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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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즈음  베르나르의 <기억>을 읽었었다. 전생, 환생, 최면 등 독특한 소재의 소설로 총 2권 약 800여 페이지의 장편소설이었지만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 10월에 만난 신작 <심판> 은 전작인 <기억>보다는 얇은 책이라 부담 없이 수월하게 읽었다. 분명 <기억>의 장르는 희곡인데 소설 같은 느낌이었고,  베르나르 베르베르 특유의 상상력과 유머에 흠뻑 빠져 읽었다.

희곡 <심판>의 간단한 목차와 등장인물을 살펴보면,

[구성]
1막-천국 도착 / 2막-지난 생의 대차 대조표  / 3막-다음 생을 위한 준비
[등장인물]
아나톨 피숑: 피고인 / 카롤린:피고인 측 변호사 / 베르트랑 : 검사 / 가브리엘: 재판장

 

천국에 있는 법정을 배경으로 판사, 검사, 변호사, 피고인이 펼치는 설전이다. 주인공은 아나톨 피숑으로  폐암 수술 중 사망했다. 그는 자신이 좋은 학생, 좋은 시민, 좋은 남편이자 가장 좋은 직업을 가졌었다고 주장했지만 검사는 생각지도 못한 그의  죄를 들춰냈다. 그리고 그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다시 태어나야만 하는 형벌을 받게 되었다.

주인공 아나톨 피숑이 천국에 도착한 듯한 장면에 웃음이 피식 났다. 물론 죽었기 때문에 가능했겠지만  메릴린 먼로, 존 레넌, 아인슈타인을 만난 것이다. 천국에서 셀럽을 만나다니.  설정이 그럴듯해서 웃음이 나왔다. 내가 만약 언젠가 하늘나라에 가서 셀럽들을 만난다면 그냥 지나쳐가긴 좀 아깝고, 인증샷을 찍어도 사인을 받아도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은데. 음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면 속이 좀 시원해질까? 죽어서 만난 셀럽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뭐랄까 잠시 동안 책을 읽으며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았다.(웃음)

베르트랑 : 진실을 들려주면 못 견디는 거. 이게 바로 멍청이들의 근본적인 특성이지. 자기 자신에 관한 것이면 오죽하겠어. 진실을 알려 주면 알려 준 사람을 원망하면서, 마음에 담아 두고 절대 잊지 않아. 그래서 멍청이들과 얘기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야. 칭찬. 멍청이들은 칭찬이라면 죽고 못 살아. 칭찬을 듣는 순간 상대를 좋아하게 돼.  칭찬에 약하지 않은 인간이 어디 있을까?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간파하고 있는 천사 검사 베르트랑의 캐릭터는 송곳 같았다.

가브리엘: 삶이란 입구와 출구. 그 사이를 우리가 채우는 거죠. 태어나서 울고, 웃고, 먹고, 싸고, 움직이고, 자고, 사랑을 나누고, 싸우고, 얘기하고, 듣고, 걷고, 앉고, 눕고, 그러다가 죽는 거예요. 각자 자신이 특별하고 유일무이하다고 믿지만 실은 누구나 정확히 똑같죠.  그렇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천국에서 심판이 이루어지고 있는 동안 아나톨은 지상에서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떠돌이 영혼이 될 위험도 있다. 천국 재판장에서 설전은 계속되었다. 사실  그는 아나톨 피숑이기 전에 이미 무수한 삶을 거쳤다. 고대 이집트 궁궐의 여인, 카르타고 항구에서 생선 내장을 빼던 사람, 앵글로색슨족 전사, 일본 사무라이 등등. 또한 음주운전 317 차례, 다른 운전자들을  향한 용설 587차례, 저속한 제스처 1733차례, 불장난해서 태운 우체통이 15개, 펑크 낸 타이어 26개, 새해맞이 파티를 한답시고 망가뜨린 자동차가 11대, 노상방뇨와 공공장소 낙서 등 살아생전 비도덕적인 행위들도 전부 카운팅 되고 있었다. 사후의 세계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호언장담할 수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산사람들은 그저 상상할 뿐이다. 그런데 진짜 나의 모든 것들이 카운팅 되고 있다면? 이 역시 있을법한 설정에 나는 과연 어떤 무수한 삶을 거쳤을지, 알게 모르게 어떤 비도덕적인 행위들을 했을까? 잠시 책을 읽다가 진지해졌다.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디 쉬운가? 아나톨의 변호사인 카롤린은 그를 열심히 변론한다. 

