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시간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3
다나베 세이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밀회'를 볼 때처럼 내 마음은 일렁이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영화인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저자인 다나베 세이코는 <아주 사적인 시간>으로 내 마음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이가 서른을 넘긴 여자.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서른이라는 나이도 참 어리고 서툴다. 하지만 20대의 철없음을 갓 지나왔고 30대의 여유로운 마인드 속으로 빠져들기 직전의 나이가 30대 초반이다. 그래서인지 <아주 사적인 시간>에 등장하는 노리코는 어른이기 보다는 아직은 여자 아이 같은 느낌이다.

 

부유한 여자아이. 사랑하는 남자가 있고 모두 그녀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약간은 루즈하게 돌아가는 시간 속 인형같은 그녀. 딱 인형의 집 노라처럼. 몇몇 남자와 연애를 했지만 불같은 사랑을 한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에 대한 상처는 그리 깊어 보이지 않는 여자, 노리코. 그런 그녀 앞에 어느날 나타난 재력,외모,매너 3박자를 고루 갖춘 남자 '고'. 비록 어머니가 다른 형제들이 지만 아버지의 신뢰와 어머니의 사랑을 담뿍 받고 자란 남자인 고는 그녀 외에도 많은 여자들이 있었지만 그녀와 결혼했다. 물론 결혼 한 이후에도 바람을 피우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는 남자지만 노리코는 게의치 않았다. 왠지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이는 그녀는 고와의 결혼 후 상위 1%의 부유함을 누리고 살았지만 마음이 변했다.

 

 

 

p101 비밀을 갖는 건 어른의 자격이죠

p167 한 때 같이 잔 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여자를 함부로 대하는 남자는 쓰레기다

 

 

 

지독히 사랑하는 남자가 생겨서도 아니다. 더 부유한 환경이 필요해서도 아니다. 남편의 외도로 상처 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마음이 변.했.다. '부부관계'라는 연극(?) 속에서 빠져나와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처럼 쿨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노리코가 이 세상에는 없는 부류의 사람 같았다. 로보트도 아니면서 마음이 이토록 가벼울 수가 있는 것일까.

 

영원한 로맨스는 없었다. 둘이 함께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변할 수도 있는 것이 '사랑'이고 '관계'이니까. 어쩌면 노리코는 그 사랑의 속성을 너무 잘 알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3년. '우리라는 관계가 지속되는 시간이라고 하기엔 너무 짧아 아쉬움이 남지만 노리코를 욕할 순 없었다. 동조할 수 없지만 이해는 되기 때문에. 이상하지만 그랬다. 마음이 움직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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