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는 엄마 vs 끝내주는 엄마 - 쉽고도 알차게 인도하는 예비부모와 왕초보 부모의 길잡이
김영희 지음 / 가나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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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장을 열 즈음 하여 흉흉한 사건을 접하게 되었다.

 

부천 여중생 시신 유기 사건.

부모가 유학파 성직자라는 것이 밝혀지고 나서 더욱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던 그 사건은 같은 지역에서 초등학생 아들의 시신을 4년간이나 냉동 보관해 왔던 또 다른 가정의 아동살해 사건과 더불어 사람들의 뇌리 속에 박혀졌다. 뿐만 아니라 작년엔 법정구형이 겨우 10년 형이 언도되는 바람에 대한민국 부모들의 가슴에 찬바람을 일게 했던 칠곡 계모 아동 학대 사건도 있었다. 아, 정말 대한민국에 부모 자격 시험이라도 생겼으면 좋겠다 싶어진다.!!!!

 

 

부모 되기는 쉬워도 좋은 부모 되기는 어렵다
페이지 : 42

 

 

결혼 적령기라는 단어가 어색해질만큼 결혼 시기도 많이 늦추어졌고 아예 비혼을 선언하다 못해 최근엔 나홀로 웨딩을 치르는 사람들까지 있단다. 확연히 예전에 비해 부모가 되는 삶을 택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긴 하다.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출산을 장려한다고 해도 한 명 정도 낳아 기르는 가정이 많다.  많은 형제 자매 속에서 자라며 가정 내에서부터 인간관계와 사회화 과정을 겪고 크지 못하기 때문에 정말 더 잘 길러내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소수의 아이들조차 폭력에 희생되거나 오냐오냐 키워져 공공장소에서 민폐형 어린이로 자라나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면 울분이 살짝 끓어오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인 [끝내는 엄마 vs 끝내주는 엄마]가 더 확 와 닿았다. 가슴에-.

 

 

p106  아이를 달랜답시고 비위를 맞추거나 어르지 말라

        어떻게 해야 자신을 달래주는지를 아이가 알게 되면

        그 아이는 이제 당신의 주인이 된다. 그러면 끝이다  (루소)

 

 

조기 교육보다는 아이의 발달 단계에 따라 스킨십, 공감, 칭찬, 놀이(영유아기) 과정을 거치게 하는 적기교육이 필요하지만 나조차도 조기교육에 비해 적기 교육이라는 단어가 낯설다. 엄마에게 거의 맡겨지다시피한 가정교육이지만 이 시대 엄마들이 얼마나 바쁜지.....! 맞벌이를 하는 집이 허다하고 믿고 맡길 사교육도 찾기 힘들며, 양질의 공교육도 불안불안하게 보여질 때가 있어 걱정스럽긴 매한가지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위험해요, 애도 엄마도> 카테고리에서 요즘 소아정신과를 방문하는 아이들의 숫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통탄하고 있었다. 조금쯤 느려도 좋고, 가르치지 않는 용기를 발휘하여도 좋으련만.....막상 부모가 되어보면 조바심이 일게 마련인 모양이다.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동일할텐데......

 

 

p76  문제 있는 아이는 없다. 단지 문제 있는 부모만 이 있을 분이다 (에리히 프롬)

 

 

이 책, 낯선 표현들이 참 많다. 그만큼 알아야 할 것이 많다는 것,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내용이 가득하다는건데, 그 중 엄마의 출산 기간은 총 4년이라는 표현 또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었다. 임신 기간과 생후 만 3년을 포함한 그 기간 동안 엄마와 아이는 떨어져서는 안되는 유착관계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낳는 것으로 부모의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님을 .... 이어지는 양육과 교육 그리고 성장과 성숙이라는 단계를 통해 그 거리감이 달라질 뿐 자녀를 출산한 이상 부모의 역할에는 마침표가 없었다.

 

책 중간중간에 노란 띠지처럼 둘러진 "끝내는 엄마 vs 끝내주는 엄마" 페이지를 특히 주의깊게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이미 부모이거나 예비부모인 사람 모두. 단순히 해야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옳은 부모와 그렇지 못한 부모로 나뉜 페이지가 아니므로. '승우'라는 아들을 키우며 시행착오를 겪었던 저자는 틈틈이 이를 예시로 들면서 더 좋았을 선택에 대한 팁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지를 통해서.

 

아이를 키우는 지인들과 종종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가 있는데, 어떤 아이는 소리지르고 떼를 쓰고 하면서 바닥에 눕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지금은 안돼"라는 말에 장난감을 제자리에 얌전히 가져다 두는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 놀라웠던 적이 있다. 3~5살 사이의 어린 아이들이었는데, 그 엄마들은 커리어적으로 정말 나무랄 데가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자신의 아이를 양육하는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 전자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다가 그냥 가 버렸고, 후자는 아이와 약속을 했다. 휴대폰 속 달력을 열어 구매가 가능한 날짜를 직접 눈으로 보여주고 그 앞에서 "엄마가 00에게 00사주는 날"이라고 약속을 입력하며 아이를 설득했다. 어린 아이였지만 이 과정이 익숙했는지 아이는 더 조르지 않았다. 이런 엄마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끝내는 엄마가 되고 싶진 않았다. 읽어 본 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마지막으로 "부모가 고수가 되는 길은 단순함에 있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그 수많은 육아서를 따르기 보다는 내 아이를 좀 더 관찰하고 아이가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방향으로 함께 뛰어주는 것. 인생이라는 긴 시간동안 "스파링 파트너"가 아닌 "페이스 메이커"로 자녀 곁을 지키는 부모이고 싶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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