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탄생 - 소설이 끝내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것들
이재은 지음 / 강단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책을 통해서만 만나왔었다. 글로만 읽어왔었다. 문체만 익숙했었다. 작가란 존재들은.

하지만 '월간조선'의 객원기자이자 작가인 이재은의 글을 통해 만나게 된 대한민국 대표작가 19인은 사뭇 남다르게 느껴졌다. 아마 그들의 육성을 통해 그 생각을 듣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직접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작가 이재은)이라는 매개통로를 통해 듣게 된 것이지만 분명 생각을 듣는 다는 것은 글을 읽는 다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전달 받게 되기 때문이다.

 

명작은 끝임없이 완성되고 끝없이 재해석 된다. 탈고가 끝난 글의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 하지만 그들이 왜? 어떻게? 어떤 배경과 화두를 던지며 책을 완성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마치 집 평수만 보고 다니던 사람이 어느날 인테리어나 집의 구조, 풍수 등등 그 내면을 알게 된 기쁨과 같다고나 할까.

 

p64 사람이 사랑에 빠진다는 건 정말 분석이 불가능해요. 논리적으로 설명하다 보면 오류에 빠지는 거죠

      모든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죠.    (작가 정미경)

 

작가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정말 예사롭지 않았다. 어느 날엔 문장 하나를 두고 열두 번도 더 생각에 빠지게 만들고 공감하게 만들고 설레게 만든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잘 정리해 준 작가도 있었고, 내가 감히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말들을 각성하게 해 준 작가도 있었다. 아, 이런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소설을 써 왔고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독도가 우리 땅인 것처럼, 김연아 선수가 전세계에 그 예술성을 펼쳐 보인 것처럼 대한민국 작가군단도 내게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랑스러움을 한껏 높여준 사람들이다.

 

p85 인생 자체가 훌륭한 예술작품 (작가 박상우)

 

작가들의 삶은 대부분 평탄하지 못했다. 어쩌면 우리네 대부분의 삶도 들여다보면 그런데 우리는 그냥 일상을 살고 이들은 일상을 뛰어 넘어 작품으로 승화 시켜 내는 능력자들인 것만 다른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 평탄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힘이 되어 오늘의 그들을 만들어 낸 듯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상우 작가는 인생 자체가 훌륭한 예술작품이라며 삶의 긍정성을 더한다. 가장 힘든 날 이 책을 펼쳐서였을까. 그의 그 생각은 내게 묘한 힐링으로 다가와 카페인 10잔을 마신 것 보다 더 효과적으로 안정제 역할을 하곤 했다. 그날 내내-.

 

p152  삶을 사는 데 있어서 무엇이 사람을 살게 하는가(작가 한승원)

 

조경란 작가가 검은 색 옷만 입는 이유는 검은 색 속에 있으면 편안함을 느껴져서 라고 했다. 코코샤넬에게는 자신을 한 껏 드러낼 수 있는 색으로 여겨진 블랙이 조경란 작가에게는 자신을 숨길 수 있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처럼 느껴졌다니...색이 시각적인 것이 아니라 공간적인 것으로 변모할 수도 있다니....작가의 평소생각조차 내겐 낯선 바람처럼 신선했달까.

 

삶을 사는 데 있어서 사람을 살게 하는 원동력은 셀 수 없이 많겠지만 생각을 내려놓고 사는 삶이란 지나고나면 나의 삶을 산 것 같지 않아 허무해지는 삶이었다. 그래서 내게 원동력은 생각 인데 이것도 너무 넘치면 또 머리아픈지라 때로는 심플하게 때로는 깊게 그 깊이를 가늠하며 살아야 나는 제대로 살게 하는 올바른 도구처럼 쓰여진다. 나이 서른이 넘어서야 철이 들기 시작하는지 사람들과 말투, 옷차림, 행동, 약속이행 등등은 좀처럼 예사롭게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어릴 때와 달리 책 한 권을 읽는데 소비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화가의 영혼과 작가의 영혼 중 누가 더 자유로운가?'  라는 질문이 책의 도입부에서 내게 던져졌는데,

답이 있는 질문이었지만 나는 생각을 좀 달리 해본다. 애어른이어야 더 멋지게 쓸 수 있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화가처럼 철들지 않아야 더 멋진 글이 나오는 작가도 분명 세상에는 존재할테니 말이다. 명작이 끝없이 재해석 되듯 명작을 탄생시키는 작가들의 생각도 이처럼 끝없이 재해석 되어 내게 수많은 화두들을 던져놓았다. 단 한 권의 책을 읽는 동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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