카롤린 : 진심이에요. 내가 바라는 건 오직 당신의 행복뿐이고, 나는 늘 당신 편에서 행동했어요. 그러니 날 믿고 당신의 죽음을 받아들여요. 날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 자신을 위해서. 당신 영혼의 진화를 위해서 말이에요. 영혼의 진화라. 무수한 삶을 거치면서 영혼은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진화되는 것일까?

" 피숑 씨, 당신은 배우자를 잘못 택했고, 직업을 잘못 택했고, 삶을 잘못 택했어요. 존재의 완벽한 시나리오를 포기했어요. 순응주의에 빠져서! 그저 남들과 똑같이 살려고만 했죠. 당신에게 특별한 운명이 주어졌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당신이 그걸 직업으로 삼지 않은 게 바로 잘못이에요. 어떤 일이 어려워서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라 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거예요!"

베르트랑: 지나치게 평온하고 지나치게 틀에 박힌 삶을 선택하고,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등한시하고, 운명적 사랑에 실패함으로써 피숑 씨는 배신을 저질렀습니다. 결국은 자기 자신을 배신한 셈이죠.

카를린  : 잘하고자 하는 욕심에서 비롯된 선택들이란 뜻입니다.

베르트랑 : 용기보다 비겁함을,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편안함을 택한 거죠.

죽게 되면 생각보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지상의 태아로 환생을 해야 하는데 천국의 법정과 전생에 대한 기억은 모두 잃게 된다. 하지만 다시 태어날 태아에 대한 성별, 국적, 부모, 직업, 자신의 강점과 핸디캡, 사랑의 방식, 죽음 등 삶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천국의 법정에서 정하게 된다. 주인공 아나톨 피숑은 다음 삶을 위해 과연 어떤 선택들을 할까? 책을 통해 다음 생을 위한 판사, 검사, 변호사, 피고인이 펼치는 설전이 꽤 흥미로웠다.  만약 진짜 천국 법정이 있다면  꼭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그리고 생각해 보았다. 나는 과연 몇 번이나 환생을 했었을까. 태어나기 전 성별부터 국적, 부모, 직업, 남편, 사랑, 죽음 모든 것을 정하고 태어나면 과연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이번 생에 좋았던 선택들은 다음 생에도 그대로 가져가고, 후회했던 선택들만 다시 정해서 다음 삶으로 환생하고 싶다면 욕심일까?(웃음)
작품 마지막에 나오는 다음 피고인 골프 치다 벼락을 맞은 아제미앙 교수와 아나톨 피숑의 만남으로 많은 여운을 남기며 유쾌하게 이 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그 둘은 할 말이 많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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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자살
조영주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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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작가님 신작이네요! 붉은 소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목부터 흥미롭네요.기대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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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디어 하나로 사업을 시작했다 - 세상을 놀라게 한 스타트업 40
박유연 지음 / 원앤원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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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청년의 80-90%는 창업을 시도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창업에 대한 관심과 분위기가 있는 듯하다. 유대인 창업의 비밀은 '바르 미츠바'라는 성인식에 있었다. 성인식에 오는 하객들은 축의금을 내는데 1인당 평균 200달러 정도라고 한다. 축하객이 200명 정도면 약 2만 달러에 달하고, 가까운 친척들은 이보다 더 내는 데다가 할아버지, 할머니는 유산을 물려준다는 생각으로 목돈을 건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뉴욕 중산층이 성인식을 하면 평균 5-6만 달러가 모인다. 부모와 하객의 신분에 따라 축의금 액수는 차이가 크지만 이 돈은 아이가 사회에 나갈 때 즈음이면 곱절에 가까이 불어나 있다. 한국 청년들은 대부분 학자금 대출을 떠안고 사회의 첫발을 내딛는 데 반해 유대인 청년들은 20대 초반에 약 1억 원의 종잣돈을 가지고 두둑한 창업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창업이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손쉽게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창업을 시작하고 싶거나, 현재 창업을 준비 중이지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발견했다. 경제 관련 주요 부서만 두루 거쳐온 15년 차 경제전문 기자 출신 박유연 작가님이 쓴 책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스타트업 40곳의 대표들과 인터뷰하며 창업에 대한 전반을 알 수 있는 책이다.

