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와 어? 인문과 과학이 손을 잡다
권희민.주수자 지음 / 문학나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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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와 어? 책 제목이 경쾌하다.  물리학자인 남편과 작가인 부인이 함께 쓴 책인데, 과학적 개념에 대해서 남편이 설명하면 독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은 부인이 완성했다.  큰 틀에서 인문과 과학이 적절히 균형 잡힌 책이었다.  덕분에 평소와는 다른 시각으로 인간의 삶과 인생에 대해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간단히 작가들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권희민: 물리학자.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Neutrino 실험을 했다. 미국 Kodak 연구소, 삼성전자 부사장을 역임했다. 2018년까지 서울대학교 물리 학교 객원교수로 있었다.

주수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콜게이드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2001년 한국소설로 등단했으며, 소설집으로는 '버펄로 폭설', 시집으로는 '나비의 등에 업혀' 등이 있다. 희곡 '빗소리몽환도'와 '복제인간 1001'이 연극으로 공연되었다.

목차는 1-일상, 2-天우주, 3-地자연, 4-人인간, 5-신비한 언어,수 이렇게 5가지 꼭지로 이루어졌다. 평소에는 익숙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는 일상과 우주, 자연, 인간, 숫자를 통해 과학적 상상력의 힘을 빌려 자칫 지루해 보이는 일상 속에서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문학의 언어를 통해 과학적 상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과학은 재미있었고 새로운 사실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1.지구와 물

 지구 역사를 되돌아보면 지금은 지구의 표면 70%가량이 물로 뒤덮여 있지만 초기엔 물이 없었다고 한다. 물이 어디서 왔는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가 사용하는 물의 대부분은 훨씬 더 나중에 생겨났으며, 적어도 지구 초기의 물은 지구 내부에서가 아니라 어디선가 왔다는 추론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어떤 물 분자는 지구 밖의 우주의 어딘가와의 연결점이 있을까? 매년 당연히 생일날 먹은 미역국이 우주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2.신비한 빛과 색의 세계

빛은 전자기파로 파장에 따라서 라디오파,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X선, 감마선 등 여러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그 가운데서 인간이 볼 수 있는 빛은 가시광선뿐이다. 그 이외의 빛들은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다. 가시광선은 다시 말해 무지개색이다. 햇빛은 무슨 색의 파장을 한데 섞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어떤 꽃의 색을 알아보는 것은 그 꽃이 어떤 특정한 파장을 다른 파장보다 더 잘 흡수하기 때문이란다. 나뭇잎은 빨간 파장을 흡수하므로 녹색으로 보이며, 장미는 넓은 범위의 녹색 파장을 흡수하므로 빨간색으로 모이며, 모든 파장을 흡수는 물체는 까맣게 보인다는 것. 신기하다. 우리의 눈과 뇌가 감지하는 색은 그 물체가 흡수하지 않는 파장이 반사하는 것이라고 한다. 눈의 구조에 따라서 보는 세계가 다른데, 예를 들어 호랑나비에게는 장미는 암흑의 꽃으로 보인다고 한다. 빨간색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물들이 그 색을 볼 수 있고 없고는 어떻게 알게 되는 것일까?

3.커피 분자의 세계

커피는 알코올과 마찬가지로 뇌로 직접 가서 뇌의 신경세포인 뉴런과 작용하기 때문에 중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카페인은 물과도 친하고 기름과도 친한 성질 때문에 세포막을 뚫고 온몸에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고. 가령 심장이 빨라지거나 소변을 나오게 한다거나 몸에 퍼져있는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하여 다양한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그래서 우리는 카페인을 온몸으로 경험하게 되는가 보다.

4.1초의 개념

시간은 주기적으로 있는 어떤 것을 관찰해서 얻어낸 개념이라는 것. 고대인들은 태양이 뜨고 지는 현상을 관찰해서 하루라는 개념을 생각해냈고, 달의 모양이 변하는 모습을 관찰해서 한 달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달을 기준으로 한 문명이 이루어나갔다. 고대 이집트에서 나일강이 범람할 때면 여름 새벽 동쪽 하늘에 꼭 어떤 밝은 별이 뜨는 현상을 관찰하여 일 년이라는 단위의 개념을 만들었고 이것을 우리는 태양력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인간은 하루보다 더 짧은 시간의 개념이 필요했는데, 중세 유럽의 갈릴레오가 피사 성당에서 미사 중에 기름등잔이 흔들리는 운동을 관찰하다가 등잔의 흔들림은 진폭에 상관없이 주기가 같다는 현상을 발견했고, 자신의 맥박과 기름등잔의 진동을 병치해서 관찰한 결과 만들어낸 것이 1초라는 개념이다.

 

5.요리

요리의 모든 과정도 분자와 원자와 전자의 활동에 해당된다. 음식 재료인 여러 화학적 요소들이 서로 만나서 화합하고 또는 결별하고 다시 새롭게 결합하는 분자들의 다채로운 파티인 것이다. 단백질 분자와 지방 분자들이 만나서 케이크도 만들어내고, 그것을 담고 있는 유리 쟁반을 규소 분자가 주요 성분이고, 탁자 위에 소금은 염소와 나트륨 분자로 구성된 결정이며, 천장에 달린 형광등에는 네온 가스 분자가 열을 띠며 빛을 내고 있다. 일상의 모든 상황과 장면들이 분자, 원자, 전자의 활동이 것이었다.

