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이 살래? - 통장 잔고와 외로움에 대처하는 세 여자의 유쾌한 동거
이유정.하수진 지음, 나루진 그림 / 허밍버드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여자들만 많이 모인 회사에서는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다. 너무 튀어도 곤란하고 너무 소극적이어도 얕잡아 보일 수 있으며 무리에 끼이지 않아도 왕따, 무리에 끼여 있어도 시끄러운 일....이성과의 비율이 적절한 회사에 비해서 한결 처세에 신경써야지만 본전치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터득했기에 비슷한 취미를 가졌거나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라도 여자들끼리만 한데 모여산다면 나는 당연히 '반대'에 손을 드는 쪽이다. 그런데 살짝 궁금해졌다. 허밍버드 출판사에서 출간한 <우리 같이 살래?>라는 책을 앞에 두고. 일반인도 아닌 소위 글을 쓴다는 예민한 밥벌이군인 시나리오 작가, 카피라이터, 회사원 이 세명의 여자가 한 집에서 그것도 몇 년씩이나 갈등없이 성공적인 동거를 이루어내었을까. 라는 의문이 던져졌기에. 신혼집 대신 셰어하우스를 택했다는 용감한 그녀들의 성공적이고도 유쾌한 동거는 자유의 박탈이 아닌 특별한 자유를 선물받으면서 시작된다. 놀랍게도.

 

 

p9  이요 : 앉을 수 있는데 왜 서 있어? 누울 수 있는데, 왜 앉아 있어?

 

p10  진이 : 역시 천재야...외치는 조증과 세상에 글 잘 쓰는 인간들이 왜 이렇게 많아 라는 울증을 오간다

 

p11  빵가 : 몸만 씻어도 주부 습진이 생기고 약속이 두 개만 겹쳐도 피로가 쌓이는 체질

 

 

이 세 여인이 6년간 함께 동거동락한 리얼쌩쌩경험담이 바로 이 책 한 권이다. 저만큼만 보고서도 어떤 사람인지 짐작가는 부분들이 있다. 참 다르다...누군가는 무신경하고 누군가는 참아야하는 범위가 크겠고 누군가는 스트레스 받겠다...싶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6년이라는 시간뒤, 주인집에서 월세를 올리기로 한 시점에서 각자 독립해서 '잘 헤어진' 것을 보면 이들은 꽤 잘 맞는 룸메이트들이었던 것 같다. 지지고 볶고 싸우기만 했다면 "함께 살길 잘했다"는 뒷말을 남기긴 어려웠을 것이므로.

 

결혼적령기가 모호해지고, 늦은 결혼, 빠른 독립 등으로 싱글족이 많아진 요즘 "우리 같이 살래?"는 참 달콤하게 들리는 유혹이다. 우선 금전적인 절약, 외롭지 않음, 위험에 노출되는 수위가 혼자살 때보다는 적어짐...등등의 좋은 점 들이 있긴 하지만 청소/음식/불을 켜고 끄는 사소한 습관/소음/tv채널 에 이르기까지 사소하게 다툴 것들 투성이다. 감정은 쌓아두면 폭발하기 마련이고 게다가 짝수도 아닌 홀수의 숫자는 언제나 위태롭다. 그래서 6년이나 성공적으로 같이 살아본 그들의 "동거기술"은 현재 함께 살고 있건 꿈만 꾸고 있는 쪽이든 간에 톡톡한 팁이 된다.

 

공과금과 식비의 나눔과 관리, tv요금과 인터넷요금 정산, 계절별 난방비,,,,생각지도 못했던 내용들이 쏟아져나왔다. 멋져 보이는 곳을 두고 살고 있는 사람과 여행을 하려는 사람의 차이가 극명한 것처럼 독립의 나이테만 늘어갔지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살아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세심한 부분까지 이들은 알려주고 있었다. 깨알팁이 아닐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검거된 연쇄살인범과 차로 5분 거리에 살고 있었다는 고백은 홀로 살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간담이 서늘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물론 가족과 함께 살고 있어도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독립해서 사는 쪽이 훨씬 더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니까. 험난한 세상 속에서. 그렇지 않아도 연쇄살인범과 근거리에 살고 있어 심장이 쪼그라들었을텐데 같은 건물에서 여자가 식칼에 찔려 실려나가는 모습을 봤다면 나라도 당장 이사나가고 싶어졌을 듯 하다. 바로 옆집인데...그 외에도 술취한 상태에서 소음발생으로 경찰까지 출동하게 만들었던 이웃, 커피 가는 소리에 런닝머신 뛰지 않았냐며 득달같이 달려온 아랫층 예민한 이웃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꼭 동거인들과 내적 갈등이 없다고 해도 성인이 되어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고 살아가는데는 여러 사람과 부딪히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나 역시 오래전에 독립해서 1인가구로 살고 있어서인지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해서는 천일 밤낮을 떠들어댈 수 있을만큼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하다. 뉴스를 며칠만 틀어놓고 있어도 결혼에 대한 생각,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생각 따위는 싹 사라지게 만들어 버려 아마 당분간은 이대로 살게 될 듯 싶다. 나같이 생각하는 사람, 어쩌면 이런 생각도 못할만큼 바쁘게 살고 있는 젊은 층이 많지 않을까. 그들에게 이 책은  위로의 책, 실전의 책, 희망의 책 등으로 다양하게 읽힐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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