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받지 못한 사람들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칼,총,약,고문 이 아닌 굶겨죽이는 방법을 택한 살인범의 사연은 어떤 것일까. 낡은 집에서 발견된 부패한 시신은 보건복지사무소 과장 미쿠모였다. 가족과 이웃 그리고 직장동료 누구에게도 원한 살 일이 없는 미쿠모는 왜 살해됐을까. 묻지마 살인사건일까. 흡인력이 강한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는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을 통해 일본 사회의 복지제도의 헛점과 융통성 없이 원칙만을 내세워 본질을 등한시해 온 공무원들을 꼬집어내고 있다.

 

헌법 제 25로,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을 영위할 권리를 가진다

p56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기본 생명권을 지켜주어야할 이 법이 도리어 어려운 삶에 내몰린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명분이 된 것이다. 부정수급자를 단속하기 위해 철두철미하게 원칙대로 일을 처리해온 미쿠모와 타케루 모두 시체로 발견되고 그 다음 타깃은 그들의 상사였던 가미사키다. 퇴임 후 작은 단체에서 명예직으로 있으면서 해외여행이나 다니는 노인인 그 역시 주변의 평판은 아주 좋았다. 하지만 과거의 행적에 이어 현재까지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똥물인생인 남자였다. 은퇴한 영감들이 동남아시아로 매춘여행을 다니면서 인생 후반기를 보내고 있다니......!

 

직접적으로 살해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지옥의 문을 열어준 셈이다. 국가가 가난한 개개인 모두를 구제할 수는 없다. 그 손길이 나라 구석구석으로 미칠리가 만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아사 직전에 내몰린 노인을 굶어죽게 만든 일은 잘못된 행동이며 나아가 그 소식을 듣고도 올바르게 처리했다고 믿으며 마음의 동요가 없었다는 점은 같은 인간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애초에 생활보호대상자에게 지급할 목적으로 편성된 세금이 아닌가. 공무원의 답답한 행정에 소를 제기하고 소동을 피웠다고해서 8년동안 옥살이를 하게 만든 점도(물론 방화가 추가되긴 했지만) 과했지만 그 상황에 맞게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했으면서도 불이익 없이 승진을 거듭했던 세 사람에게 화가 치밀었다. 무엇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어서 더 답답하게 느껴졌다.

 

미야베 미유키 소설 이후, 경종을 울릴만큼 울림이 큰 '사회파 추리소설'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저력은 대체 어디까지인지......또 한 번 감탄하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