 다르지만 두 나라 작가들에게 여전히 주목하고 있다.

 

 이 책은 잠시 짬을 내어 앉아 서너장 읽어도 좋을만큼 가볍다. 50이라는 나이가 욕심을 내려놓는 시기이듯 <어쩌다보니 50살 이네요> 역시 욕심낼 필요가 전혀 없다. 기억을 채워넣을 이유도 없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화를 내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나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과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내 인생에 없어도 되는 일(P49) 이라 치부하며 그저 조금씩 공감하며 읽으면 되는 편한 책이다.

책을 읽는 시간, 편지 같은 메일을 보내는 친구, 최근에 산 글러브, 즐거운 밤샘, 어디론가 떠난 여행..쌓여만 가는 오직 오늘인 시간이 있어 나이가 든다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일상인데, 나와 다르지 않은 날들을 발견해낸다. 에세이의 힘은 이렇다. 소설처럼 격하게 반하게 만들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 그 힘을 가진 글이 에세이라서 질림없이 읽게 되나보다.


 

50이라는 나이를 6달 경험했다는 히로세 유코는 참 담담하게 나이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내어줄 것은 내어주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그 지나가는 시간들을 불안보다는 낙낙함으로 채워나가고 있어 부럽기만 하다. 언젠가 내게도 찾아올 오십이라는 나이, 나는 이처럼 담담할 수 있을 것인가.

먼저 오십에 다다른 그녀의 충고 중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해도 괜찮다'는 위로가 참 와닿는다. 꼭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은 없는데 왜 어릴 때는 모르고 살았을까. 그래서 요즘 나는 나를 기분 좋게 하는 것들과 가까이 하기 위해 애쓰며 산다. 다시 웃게 될 날들을 위해.

 

꼭 오십이라는 나이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그저 마음 편한 에세이 한 권을 만나는 기분으로 첫 페이지를 펼쳐 들었으면 좋겠다. 책의 몇 페이지를 좋아하는 이웃에게 보냈더니 그녀 역시 참 좋다는 톡이 왔다. 좋은 글은 이렇게 나눔하면 할수록 더 좋아진다. 마치 아침 공기처럼. 상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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