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이 - 내 삶의 여백을 채워준 고양이 여백이 이야기
봉현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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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악어 인형을 움켜쥐고 잠든 작은 아기 고양이 한 마리.
너무너무 귀여워서 책을 가슴에 포옥 껴안았다가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져버렸다.주책맞게-.
내 고양이의 어린 시절과 닮아 있어서. 나의 줄무늬 고등어 고양이 '호랑냥이'는 일본 여행에서 구매해온 해바라기 인형을 껴안고 잠들곤 했었지만.

 

 

사람의 인생에 비해 고양이의 시간은 너무도 짧다. 그래서 더 소중하지만 매일매일 같은 일상에 묻혀 소중한 하루하루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잊고 살 때가 많다. 그러다 어느날 문득 오늘처럼 깨닫게 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내 고양이들과의 시간을 조금만 더 잡아둘 수 있다면.....

 

 

화보처럼 매끈한 페이퍼가 아닌 재생용지의 빈티지 느낌이 드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내 고양이를 보는 마음으로 읽고 마음에 담게 되는 책이 <여백이>다. 서른을 한 해 남긴 어느 날 모자 속으로 쑤욱 들어온 아기 고양이 한 마리. 낯설고 두려웠다는 그 시간들이 점차 익숙해져가면서 이제 저자는 고양이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작고, 약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인 고양이가 한 인간을 또 이렇게 홀려놓고 말았다.

'여백이'라는 이름만해도 그랬다. '그림에도 여백이 있고, 글에도 여백이 있고 방안에도 여백이 있고, 삶에도 여백이 있다면..'이라는 그 생각이 참 좋았다. 그래서 여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그 취지도 참 맘에 들었다. 무엇보다 내 고양이의 어린 시절을 쏘옥 빼닮은 그 모습이 가장 좋았다. 자신의 집사 뿐만 아니라 여백이는 이제 불특정 다수의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홀리려나보다..

 

 

노트북에 부비부비하면서 방해모드로 돌입한 모습도, 죽부인처럼 악어 인형을 꽉 끌어안고 잠든 모습도, 슬리퍼 한짝 속에 쏘옥 들어가 있는 모습까지.....정말 고양이를 반려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추억이 아닐까. 뭉클했다. 그저 '아, 귀여워!'가 아닌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미칠 것 같은... 심폭하는 심정으로 보게 되는 책 <여백이>.

 

 

여백이의 일상을 구경하면서 조금 더 욕심이 생겼다. 문득 여백이의 목소리가 궁금해져버린 것이다. 똑같은 목소리로 '나옹나옹'하는 것 같지만 사람의 보이스가 천차만별이듯 고양이들의 목소리도 조금씩 다르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높은 목소리도 있고 얇은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또 약간 굵은 목소리의 고양이도 있다. 우렁차게 소리지는 길냥이를 만났다 싶다가도 밥챙기는 길냥이 중엔 모기 목소리인 녀석도 있다. 그래서 이렇게 사랑스러운 여백이는 평소에 어떤 소리를 낼까? 궁금해져 버렸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목소리가 궁금해져 상상해 보다가 이 녀석의 움직임도 궁금해져 버렸다. 어쩔 수 없나보다. 그만큼 사랑스러운 고양이임에 틀림이 없다. 여백이라는 고양이는. 내 고양이도 아닌데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슬며시 웃음이 지어지는 것을 보면.

 

 

여백이의 모습이 두 눈 가득 사랑스럽게 들어찼다면 읽는 이의 마음을 훔치는 감성글은 여백이 집사의 몫이었다. 그림그리는 사람의 글솜씨가 이토록 좋아도 돼? 싶을 정도로 진솔한 글솜씨다. 무엇보다 쉽게 쓰여졌다는 점에서 근래 읽은 그 어떤 에세이보다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나의 일상과 별반 다르지도 않거니와 꽃잎 끝에 맺힌 물방울 하나를 가볍게 손가락으로 톡! 쳐서 떨어뜨리듯 심상을 건드린다. 그 터치감은 가볍지만 파문은 넓고 넓어 눈에 담아두기에 안성맞춤이었다.


p150 고양이라는 동물이 아닌, 그냥 여백이라는 하나의 존재



라는 말이 메아리쳐 자꾸만 돌아온다. 내겐 저런 존재가 여섯이나 있다. 부자다. 아주....(웃음) 통장잔고와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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