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리랜드 1 - 셉템버와 마녀의 스푼
캐서린 M. 밸런트 지음, 공보경 옮김, 아나 후안 그림 / 작가정신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5월에 태어났지만 왠지 모르게 9월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소녀 셉템버. 어느날 초록 바람의 꼬임에 빠져 암표범의 등에 올라타고 페어리랜드로 향하게 된 그녀 앞에 펼쳐진 세상은 규칙이 가득한 알 수 없는 이상한 나라였다. 화요일에 태어난 어린 숙녀를 제외하고는 연금술을 행하는 것이 금지되었다는 그곳. 때마침 화요일에 태어난 셉템버는 게임속에서 모험을 떠나듯 요정국의 탐험을 시작했는데 그 어린 날 읽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 이야기에 비하면 아주아주 이해하기 쉬운 동화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려운 내용도 아니고 빽빽하게 쓰여진 것도 아닌데 이야기는 읽는 도중에 몇 번이나 쉬고 끊어 읽어야 할 만큼 많은 상상력을 한 문장 속에 가득 심어 놓았다. 이들이 읽는 내내 그 씨앗을 터뜨려버리는 바람에 나는 읽기를 계속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p118 잘했든 잘못했든 이미 끝난 일이야...

 

 

 

오즈의 마법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셀로, 맥베스 등등이 떠올려지는 이름들이나 장면들이 엿보이는가 하면 지루하고 고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내일을 만나고 싶어한 소녀의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시작되기 때문에 굳이 돌아오지 못하게 되더라도 그리 슬프지 않을 거 같은 이야기가 바로 [페어리랜드1]이었다. 셉템버의 아버지는 전쟁터에, 엄마는 비행기 공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기 보다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들을 잘 해내야하는 아이로 셉템버가 자라난 것과 비슷하게 후작 역시 가난하게 살면서 학대까지 받으며 살았기에 현실의 세상은 만족스러운 오늘이 아니었다. 이들에겐.

 

그래서 떠나고 싶었던 것일까. 그리고 정말 재미난 일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고마워요'라는 한 남자를 동시에 남편으로 맞이한 자매는 인간 늑대인 남편이 사람일때는 동생 '잘 가요'의 남편으로, 늑대일 때는 언니 '안녕하세요' 남편으로 나뉘어 살고 있다고 했다. 사이좋게-. 마녀 자매는 미래를 들여다보고 미래가 잘 이루어지게 돕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당연한 궁금증일 뿐일텐데 미래를 궁금해하는 셉템버를 두고 그들은 '아주 독특한 아이'를 만났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미래를 보여주며 후작에 대한 당부도 잊질 않아다. '조심해서 가요' 와' 잘 만났어요'라고 불린 형제를 죽였다면서.

 

다음으로 만나는 요정들 역시 신기한 존재이긴 마찬가지였다. 그 중에서 특히 사공은 인간이 원숭이에서 진화된 종족이며 요정은 개구리에서 진화된 종족이라고 알려주었다. 개구리와 요정이라...그 미스매치된 조합에서 나는 그 어떤 신비스러움도 발견할 수 없었는데 너무 어른이 되어 버려서 이 동화가 이끄는대로 그 이정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중간중간에 또 읽기를 멈추고 되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읽기를 반복하다보니 무려 4번이나 도돌이표하여 읽은 단락들도 있다. 이례적인 일이긴 했지만.

 

또 가여운 소녀를 구하기 위해 목소리와 그림자 중에서 기꺼이 그림자를 내어놓아던 일도 인상 깊은 장면으로 꼽는다. 겨우 만나게 된 후작의 시계들을 소개하고 있는 페이지 역시 명장면으로 꼽고 싶다. 아주 비밀스러우면서도 슬픈 곳일 수 밖에 없는 그곳의 시계들은 아이들을 현실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주 짧게 머물다 간 아이는 꿈울 꾸어다고 믿게 되는 것도 그때문이라고 후작은 설명했다. 다행히 셉템버는 꿈이라고 치부하지 않을만큼 머물다가 떠났고 다음  여행 역시 꿈꾸고 있었다. 겨우 1권 읽기를 끝냈을 뿐인데 동화는 많은 것을 보여주며 상상하게 만들고 있었다. 총 몇권으로 완결될지는 모르지만 작가의 상상력을 보아하니 짧게 끝낼 이야기는 아닌 것만 같은데....영화화 되어 영상으로 보여지게 된다면 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들로 아이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 살짝 그날을 기대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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