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 조선왕비를 만나다 - 의사의 시각으로 본 조선 왕비들의 삶과 죽음
최일생 지음 / 메디안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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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권력자인 '왕'의 가장 은밀하면서도 평생 가까이서 보아 누구보다 잘 아는 애증의 관계인 사람은 역시 그의 부인인 '왕비'가 아닐까. 조선의 역사는 장자계승을 찾아볼 수 없을만큼 드라마틱했다. 그래서인지 1대 태조부터 27대 순종의 황비에 이르기까지 왕의 그녀들의 삶 역시 순탄치 않았다. 추존 왕비 5명까지 포함하여 조선의 왕비는 총 42명. 16세에서 82세까지 살면서 평균 수명은 예상보다 높았던 49.5세였지만 행복지수는 평균수명만큼 될까.

 

 

왕도 제 마음대로 하며 살 순 없었다. 폭군조차 맘껏 하고픈만큼 하고 살진 못했다. 그래서였을까. 스트레스가 심했던 그들은 61세를 넘긴 이가 고작 다섯 사람. 총 27명 중에서 영조, 태조, 광해, 고종, 정종만이 장수했다. 그렇다면 왕보다는 훨씬 오래살았을 왕비는 몇 명이나 환갑을 넘겼을까. 궁금증에 대한 답은 열다섯이었다.

 

 

특이하게도 이 책은 왕비들의 덕성이나 궁중 암투에 포커스를 맞춰 쓰여지질 않았다. 누구의 아내, 자녀는 몇 명, 어떻게 살다가 죽었나? 에 앞서 어떻게 죽었나?에 눈길이 먼저 간다. 신기하게도 그랬다. 조선의 왕비 42명의 사망 원인 중 가장 유독 눈에 많이 띄는 사인은 화병과 위장병. 그리고 우울증 등이었다. 환경이나 유전이 만든 병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병으로 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남편의 선택을 옆에서 지켜보며 근심이 쌓이고 스트레스가 뻗쳐 좋은 날을 1년 앞두고 위장병으로 죽어버린 태조의 왕비이자 태종의 어머니인 신의왕후 한씨,아들 방석에 대한 걱정과 의붓아들 방원에 대한 경계로 인해 마음 편할날 없었던 신덕왕후 강씨는 '화병'으로 정종의 아내인 정안왕후는 무능력했던 남편의 여성편력과 무자녀로 인한 우울증으로, 남편을 도와 왕좌를 얻었지만 그 결과 자신의 집안의 몰락을 맛봐야했던 원경왕후 민씨의 사인은 불명열이었다. 약간씩 그 이름은 달라 보여도 화병/우울증/고독감/스트레스가 그들의 인생을 발목잡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

 

조선의 왕비. 유복하게 자라 특별한 자리로 간택받았으나 궁궐의 담은 그들에게는 죽어서야 나설 수 있는 감옥이었으니 ...그 긴장감은 지금의 우리들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압박감이 아니었을까. 겨우 12살 15살, 17살이었던 어린 그녀들에게 조선의 왕비라는 자리는 선택이기보다는 의무였을텐데.....의사의 시각으로 본 조선 왕비들의 삶은 결코 윤택해보이지 않았다. 개인의 행복을 기준으로 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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