작가가 만난 수백 명의 창업자 중에서 최고를 모아 어떻게 아이디어 하나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는지 그 비법에 대해 알고 싶어 이 책을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박유연 작가님은 기자에게 주어지는 평생 한 번 해외 연수 기회 대신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김홍일 센터장의 제안으로 스타트업 세상을 경험하게 되었다고 한다. 디캠프는 은행권이 8천억 원을 출연해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재단이다. 좋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사무실 입주 기회 등을 제공한다. 코워킹 스페이스가 있고, 다양한 행사도 열려 수많은 스타트업과 관계자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다. 그곳에서 창업자 수백 명을 만났고, 본인만의 아이디어와 기술, 생존을 위한 치열한 고민 속에서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가는 세상, 창업자와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속에서 끊임없이 혁신과 진보가 이루어지는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고 한다.

 

그곳에서 보낸 1년의 연수는 작가님의 인생 경로도 바꿔놓게 되었다. 복직해서 경제부로 돌아가지 않고 회사의 새로운 콘텐츠를 실험하는 조직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다가 사내벤처 창업까지 했고 2년 사이 경제부 기자에서 사내벤처 대표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다. 기자님의 도전이 멋지다!

 

이 책에서는 크게 8가지 다양한 스타일의 창업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다.

1-대기업을 나와서 창업한 이야기.

2-학생창업으로 성공한 이야기.

3-글로벌 1위를 꿈꾸는 창업 이야기.

4-아마존이 반한 한국의 스타트업.

5-세상에 없던 첫 번째 아이디어.

6-색다른 아이디어로 가격을 파괴한 스타트업.

7-없던 니즈도 만들어 낸 스타트업.

8-기술을 돈으로 바꾼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실제로 최고의 스타트업 대표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조언도 받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일단 만남의 시작부터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책을 통해 한 사람이 아닌 가장 잘나가고 있는 40명의 대표를 한 권의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기회도 흔하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창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것은 어쩌면 가장 손쉬운 방법이자 현명한 배움의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업에 대한 많은 궁금증이 생긴다. 아래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비롯하여 창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책을 통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창업 전 어떤 경험을 가장 추천하는지?

창업에 참고할 만한 팁?

회사 경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앞으로의 비전?

창업 전에 좀 더 준비했으면 좋았겠다는 부분?

다른 창업자들이 참고할 만한 본인만의 장점은?

창업하고 보니 아쉬운 점?

지금까지 잘 해온 비결은?

수익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안정적인 동업은 어떻게 해야 가능한가?

벤치마킹하는 곳은?

앞으로의 계획?

IT 기술도 중요할 것 같은데, 문과 출신인데 어떻게 극복했나?

예비 창업자들이 참고할 만한 성공 비결은?

 

40곳의 스타트업 중에 정말 멋진 회사들이 많았다. 어쩜 이렇게 멋진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었을까? 누군가는 아이디어로 창업을 이루어냈다.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실행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창업을 해야지 마음먹고 시작해서 바로 얻은 성공은 아니었다. 학교나 회사 또는 국가에서 진행하는 창업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창업에 뜻을 같이 하는 동료를 만나 같은 목표를 가지고 많은 실패를 경험하며 앞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어떤 불편함이나 필요성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창업에 관심이 없다 해도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자극을 받는 기회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변해버린 지금 스타트업의 '생존과 혁신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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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괴괴 : 성형수 기기괴괴
오성대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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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출판사에서 여름에 딱 읽기 좋은 신간이 나왔다. 그것은 바로

절벽귀 오성대 작가의 옴니버스 미스터리 스릴러 만화 <기기괴괴>!!

 

 

성형수 외 5편의 에피소드가 담긴 책이다. 제목처럼 흥미진진한 기기괴괴한 스토리를 만나볼 수 있었다.  각 작품마다 어느 정도 사회적인 이슈들이 녹아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에피소드는 '성형수'다.

기적의 성형수란??

