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선배
히라노 타로 지음, 방현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이런 표현 우습지만  살면서 점점 '선배'보다는 '후배'를 만나는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나이가 들었다는 반증일까. 참 씁씁해지는 대목이다. 아직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할 일들도 많은데....그래서 나이가 많아졌나? 하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이제 그 길로 들어서고 있음이 느껴진다는 거다. 나이 많은 선배님들께 한소리 들을 엄살같은 이야기겠지만.

일본의 인기잡지 <포파이>에 연재되었던 '인생 선배 찾아 다니기' 프로젝트가 책 한 권으로 묶여 나왔다. 2012년 6월호부터 2015년 5월호에 연재되었던 발췌본이라는데, 사진 180장과 더불어 짧은 에세이 형식이 덧붙어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이다. 글이 참 짧다. 우리나라 인터뷰 에세이라면 사연이 가미되고 글도 좀 더 붙어 읽을거리 통통하게 만들었을텐데....참 그들답다! 싶어진다. 누군가의 이력이 아닌 이러이러한 사람을 만나고 있는 딱 그 순간만을 포켓화한 것 같다. 그래서 감정선은 딱 그 순간에 머무르고 말았다.

 

 

인터뷰를 당한(?) 당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터뷰를 한 내게 남겨진 감상 같은 느낌이 들었달까. 사진가, 아트디렉터, 피아니스트, 영화작가, 브로드캐스터, 점주, 장인, 만화가, 프로야구 해설가....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놀랍게도 이 중에 아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바다 건너 다른 나라의 유명인들이라고는 해도 한 명 정도는 아는 사람이 있을 법한데, 아무리 눈 씻고 봐도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편견없이 읽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놀라운 점은 새 것이 없었다는 거다. 옛 것, 낡은 점포,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만나러 가는 길은 봄빛 아래에서 걸음을 옮기는 것처럼 따사롭기만 했다. 어른들이라고 해서 이러이러하게 살아라!!! 충고를 늘어놓지 않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고 요즘 것들!! 이라는 내용이 없어 편하게 구경했다. 책 한 권을 마트에 들어가 아이쇼핑하듯 후루루~ 훑어보곤 가장 재미나 보이는 페이지부터 골라 읽기 시작한지 하루만에 몽땅 다 읽어 버렸다. 그만큼 짧고 가볍게 읽을 수 있으니 어디 여행갈때 넣어가 읽어도 참 좋겠다 싶어진다. 이 책!

 

 

 "스무 살이 넘으면 다 동갑","50년 동안 자전거를 만들어 오면서 알게 된 것"....같은 표현은 10대나 20대로부터는 절대 들을 수 없는 말이기에 '인생 선배를 만나러 가는 길'은 결국 '인생 배움을 향해 가는 길'과 동일한 길인 것이다. 36인의 선배들은, 직업은 귀천이 있고 없고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얼마나 어디에서 무엇을 열심히 하며 살았는가 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산증인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 나라에도 이런 인생 선배들이 많을 줄로 안다. 이런 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프로젝트가 어디 없을까. 인생 100세 시대. 사회에서 은퇴하기엔 너무 이른데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그들이 축적해온 노하우들을 낡고 오래된 것들로만 취급해오지 않았나 싶어 한숨짓게 만든다. 그들이 노하우를 전수하며 동시에 스킬을 더 연마해나갈 수 있는 인생 2막의 무대가 절실하다. 젊은 층에겐 고용을 보장하며 중장년층에겐 '인생장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한데,,,,시국은 불안정하기만하니...한숨이 두배로 짙어질 수 밖에 없다.

 

 

약간 주제에서 비켜간 듯한 생각이긴 하지만 엉뚱하면서도 적절한(?)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주변에 심심치 않게 '나는 어른 공포증이야'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이 책을 구경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졌다. 막상 낯설고 연배가 많은 사람을 만나면 아무말도 건네지 못하고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건 어쩌면 관심의 문제일 수도 있으므로.  사람에 앞서 종이책으로 먼저 접하다보면 궁금한 것들이 생기고 질문하고 싶은 것들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때 그 분야의 어른을 만나러 가거나 혹은 전혀 다른 분야의 어른이라도 이 책을 읽었던 경험을 슬쩍 꺼내어 함께 내용에 대해 수다를 떨 수 있는 용기가 일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지식이 부족해서 읽게 되는 책이 아니었다. 이 책은. 사람에 대한 탐구, 앞서 인생을 살아간 선배들에 대한 존경을 담을 수 있을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는 책이어서 참 '착한 책'으로 기억에 남겨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