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오늘 나는 외국어를 시작했다 - 거침없는 삶을 위한 짧고 굵은 10개 국어 도전기
추스잉 지음, 허유영 옮김 / 청림출판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단시간 내에 외국어를 익힐 수 있다는 식의 제목을 나는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우리말과 다른 문법체계와 단어를 익히는데는 충분한 시간이 할애되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언어가 그저 수단으로 사용될 때와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사고의 논리까지 배워야 할 때는 확연히 구변되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잘한다"는 평가는 비슷한 수준이라 하더라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P11  국제 감각을 가진 사람이란 다른 언어로 능숙하게 소통할 수 있는 외국어 실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낯선 외국인과 입장을 바꿔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

 

 

어려서부터 다양한 언어에 관심이 많았다는 저자 추스잉은 NGO활동가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어, 일본어인도네시아어, 미얀마어,광둥어, 타이어, 스페인어, 아랍어, 영어, 요크셔 방언, 페르시아어 등 10개 국어에 도전해서 나름의 성공을 거둔 사람이기도 했다. 단 두달이면 충분하다는 외국어!!! 그가 두 달 동안 해당 언어의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고 공부했는지 그 비결이 궁금해졌다.

 

그가 인도네시아 어를 공부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의 병환 때문이었다. 인도네시아 간병인과의 소통을 위해 그 필요성 때문에 익히게 된 것과 달리 한국어는 열 일곱살 무렵 서울에서 마주친 역술인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는데 "너는 한국 여인과 결혼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겨 공부하게 되었다고 했다. 20년 동안 미국 동부에서 살아 영어가 일상용어가 되었다고 하니 10개국의 언어를 익히게 된 계기도 계기지만 기회가 있을때 놓치지 않고 언어를 익힌 그 관심이야말로 오늘날의 그를 만든 일등공신이 아닐까 싶어진다.

 

 

 

P16 외국어를 배우지 않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낭비다

 

 

 

두 달이라는 시간은 하나의 언어를 완벽하게 마스터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달이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근거는 기존의 방식대로 너무 힘들게 공부할 필요도 없으며, 단어를 많이 암기할 필요도 없고, 복잡한 문법에 시달릴 필요도 없기 때문이란다. 100 정도의 단어를 외우고 나서부터는 부딪히는 문장들의 그 뜻을 유추해보고 언어의 기본 구조를 파악해나가면서 단어가 쌓이고 쌓이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늘게 된다는 것이 그가 해 온 공부법의 시작이다. 그렇다고 그가 외국어 공부에만 24시간을 할애하며 산 것은 아니었다. 자투리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오감을 총 동원해 익혀나갔다. 가령 '웃는다'라는 단어를 배울때는 충분히 웃으면서 단어를 기억하는 등 연상법을 이용했다. 반면 일본어가 능숙한 상태에서 '자매언어'인 한국어를 시작해 비교적 쉽게 익힐 수 있었지만 두 언어 모두 한자를 사용하고 있는 언어라고 해도 광둥어를 익히는데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그는 동시에 두 언어를 익히면서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한 가지 언어에만 집중하는 현명한 방법을 선택했다고 했다.

 

 

몇몇 외국어를 익힌 사람들은 다음 언어를 쉽게 익히는 모습들을 보여주곤 하는데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외국어는 확장이란다. 그들이 천재여서가 아니라. 한국어와 일본어가 자매언어이듯 러시아어, 체코어, 폴란드어도 자매언어라고 하니 이들 만 묶어서 공부하여도 5개국어를 말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렇듯 그 문법적 특징이 다른 각각의 5개국어를 익히기보다 이 연관관계를 알고 공부를 시작하면 한결 쉽게 많은 언어들을 접할 수 있게 되니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이토록 크다 볼 수 있겠다.

 

 

세상에는 총 6,500종의 언어가 존재하고 세계 인구의 96퍼센트는 4퍼센트 언어를 사용한다는 통계도 재미난 통계다. 또한 단 한 사람만 알고 있는 언어도 51종이나 된다고 하니 이 또한 재미있다. 언어는 서로간의 약속인데 단 한 사람만 알고 있어도 언어로 인정해주다니......!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난 사실들이 가득해 언어를 목적으로 한 책이 아니라 언어에 관한 인문학 서적을 읽고 있는 느낌마저 들기 시작했다. 이 책!!

 

총 10개 정도의 언어를 공부했으나 유창한 언어는 4개국어 정도였다는 저자는 외국어를 단기간 LTE급으로 익힐 수 있는 방법으로 홈스테이/1:1교습/현지언어만 사용/현지 기사를 읽고 듣기/현지 문화에 관심갖기/현지인 친구/현지 젊은이들의 유행어를 배우고 핫이슈에 관심을 갖는 일 등을 꼽았으며 마지막으로 열심히 익히고 나서는 자신감을 갖는 일!!을 강조했다.

 

외국어는 외국어이므로 사용하지 않으면 잊혀지는 것은 당연하다. 유학을 위해 익혔던 일본어와 독일어를 머릿속에서 날려버린지 오래되었고 혼자 자유여행을 다닐만큼의 실력은 되던 영어 역시 몇년 사이 도태되어 다시 단어부터 익혀야 할 정도가 되었지만 나는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두렵지 않을만큼의 즐거운 기억을 가지고 있다. 외국어에. 물론 저자처럼 두 달이면 너무 짧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외국어를 못한다고 오늘의 내인생이 반토막나지는 않는다. 요리를 좀 못하고 노래를 좀 못해도 인생이 달라지지 않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작이 외국어 공부이기 때문에 바쁜 일정들을 다 끝내놓고 나면 내년즈음 다시 외국어 공부에 매진해 볼 생각이다. 슬슬 좀이 쑤시기 시작했기 때문에. 다시 떠나는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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