찰흙을 빚듯 직접 손으로 얼굴이나 몸을 매만져 취향에 맞게 만들 수 있는 마법 같은 물이다. 집에서 간편하게 누구나 성형을 할 수 있다. 성형수 2병, 물, 주걱, 칼, 스펀지, 물통 드라이기 등만 준비하면 된다. 하다가 중간에 실패해도 다시 하면 돼서 걱정할 필요도 없다. 형태가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나오면 스펀지로 습기를 모두 흡수하고 드라이기로 건조해 주면 끝. 다시 성형수를 사용하지 않는 한 예쁜 얼굴을 쭉 유지할 수 있다.

평소 뚱뚱하고 못생겨서 외모 콤플렉스가 심했던 주인공 예지는 광고를 보고 기적의 성형수를 주문한다.  처음엔 얼굴, 그다음은 몸, 점점 예뻐지고 모든 사람들이 예쁘다고 해주는 행복함을 느끼며 더 욕심을 부리게 된다. 예쁜 예지의 SNS에  자신을 어필하는 작가님도 깨알같이 등장한다.(웃음) 항상 과욕이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예지는 성형수를 잔뜩 사서 미모 업그레이드를 시도하던 중 큰일이 발생한다.  부모는 딸을 살릴 방법을 찾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예지는 헬스장에서 이상형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친구의 충격적인 비밀을 알게 예지. 그런데 그 후 그 남자는 평생 함께 하자며 예지를 자신의 몸에 엽기적인 방식으로 남기는데, 과연 그 결말의 끝은?

<귀신잡기> 에피소드도 꽤 흥미로웠다.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외곽의 한적한 예쁜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된 가족은 귀신을 만나게 된다. 이상하다. 밤마다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알고 보니 이 집은 아주 오래전에 사이비 종교의 부활 의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 곳이었다. 병약한 신도들이 젊고 건강한 몸으로 되살아나기 위해 벌인 집단 자살 장소였던 것이다. 이 집에 이사 온 가족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제이스의 펜>,<상지키우기> 에피소드를 통한 인간의 추악한 욕망들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라고 덜 악한 건 아님을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 무엇이든 돈으로 등가교환을 해주는 마법의 상자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타인을 이용하고 상대방의 상자를 차지하기 위해 죽고 죽이는 사람들의 말로는 과연??

부록 <장르파괴괴>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책이다. 2020년 한여름밤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게 해준 만화 기기괴괴!!  기기괴괴 성형수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나 볼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올해 8월에 개봉 예정이라고 얼마나 실감 나게 만들어졌을지 무척 기대된다. 

무더운 여름 미스터리한 이야기들과 함께 오싹한 기분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추!! 기기괴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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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가기 싫으면 뭐 하고 싶은데?
생강 지음 / 로그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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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제목! 귀여운 캐릭터! 카카오 브런치 화제의 만화!

 

회사 가기 싫으면 뭐 하고 싶은데? 물론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하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해도 현실적인 부분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막상 회사를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한다 해도 인생의 많은 부분들은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어 단순하게 생각해서 결론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물론 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일단 시작해 보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 과연 작가는 어떤 답을 찾았을까? 또 어떤 과정을 통해 찾을 수 있었을까?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1-첫 직장에서 생긴 일, 2-이직하면서 생긴 일, 3-퇴사 후 발리에서 생긴 일, 4-일상으로 돌아와서 생긴 일 이렇게 4가지 꼭지로 구성되어다. 마냥 가볍지 않게 이 책을 읽었다. 나 또한 무채색 인간의 대표 주자로 어느 정도의 내향성을 숨기고 사교적인 척 생계유지형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책 속에 담겨있는 문장들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했다.

작가인 생강님은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어느 날 회사 생활에 안녕을 고하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발리를 간다. 대책 없이 떠난 그곳에서 다양한 색을 가진 '진짜 나'를 발견했고, 자신이 조직 생활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과 그림 그리며 글 쓰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두 달 동안 발리에서 스스로 돌아보았던 경험을 브런치에 연재하여 독자들의 큰 호응과 공감을 얻었으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살기 위해 매일 노력 중이라고.

