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의 아이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사회파 작가 미야베 미유키. <화차>로부터 시작되어 팬이 된 나는 <모방범>,<이유>,<이름 없는 독>,<스나크 사냥> 등에 매료되며 그녀의 소설을 닥치며 읽었는데 슬로우틱한 역사소설 시리즈보다는 구멍파듯 파보는 재미가 있는 묵직한 사회 소설 쪽이 훨씬 더 구미가 맞았다. <형사의 아이>가 최신 번역작인 줄 알았더니 1990년 <도쿄 살인 만경>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다가 1994년엔 <도쿄 시타마치 살인만경>으로 그 이름을 개작하여 재출판되었고 최근에는 그 제목만 또 바뀌어 <형사의 아이>로 출판된 것이었다. 결국 이 세 권의 스토리는 동일하다는 이야기인데, 세월에 따라 그 시점에 맞는 세련된 제목으로 갈아타게 만드는 일도 작가에겐 재미난 일이었을까. 반대로 세번이나 제목만 바꾸어 출판할 정도로 그 재미가 보장된 스토리는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증을 한 껏 달아오르게 만든다. 바로 지금-.

 

열세 살의 야기사와 준이 경시청 수사 1과에 근무하는 아버지인 미치오와  둘이 살게 된 도쿄 23구 내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토막난 머리와 손목이 둥둥 물에 떠내려 왔기 때문이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떠내려온 머리는 세상을 발칵 뒤집고 그 사건에 아버지가 투입되면서 준 역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와 동시에 마을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72세의 늙은 할아버지가 살인자라는 익명의 고발장이 준의 집으로 전달되면서 그의 과거와 살인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시노다 시로. 도고라 불리는 그는 미장장이의 4째 아들로 태어나 가업을 잇다가 그림 한 점을 그리게 되었는데 그 작품의 명이 <화염>이었다. 강렬하고 대단한 작품이지만 제대로 미술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술계의 질타를 받아 신분을 감춘 채 살다 악의적인 소문의 주인공이 되어 버린 그를 범인처럼 몰고가려는 진짜 범인은 누구이며 과연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p321 도대체가 법률이 어떻게 됐어요.

       흉학한 짓을 저지르는 놈들도 미성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도 하지 않고 이름도 공표하지 않고 또 사회 속으로 되돌려 보내

 

 

법이 아무리 세세한 부분까지 그 영향력을 미쳐도 완벽할 수는 없다. 사회 속에서 범죄를 솎아내기 힘들며 사람의 죽 끓듯 변덕스런 마음을 다잡아둘 주도 없는 일. 그렇다면 이런 사회 소설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누군가의 범죄를 보고 흠칫하는 것으로 멈추는 것 뿐만 아니라 마음 속에서 도사리고 있는 화까지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경각심까지 불러 일으켜 준다면 그 소임을 다하는 건 아닐까. 나는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 소설을 읽을때마다 세상을 달리 보게 된다. 만화경의 그 속이 확확 모양을 변형시키는 것처럼.

 

읽고나면 불안해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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