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숲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권수연 옮김 / 포레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자신의 편의나 오락을 위해서 종족 혹은 다른 종을 실험체로 만드는 생명은 지구상에 오로지 인간 하나일 것이다. 동물실험을 하는 화장품조차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판에 그 대상이 사람이었다면 그들이 그 앞에 '인류를 위해서'라는 대의 명분을 붙였건 아니건 간에 밝혀지는 순간 용서받을 수 없는 질탄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숨겨뒀다면?? 세상에 감쪽같은 비밀이 어디있나!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관여된 일이라면 소문은 나게 마련이다.

 

 

p206  Dufa lex, sed lex....법은 엄하다, 하지만 그게 법이다

 

 

시작은 이러했다....

 

여섯 살의 후안은 도망쳐야만 했다. 알코올 중독자였던 양아버지 우고 가르시아가 양어머니를 현장에서 죽여 토막내는 것을 본 순간. 야반도주 후 그는 굉장히 공격적인 블랙 하울러 멍키들과 공동생활을 하며 자라났고 한 몸에 네 개의 인격을 지닌 남자로 재탄생하여 사회로 나왔다. 그 누구보다 위험한 악마. 그가 발디딘 도시는 그래서 피와 살육의 현장으로 변모해나갔다.

 

2008년 22세의 마리옹은 좋은 가정에서 자라 간호사로 재직중이었으나 첫번째 희생자로 낙점되었고 28세의 세포유전학을 전공한 넬리 역시 피살을 면치 못했다. 뒤이어 발견된 34세의 조각가 프랑세스카에 이르기까지...세 여인의 유일한 공통점은 풍만했다는 것.

 

낭테르 지방 법원 소속의 판사인 잔이 이 사건에 주목하고 동료 판사 프랑수아 텐과 함께 파고들면서 조금씩 범인의 윤곽을 잡아가나? 싶은 순간, 그녀의 눈 앞에서 텐이 온 몸에 불이 붙은 채 타 죽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더욱더 심층적으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 잔에게는 사실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생채기가 가슴 속에 존재하고 있었는데 어린 시절 아버지가 달랐던 아홉살 차이나는 언니 마리가 처참히 살해되고 나서 그녀의 인생도 백팔십도 달라져버렸던 것이다. 더 사랑받는 딸이었기에 갑작스런 언니의 죽음 앞에 갚을 게 많아져버린 그녀는 여성들을 위한 수사판사가 되겠다는 일념하게 가열차게 살아왔지만 문득 서른 다섯에 멈추어 서서 보니 인생은 참으로 허망했다. 판사라는 직함 외에는 재산도 남자도 가족도...어느 것 하나 평범하게 주어진 것이 없었으므로.

 

반대로 그런 그녀이기에 걸릴 것이 가속력을 붙여가며 사건에 몰입하던 중 요아킴이라는 이름을 발견하게 되었고 앙투안 페로, 알폰소 팔린, 요아킴 팔린, 늑대소년의 네 인격으로 살아가는 남자와 마주 섰다. 피곤한 얼굴의 의사, 환한 미소의 변호사, 생기 없는 얼굴의 알폰소, 원숭이 모습을 한 늑대소년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며 진실을 고백하는 범인의 품에서 탈출하면서 그녀의 머릿 속에 스치던 생각은 단 하나였다. 그냥 사는 것! 정의로움보다는 삶을 택한 그녀가 등장하는 <악의 숲>은 인간이 얼마나 잔혹한 생명인지 보여줄 뿐 희망의 빛은 차단해놓고 있는 소설이었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리얼한 결말이 아닐까. 우리 대부분은 그녀처럼 살아가고 있으니까.

 

프랑스 스릴러의 황제로 불리우고 있는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작품 중 하는 <크림슨 리버> 단 하나만 보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별로 감흥을 받지 못했다. 이 작품 역시 가슴에 큰 멍이나 감동을 남기지는 못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렇다. 다만 가장 현실에 가까운 결말을 마지막으로 책장을 덮으면서 내 안에는 이런 두려움이 살고 있지 않는가? 조용히 자문해 보았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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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론 2015-12-15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어보니 무서워서 읽을수 있을까하는 두려움 드네요

마법사의도시 2015-12-15 17:49   좋아요 0 | URL
읽은 후 잔재영상이 많이 남으신다면......권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 표지나 줄거리보다는 훨씬 유~~~할 거에요. 직접 읽어보신다면....가학적인 묘사나 작의적으로 몰아가는 소설은 아닙니다.

퍼론 2015-12-15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한번 도전!!!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