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 세상에 단 하나뿐인 글쓰기공식
임정섭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독후감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p97 독후감은 책을 읽고 난 소감으로 가득 차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라고. 자신의 생각에 알고 있는 지식을 인용하고 경험 따위를 버무려야 한다고. 이 대목을 읽고 잠시 책읽기를 멈추었다. 나는 과연 나의 서평에 나의 감상만을 적진 않았을까. 책의 줄거리만 적은 서평은 없었을까. 내 모든 서평에는 인용과 경험이 버무려졌던가. 몇년 째 계속 써 오고 있는 서평들을 일일이 다 들춰 볼 순 없겠지만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달라 모두가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내게 도움이 될만한 페이지들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해야할 부분에서는 이렇듯 책 읽기를 멈추고 생각을 정리해보곤 했다.

 

빠르게 읽어내진 못했지만 요즘 생각을 도통 안하고 사는 건 아닐까? 라는 자기 반성 중이었으므로 책은 내게 그 소중한 시간을 되돌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어주어 고맙기도 했다. 언제나 그렇듯 답답함을 들어주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책은 내게 그 순간 꼭 필요한 글들을 물어다주어 친한 벗과 동급의 레벨로 내 곁에 머물곤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은 심플하다'라고 했던가. 절반쯤은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예전같으면 그 탁월한 묘사에 혀를 내두르곤 했었을텐데 요사이는 책을 읽다가 묘사가 심하거나 꾸밈말이 많은 글은 왠지 뚝뚝 띄어 읽고 만다. 눈이 불편해서.

 

그렇다고 모든 글을 [스트로베리나이트]를 쓴 혼다 타쓰야처럼 써야만 한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그 글의 쓰임에 맞게 적당히 쓰여지면 좋은 것. 눈으로 읽기에 불편하지 않을 문체의 길이라면 좋겠고 읽는 중간중간에 내 생각을 보탤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을 듯 하다. 최근 특별히 마음에 둔 소설가가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점점 더 까탈스러운 독자가 되어가는지 고집스러운 사람이 되어가는지 모르겠지만.

 

<글쓰기 훈련소> 소장이자 <북데일리> 대표인 저자는 글쓰기도 기술이라고 말한다. 수없이 들었던 말이다. 모짜르트처럼 천재적인 음악가가 있는 가 하면 바흐나 베토벤처럼 끊임없이 연주하고 악보를 써내려감으로써 완벽해지는 음악가도 있는 법이니까. 대작가 헤밍웨이도 탈고를 39번이나 했다고 하니....작가라는 직업은 어지간한 끈기 없이는 쉽사리 도전해서는 안되는 직업군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재미나게도 '우뇌'는 초벌용, '좌뇌'는 탈고용이라고 한다. 둘 다 균형을 맞춘다면 좋겠지만 어느 한 쪽이 더 크기 마련이라면 어느쪽 뇌가 더 큰 쪽이 좋은 선택일까.

 

일기, 서평, 보고서 ...장르별 글쓰기 포인트를 알려준다는 점이 매력적인 이 책은 다른 작법서와는 내용상 많은 차이가 있다. 이렇게 이렇게 쓰면 좋다고 충고하고 있지만 기-승-전-결 에 따른 세세한 작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쉽게 쓰는 법, 혼자 쓰는 법, 간략하게 쓰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때론 너무 상세한 작법서가 도리어 글쓰기를 어렵게 느껴지게 만들기도 하는데 그에 비해 [심플]은 제목 그대로 정말 심플하게 알려주고 있다. '한번 써봐 어렵지 않아'라고 등떠밀듯이.

 

읽고 싶게 만드는 것도, 팩트를 임팩트 있게 써내는 것도 중요하다. 읽는 이를 궁금하게 만들고 엔딩에 여운을 남기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쓰기 시작했을 때 유효한 충고인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그 어떤 종류의 글쓰기든지 간에 글을 써야하는 상황에 직면한 사람이라면 이 책의 충고를 가슴에 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 어떻게 쓰지? 가 아니라 쓸 수 있다! 라는 마음을 먹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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