나에게도 있었던 첫 직장 생활, 그리고 이직. 이직해서 생긴 직장에서 있었던 일. 그리고 퇴사 후 여행.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생긴 일과 생각들. 그리고 다시 시작한 직장 생활과 나의 미래에 대한 생각들. 인생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자주 하게 된다. 회사 가기 싫을 때마다 생각했었다. 회사 가기 싫으면 퇴사해서 뭐 하고 싶은데? 항상 고민했던 질문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평소 만화 읽듯이 읽지 못했던 이유 중에 하나다. 

"다들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나 보다. 새벽에 일어나 분주하게 준비하고 꾸미고 세미 정장 그리고 높은 구두를 신고 다녔다. 대중교통에 구두는 쥐약이지만 어떻게든 멋진 커리어 우먼처럼 보이고 싶었다. 결국 발바닥에는 굳은살이 박였고 발뒤꿈치를 비롯하여 발에는 많은 상처가 훈장처럼 생기고 말았다. 미숙한 나의 모습을 감추고 싶었나 보다."

보통 회사에 적응하기 까지는 대략 1년이 걸린다. 나도 그랬다. 대학 졸업 후 급하게 불완전한 어른이 되어갔던 것이다. 이 세상에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존재하긴 하는 걸까?  그렇게 나는 현실과 타협하면서 직장인 생활을 계속 해나갔다.

"한 번뿐인 인생,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이런 식으로 정년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게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일까? 고민하기도 귀찮기도 하고 힘들기도 해서 매번 결론 없이 마무리 짓곤 했다. 고민하는 게 더 힘드니까 그냥 살아가게 되었다." 고민하는 게 더 힘드니까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을  선택하게 된다. 

생강님은 3개월에 병가도 사용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와 진급을 앞두고 이런저런 교육을 받았는데, 10년 뒤의 나의 모습을 적어보는 시간에 작가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당장 내일 일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10년 뒤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고.

10년 뒤에도 이 회사에 남아 있는다면 나는 여전히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것!!

그래서 이직을 결심하고 외국계 회사로 이직에 성공한다. 다행히도 이전 회사에 비하면 천국이었지만, 또다시 언제부턴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대로 시간이 더 흘러버리면 잠깐이나마 타오르던 호기심, 설렘, 도전 같은 불씨가 영원히 사라질 것만 같았다고.  그렇게 2년간 일했던 두 번째 회사를 그만두고 삶의 정답을 찾아보겠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발리로 떠나게 된다.

발리에서 생강님이  만난 치료사가 했던 말들은 치유의 힘이 있었다.

'일을 한다는 건 아주 중요한 거예요. 생계를 유지하는 고귀한 행동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의 삶 전부가 될 순 없어요. 정말로 중요한 건 균형이랍니다.' 쉽지 않겠지만 어쩌면 나에게도 중요한 건 그동안 무너진 균형을 맞추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먼저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기- 매일 좋아하는 일 하기-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기. 정수리부터, 얼굴, 몸, 마지막 발끝까지. 신체 모든 부위에 집중해본다. 아픈 곳은 없는지, 오늘 하루 동안 어떤 자극을 받았는지. '나에게 가장 소중한 건 나 자신입니다. 그러니 시간이 나를 스쳐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걸 내버려 두지 마세요. 그러나 보면 삶의 균형을 찾게 될 겁니다.' 명상을 배우고 나서는 생각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때마다 예를 들어,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걱정, 타인과의 비교로 생기는 열등감, 불현듯 떠오르는 잊고 싶은 기억,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생길 때면 조용히 자리에 앉아서 호흡에 집중했다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하루가 돼버려"

공감한다. 그래서 나도 기록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작가 지망생이 가진 의외의 장점은 힘들거나 짜증 나는 일이 생겨도 소재가 생겼다며 즐거워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사실 나도 그렇다. 회사에서 힘들거나 짜증 나는 일이 생기면 글로 승화시키곤 하는데 꽤 효과가 꽤 괜찮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고 또다시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지 생각한다. 그리고 어느새 내 마음도 치유되기 때문이다.

삶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게 그리고 적절한 조언을 얻기 위해 나는 오늘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회사를 당장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진짜 회사를 그만두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게 된다면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고 싶다. 결국 내가 고민하는 것들은 더 나은 사람 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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