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과 강철의 숲
미야시타 나츠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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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아름다운 이름의 제목이었더라면....이 서정적인 소설을 한 눈에 알아보게 만들지 않을까. 지금의 제목은 마치 밤하늘 속 반짝이는 작은 별처럼 숨겨져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깝게 느껴진다.

2016년 일본 서점 대상 1위 라는 타이틀은 매년 몇몇 책들이 출판될 때마다 봐 왔던 문구라서 새삼스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 꼭 읽어야겠다!! 마음 먹게 된 것은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추천어 때문이었다.  "이 소설의 물처럼 스며드는 듯한 문장에 매료되었다"라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첫문장은 매우 짧았다.

숲 냄새가 났다(p7)

이 짧은 문장만 읽고 잠시 상상해 본다. 거대한 숲 한가운데 있는 커다랗고 검은 피아노 한 대. 떠올려지는 영상은 '피아노의 숲'이라는 애니메이션이었다. 혹시 천재 피아니스트가 등장하는 이야기일까? 하지만 밤이 흐르고 열일곱 살이 되었다는 주인공 '도무라'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율하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고2때 담임으로부터 손님을 체육관으로 안내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그는 이타도리가 피아노를 조율하는 모습을 본 뒤 자신의 진로를 결정했다. 혼슈에 있는 조율사 전문학교에서 2년간 수학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에토 악기에 취직한 것이다.

 

이사할 때마다 오곤 했던 피아노 조율사를 눈여겨 본 일은 없었다. 가끔 그들이 "요즘 피아노와 달리 아주 좋은 피아노를 소유했다. 울림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건낼때면 피아노를 한 번  흘긋 쳐다봤을 뿐, 조율하는 작업을 유심히 관찰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그 앞에서 연주해 본 일도 없다. 어려서부터 당연스레 있던 가구 중 하나(?)처럼 여겼던 악기인 피아노는 더이상 볼 수 없게 된 이후 뒤늦게 그 소중한 가치를 깨달았지만,,,, 곁에 있을 때는 정말 몰랐었다. 이토록 오래오래 그리워하게 될 줄은...오래된 친구였는데 갑작스레 이별하게 될 때까지 소중히 여겨주지 못했던 것 같아 아직도 가슴아프다. 피아노를 떠올리면.

개인적으로 아주 오래된 피아노와 이별한 경험이 있어 <양과 강철의 숲>을 읽게 되면 혹여 눈물이 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이야기는 담담하게 읽혔다. 아마 연주자의 이야기가 아니여서일까. <피아노의 숲>보다는 되려 <귀를 기울이면>쪽에 가까운 듯한 이야기 속에서 도무라는 일류 피아니스트를 위한 조율을 꿈꾸는 초보 장인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

 소중하게 보살핌을 받지 못한 피아노는 원래 지닌 음색을 되살리기 어렵기에 수리를 거절당할 때면 이상할 정도로 낙담이 되곤 했다는 도무라만큼 피아노를 사랑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그는 연주를 할 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고 있고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위해 개인의 연주법에 따라 맞춤 조율이 가능한 조율사였다. '피아노 앞에 있는 동안에는 시간의 흐름 밖에 있다'(p254)는 한 문장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는 집중하고 있었고 소리를 손으로 잡아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사람간의 갈등이 드라마틱하게 등장하는 소설은 아니지만 한 권 분량의 책으로 집필된 건 역시 작의 필력 덕분이었을까. 마츠모토 토모의 <kiss>처럼 달달한 스토리와 연주곡들이 소개되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양과 강철의 숲>은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이름모를 곡들이 연주되고 있는 듯한 착각으로 귀를 흔들며 읽어야 했다.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가 울리고.. 그 소리를 실눈 감고 듣고 있을 도무라가 상상되는 소설 <양과 강철의 숲>은 잔잔했지만 그 감동만큼은 피톤치드 내음처럼 오래오래 남겨질 듯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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