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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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이 등장하는 책이나 드라마 중에서 가장 재미나게 본 이야기는 이사카 코타로의 <<사신 치바>>와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다. 치바와 저승이는 둘 다 나름의 매력이 진해서 잘 잊혀지지 않는 캐릭터인데, 이번에 읽게 된 소설 속 사신은 미성년자였다. 영화 <<신과 함께>>에 등장하는 차사들처럼 과거에 죽은 이가 아닌 아직 살아있는 소년에게 내밀어진 '사신 아르바이트'. 별다른 혜택도 없이 시급이 달랑 300엔인 이 아르바이트는 최악의 알바로 기억 속에 남아 있지만 왜 그는 잊지 못한 것일까.

 

 

행복이란 잃고 나서야 깨닫는 법임을...

P23

 

 

당시 소년이 처한 상황은 알바와 다르지 않았다. 부모님의 이혼, 막대한 빚을 진 아버지, 아들을 두고 친정으로 돌아가버린 엄마, 중3 이후로 달릴 수 없게 되어 버린 다리, 지독한 가난......바로 그때 같은 반이지만 친하지 않은 여학생의 아르바이트 제안은 솔깃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겠지만 사정은 달랐다. 시간 외 수당도 없고 시급도 쥐꼬리만하지만 일 자체가 너무 황당해서 믿고 싶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근무 기간을 다 채우면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는 말만 믿고 덜컥 수락해도 좋을까, 이 아르바이트....

 

 

환경적으로 너무 막다른 골목에 서 있어서 앞만 보고 가기에도 벅찬 소년에게 주위를 둘러볼 계기를 만들어준 아르바이트는 최악이지만 특별했다. 죽은 후에도 미련이 남아 추가 시간을 얻게된 사람들의 인생을 들여다보며 가난 밖의 인생에 한 발 발디딤을 하게 된 것이다. 타인의 죽음을 통해 인생 성장을 거듭하고 있던 소년에게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난 특별했다

특별하게, 변변치 못한 인생을 살고 있다

P25

 

 

동생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었던 아사쓰키,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편지 아저씨 구로사키, 생명이 위태로워져도 아이만 낳으라는 시부모님과 관심조차 없는 남편에게 남겨놓은 아이 소식이 궁금했던 히로오카, 엄마의 학대를 견뎌내야했던 초등학생 유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하나모리 유키의 고백.

 

 

들어줘, 사쿠라. 내가 태어나고 죽은 이야기를...

P285

 

 

추가시간은 죽은 자를 위한 시간인 셈이다. 추가시간이 끝나고 망자가 저 세상으로 떠나고나면 그간의 일은 모두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다. 죽음 이후에 일어난 일은 산 자에겐 남겨지지 않는다. 약간은 허무하게 느껴질 법도 한 규칙을 알면서도 망자의 미련을 덜어주기 위해 열심히 사신 알바를 하게 된 소년 사쿠라가 마지막에 원한 '희망'은 무엇일지 궁금해서 끝까지 열심히 탐독했다.

 

 

어머니를 만나러 갈 차비를 마련하기 위해 알바를 시작했던 소년은 그 돈으로 아버지의 손목시계를 구매했다. 3년이 흘렀고, 여자친구도 있고 알바제안도 받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미시감'을 느끼고만 그에게 기억은 돌도 돌아 먼 여행을 떠난 편지처럼 돌아왔다. 곧 지워져버릴 기억 따위, 그 누구의 기억속에도 남겨지지 않을 기억 따위라고 쉽게 말할지도 모르지만 의미없는 일이 아니었다. 결코. 삶이 계속 되는 사람들에겐 가치가 미미할지언정 삶의 시간이 끝나 다시는 돌아갈수도, 나아갈수도 없는 이들에겐 마지막에 주어진 기회이기 때문에. '희망'은 이처럼 판도라의 상자 안에 갇힌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생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추가시간을 받고 사신을 만난 이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라서 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듯 싶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 '죽음'. 태어난 순서와 달리 죽음의 순서는 길이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순간순간을 더 소중하게 살아내야한다는 것을 소설은 '사신 아르바이트'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듯 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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