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얌전히 있을 리 없다 단비청소년 문학 7
하나가타 미쓰루 지음, 고향옥 옮김 / 단비청소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부원이 넷뿐이라는 것을 이유삼아 동아리 방을 빼라는 말을 들으면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어떤 행동들을 할까. 아마 그냥 수긍하는 애들도 있겠지만 반항하거나 sns, 블로그 등을 통해 부당함을 고발하는 아이들도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세쓰코와 그 친구들은 좀 다른 방법을 선택했으니......!

 

p59  각 운동부를 대표하는 꽃미남들의 초상화는 대히트 칠 게 확실해. 이 기획, 반드시 돈이 될거야.

 

교장선생님이 빼앗아도 미술부는 끊임없이 그림을 그려댔다. 동아리 방을 빼앗기면서도 '장소 같은 거 없어도 예술을 할 수 있다고 호기롭게 소리쳤으나 게릴라 활동처럼 되어버린 미술부 활동. 4월에 새로 부임한 교장이 학력고사 평균을 올리기 위해 미술부 교실을 뺏어 보충수업 전용 교실을 만드는 것에 반대하며 불꽃을 쏘는 등 저항도 해보았지만 결국 학생들의 힘은 미미했다.

 

화가 나는 부분은 학생들을 향해 퍼붓는 교장이라는 작자의 말투였다.

 

"올해는 아무 실적도 없어. 그런 무능한 녀석들이 무슨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그래."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한 어린 싹들을 향해 교육자라는 양반은 '너희들은 루저야'는 식의 발언을 하고 있는 거였다. 조금 전에 끝난 1박2일의 선생님들과는 사뭇 교육관을 지닌 교장. 1박2일에서 크레이지 독 선생은 말했다. "나쁜 선생으로 기억되지만 않으면 되지요."독해보이고 소리지르고 엄격해 보이는 원칙주의자 미친개 선생은 학생전원의 이름을 1번부터 끝번까지 다 외우고 있었다. 이제 갓 20대 후반인 선생은 그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의외의 모습이라 도리어 감동이었던 것과 달리 [그들이 얌전히 있을 리 없다]  속 학교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래, 너희는 얌전히 있을 필요가 없겠다. 주인공들의 등을 마구마구 두드려주고 싶어지게 만드는 이야기전개 속에서.

 

결국 아이들은 교장을 상대로 도전장을 내던졌다. 학생 예술전에서 입상을 하는 것. 하지만 그 전에 싱글벙글 상가 셔터에 그림을 그리는 일을 시작한 쎄스코. 부원들과 함께. p152 모두 다 같이 한다는 건, 이렇게 굉장한 것이다. 나는 이 한 단어가 이 소설이 있게 한 중심문장이라는 생강이 들었다. 결국 이들은 낙선했다. 하지만 이들이 그린 셔터 그림이 유명세를 타면서 기자가 인터뷰를 오고 난감해진 교장은 '퇴출'을 입에 올리지도 못했다. 결국 이들이 승리했다.

 

이런 이야기. 이런 소설. 이런 드라마를 많이 봐와서인지 눈물이 날만큼 감동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읽는 내내 유쾌했고 통쾌했으며 종국에는 교장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서 기분이 상쾌해졌다. 아이들에게 "반항"이 아닌 "희망"을 가르치는 이야기라 마음 속까지 훈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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