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가기 싫으면 뭐 하고 싶은데?
생강 지음 / 로그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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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제목! 귀여운 캐릭터! 카카오 브런치 화제의 만화!

 

회사 가기 싫으면 뭐 하고 싶은데? 물론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하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해도 현실적인 부분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막상 회사를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한다 해도 인생의 많은 부분들은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어 단순하게 생각해서 결론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물론 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일단 시작해 보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 과연 작가는 어떤 답을 찾았을까? 또 어떤 과정을 통해 찾을 수 있었을까?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1-첫 직장에서 생긴 일, 2-이직하면서 생긴 일, 3-퇴사 후 발리에서 생긴 일, 4-일상으로 돌아와서 생긴 일 이렇게 4가지 꼭지로 구성되어다. 마냥 가볍지 않게 이 책을 읽었다. 나 또한 무채색 인간의 대표 주자로 어느 정도의 내향성을 숨기고 사교적인 척 생계유지형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책 속에 담겨있는 문장들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했다.

작가인 생강님은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어느 날 회사 생활에 안녕을 고하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발리를 간다. 대책 없이 떠난 그곳에서 다양한 색을 가진 '진짜 나'를 발견했고, 자신이 조직 생활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과 그림 그리며 글 쓰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두 달 동안 발리에서 스스로 돌아보았던 경험을 브런치에 연재하여 독자들의 큰 호응과 공감을 얻었으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살기 위해 매일 노력 중이라고.

나에게도 있었던 첫 직장 생활, 그리고 이직. 이직해서 생긴 직장에서 있었던 일. 그리고 퇴사 후 여행.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생긴 일과 생각들. 그리고 다시 시작한 직장 생활과 나의 미래에 대한 생각들. 인생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자주 하게 된다. 회사 가기 싫을 때마다 생각했었다. 회사 가기 싫으면 퇴사해서 뭐 하고 싶은데? 항상 고민했던 질문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평소 만화 읽듯이 읽지 못했던 이유 중에 하나다. 

"다들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나 보다. 새벽에 일어나 분주하게 준비하고 꾸미고 세미 정장 그리고 높은 구두를 신고 다녔다. 대중교통에 구두는 쥐약이지만 어떻게든 멋진 커리어 우먼처럼 보이고 싶었다. 결국 발바닥에는 굳은살이 박였고 발뒤꿈치를 비롯하여 발에는 많은 상처가 훈장처럼 생기고 말았다. 미숙한 나의 모습을 감추고 싶었나 보다."

보통 회사에 적응하기 까지는 대략 1년이 걸린다. 나도 그랬다. 대학 졸업 후 급하게 불완전한 어른이 되어갔던 것이다. 이 세상에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존재하긴 하는 걸까?  그렇게 나는 현실과 타협하면서 직장인 생활을 계속 해나갔다.

"한 번뿐인 인생,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이런 식으로 정년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게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일까? 고민하기도 귀찮기도 하고 힘들기도 해서 매번 결론 없이 마무리 짓곤 했다. 고민하는 게 더 힘드니까 그냥 살아가게 되었다." 고민하는 게 더 힘드니까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을  선택하게 된다. 

생강님은 3개월에 병가도 사용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와 진급을 앞두고 이런저런 교육을 받았는데, 10년 뒤의 나의 모습을 적어보는 시간에 작가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당장 내일 일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10년 뒤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고.

10년 뒤에도 이 회사에 남아 있는다면 나는 여전히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것!!

그래서 이직을 결심하고 외국계 회사로 이직에 성공한다. 다행히도 이전 회사에 비하면 천국이었지만, 또다시 언제부턴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대로 시간이 더 흘러버리면 잠깐이나마 타오르던 호기심, 설렘, 도전 같은 불씨가 영원히 사라질 것만 같았다고.  그렇게 2년간 일했던 두 번째 회사를 그만두고 삶의 정답을 찾아보겠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발리로 떠나게 된다.

발리에서 생강님이  만난 치료사가 했던 말들은 치유의 힘이 있었다.

'일을 한다는 건 아주 중요한 거예요. 생계를 유지하는 고귀한 행동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의 삶 전부가 될 순 없어요. 정말로 중요한 건 균형이랍니다.' 쉽지 않겠지만 어쩌면 나에게도 중요한 건 그동안 무너진 균형을 맞추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먼저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기- 매일 좋아하는 일 하기-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기. 정수리부터, 얼굴, 몸, 마지막 발끝까지. 신체 모든 부위에 집중해본다. 아픈 곳은 없는지, 오늘 하루 동안 어떤 자극을 받았는지. '나에게 가장 소중한 건 나 자신입니다. 그러니 시간이 나를 스쳐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걸 내버려 두지 마세요. 그러나 보면 삶의 균형을 찾게 될 겁니다.' 명상을 배우고 나서는 생각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때마다 예를 들어,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걱정, 타인과의 비교로 생기는 열등감, 불현듯 떠오르는 잊고 싶은 기억,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생길 때면 조용히 자리에 앉아서 호흡에 집중했다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하루가 돼버려"

공감한다. 그래서 나도 기록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작가 지망생이 가진 의외의 장점은 힘들거나 짜증 나는 일이 생겨도 소재가 생겼다며 즐거워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사실 나도 그렇다. 회사에서 힘들거나 짜증 나는 일이 생기면 글로 승화시키곤 하는데 꽤 효과가 꽤 괜찮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고 또다시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지 생각한다. 그리고 어느새 내 마음도 치유되기 때문이다.

삶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게 그리고 적절한 조언을 얻기 위해 나는 오늘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회사를 당장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진짜 회사를 그만두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게 된다면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고 싶다. 결국 내가 고민하는 것들은 더 나은 사람 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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