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장-폴 디디에로랑 지음, 양영란 옮김 / 청미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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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6시 27분이었을까?

 


한 시간 혹은 30분 단위로 똑 떨어지는 시간의 범주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나누어진 27분이라는 분의 단위는 참으로 생소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은 쫓기는 시간이 아닌 여유롭게 남는 시간이 된다. 남자 주인공 길랭이 전철에 오르는 시간이 6시 27분. 낯선 타인들과 잠깐의 시간을 공유하는 그 공간에서 마법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이 남자로 인해 이름조차 이상하게 들리는 길랭은 사실 책을 죽이는 일을 하는 남자다. 헌책들을 파쇄하는 그의 직업은 다소 쓸쓸하고 반복적인 단순업무처럼 느껴지지만 그 일을 하면서 길랭은 반대로 살리는 시간을 구축해냈다. 그저 주어지는 삶만으로 24시간을 채워나가기도 바쁜 우리들에게 그의 행동은 충분히 매력적이게 다가왔고 그래서 책은 또 하나의 감동서로 기억된다.

 

 

 

2010년 헤밍웨이 문학상을 수상한 것을 필두로 여러 문학상을 수상한 저력의 작가인 장-폴 디디에로랑의 첫 장편 소설은 한 남자가 세상에서 사라지기 직전에 구해진 어느 책의 한 페이지를 사람들과 나누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더불어 갖게 만드는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청소를 업으로 살아가지만 자신의 소중한 하루하루를 기록해 나가는 어느 여인의 usb를 습득하며 길랭은 더 많은 이야기들을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게 되었고 궁금증이 더해져 결국 그녀를 찾아 나서게 된다.

이 이야기를 읽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나는 문득 이른 새벽 지하철을 타고 그 한 칸 안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는 하루를 전해받았다. 다소 엉뚱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꼭 해보고 싶었다. 혹시 이 속에도 길랭 같은 사람이 타고 있지는 않을지. 혹시 나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줍게 될지는 않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되돌아오면서 따뜻한 커피 한잔이 손에 쥐어졌는데 책으로 인해 따뜻하게 데워졌던 마음이 커피 한잔으로 더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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