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스타일이다 - 책읽기에서 글쓰기까지 나를 발견하는 시간
장석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한 방송작가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은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아니었노라고. 그리고 작가가 되는데 반드시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런 사람도 있구나. 그렇다면 그녀의 글솜씨는 재능인가? 분석력인가? 라고 한참을 생각했더랬다. 하지만 결국 그녀 역시 즐기지 않았을 뿐 일반인들보다 많은 책을 읽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무언가는 읽으며 얕은 글에도 깊은 생각들을 하며 분석하고 통찰력을 키워온 것이 아니었을까. 작가라는 직업군이 그저 그런 생각만으로는 이를 수 없는 직업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남다른 생각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기까지 수많은 것들을 머릿 속에서 조각조각 맞춰보고 찢어보고 덧대어 보았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p 34 작가가 되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읽기는 글쓰기에 필요한 영감의 원천이다.

 

때론 작가 장성주의 강조처럼 글쓰기에 필요한 영감의 원천중 일부는 책 속에 있을 것이다. 남보다 많이 읽다보면 뭔가 쓰고 싶어지는 경지게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 밤마다 책을 읽으며 눈이 빠질 것 같이 괴로워도 도저히 읽기를 멈출 수 없는 것처럼 쓴다는 것도 결코 멈출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천업이기 때문에. 저자 역시 10대에 수많은 책들을 읽은 독서가였다고 회고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그의 표현처럼 작가로 조련되어 현재 시인이자, 미평가, 에세이스트,등의 문장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

 

여느 작법서와 다른 점은 첫장부터 이렇게 쓰라고 간단히 가르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보다는 "무언가를 쓴다는 것"에 대한 진정성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하고 있다. 글쓰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이 이렇게 많았던 것일까. 허기진 삶에 대한 고충도 알아야 하고 실패의 가능성이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각오도 남달라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글쓰기를 포기하라고 충고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하면 글을 꾸준히 쓸 수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그래서 특이하긴 해도 나는 이 책을 또 다른 느낌의 작법서라고 생각한다. 

 

글쓰는 요령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만이 작법서가 아닌 그 이전에 워밍업 되어야 하는 순서부터 작가의 길로 들어서서도 멈추지 않고 쓸 수 있는 글의 끈기와 습관을 마음먹게 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1천만원, 5천만원 하던 공모전의 금액이 이젠 1억을 넘기에 이르렀다. 벌써 몇년 전부터의 일이었다. 등단을 꿈꾼다면 여러 가능성을 타진하겠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꼭 공모전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글솜씨를 드러낼 곳이 많기에 작가의 길은 마음만 먹는다면 아주 소수에게만 열린 닫힌 분야는 아닌 것이다. 결국 어떤 길이의 글, 어떤 장르의 글, 어떤 작가로 살 것인지만 본인이 선택한다면 어느 날 글은 그에게 다가올테니 말이다. 나는 그의 표현 중 이 문장이 가장 맘에 들었다. '타인의 삶에 귀 기울이는 시간' 이라는 표현이.

 

p158 모든 기억들은 몸 안에 저장된다. 열정과 심적인 고통, 즐거움, 초월한 평화의 순간들도 저장된다

 

한국 문학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가 박경리의 소설에만 관심이 있었지 그녀의 다른 글쓰기에는 도통 관심을 두지 않았던 탓에 나는 작가가 그토록 극심한 고통을 글로 내뱉어둔 것인지 알지 못했다. 출생부터 불합리했다고 토로하는 작가의 불행 앞에서 감시 그 자양분으로 문학적 감수성이 높아졌노라고 쉽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문장이 그것을 쓴 사람이 살아온 방식, 내면에 쌓인 지식의 질과 양 등이 반영된다고 할지라도. 박경리 작가 외에도 헤세, 카뮈, 최인호, 다치바나 다카시 등등 많은 작가들의 문체와 그들의 삶을 접목시켜 보여주고 있는데 40년 동안 독자로 살았고 15년간을 편집자로 살았으며 40년을 저자로 산 문장 노동자 장석주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세상 모든 작가와 저자들은 다 고마운 스승이라는 거다. 동감! 여전히 작가의 꿈을 꾸고 있는 한 친구에게 이 책을 다 읽고 선물로 주어야지 라고 맘 먹게 될만큼 이 책은 작가의 길로 가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마음 가짐을 다잡게 만들어주는 좋은 책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40년간 독자로 읽은 책들이 스승이었듯 내게 [글쓰기는 스타일이다]라는 이 책 역시 좋은 스승으로 남아 나 뿐만 아니라 곁의 지인에게도 꿈을 전할 수 있는 글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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