6.어둠과 별

어둠과 별들은 문명화된 세계에서 영원히 추방되었다.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야행성 동물들도 크게 고통받고 있을 것이다. 밝은 인공조명이 그들의 방향감각에 혼란을 일으킨다. 가로등에 모여드는 날벌레들은 빛이 좋아서가 아니라 어디로 날아가야 할지 몰라서 모여드는 것이라고. 하나의 가로등 때문에 매일 밤 수많은 곤충들이 죽어나간다. 인간의 몸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멜라토닌 같은 호르몬이 필요한데 이 호르몬은 밤에만 생성된다. 밤에도 밝으면 호르몬의 생성에 지장이 있고 면역체계에 이상을 일으키고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제대로 잠들지 못하게 된다. 현대인들의 불면증은 환경에 의거한 것이다.

7.구름

뭉게구름 속에 들어 있는 물방울 무게가 코끼리 80~100마리 무게와 비슷하다고 한다. 뭉게구름 속에 들어 있는 물방울 크기는 극단적으로 작지만 그 숫자가 무지막지하게 많기 때문이다. 구름이 회색으로 보이는 것도, 하늘이 푸르게 보이는 것도 빛이 공기 중에 산란하기 때문이고, 만약에 공기가 없다면 하늘은 까맣게 보일 것이다. 우주선에서 보는 하늘은 까맣듯이.

8.에너지 보존법칙

에너지는 모습이 변해도 총량은 일정하다. 생성과 소멸이 되지 않는다.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한 원리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인류는 에너지 보존법칙이란 이론에 힘입어 새로운 시도를 해보게 되었다. 그 결과로 수력발전소, 화력발전소들이 생겼다. 에너지 활용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차피 써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담대해질 수 있었다.

9.아톰(원자)

'아'는 부정을 의미하고 '톰'은 자른다는 뜻. 더 이상 자를 수 없는 그 어떤 것. 원자가 있다는 증거를 찾는데 2천3백여 년이나 걸렸다.

10.수학자 페렐만

이 시대 최고의 수학자. 2002년 가을, 그는 우리가 궁금해했던 우주의 모양을 증명해냈다.

 그렇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수십억 년 전에 초신성 폭발이 없었다면 태양을 비롯한 행성들이 생성되지 않았을 테고, 우리 세상을 만들어낸 원소들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지구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태양이 달과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지 않았다면 지구는 없을 것이다. 한 시간에 1670km의 엄청나게 빠는 속도로 자전하며 시속 10만 8천 km로 총알보다 스피디하게 공전하고 있는데도 왜 전혀 못 느낄까?

이러한 지구에 살고 있다는 것은 기적과 같다. 천국과 지옥은 우주에서 보이지도 않고 찾을 수도 없다. 모든 생명체에게 동일하게 오직 생성과 소멸만이 있을 뿐이다. 책에서 알게 된 '미토콘드리아 추적하는 피검사'를 꼭 해보고 싶다. 미토콘드리아는 모계를 통해서 전해지는 중요한 세포소기관을 말하는데, 0.3~0.5nm 크기의 콩팥 모양이며, 산소호흡을 하는 모든 진핵세포의 세포질에 존재한다고 한다. 나도 언젠간 자연스럽게 지구에서 그리고 우주에서 소멸하겠지만, 나의 뿌리가 궁금하다. 나의 시작은 어디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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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노자를 읽을 시간 - 81일간의 편지
문규선 지음 / 미다스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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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애, 검소, 겸손"

 

 

동양 고전의 지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이해하기 쉽고 술술 읽히는 고전을 읽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제는 노자를 읽을 시간이다.

이 책은 작가의 가까이 있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풍경과 나눈 대화를 81일간의 편지로 나누어 담은 책으로,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과 함께 주옥같은 <노자>의 한 구절 한 구절을 읽으며 삶의 길목에서 노자의 지혜를 부담스럽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지은이가 궁금하다.

지은이: 문규선

회계학을 배운 머리로 33년간 기업에서 일함. CFO, COO,CEO 등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조직이 전략과 숫자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차에 선배님의 충고로 '리더십과 코칭'을 공부하고 가슴으로 리더의 진정한 조력자가 되겠다는 비전을 갖게 되었다. 인문학당 상우(尙友)에서 우응순 선생님을 만나 삶의 전후좌우가 맞추어지는 기쁨을 받으면서 동양 고전을 공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를 전하고 싶어 대가들의 주석서를 읽고 쓰고 관련된 글을 찾고, 내용을 담기 위해 사진도 찍고, 드로잉도 하며 엮었다. 지금도 같이 모여 공부하는 여러 동료들로부터 울림을 받으며 글 쓰는 조력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내 삶에서 버릴 것과 가지고 갈 것, 너무 귀중해서 항상 챙겨야 할 것을 <노자>만큼 간단명료하게 보여주는 책은 없다고 한다.  노자의 핵심은 3가지 <자애, 검소, 겸손> 인데. '자애'롭기에 용감하고, '검소'하기에 넓힐 수 있으며, '겸손'하기에 천하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다. 매력적인 사람은 큰 귀를 갖고 아끼지만 옹색하지 않으며, 항상 뒤에 서서 향기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면서도 용기가 필요할 때를 알고 행동할 수 있다고. 내가 이 책을 통해 꼭 기억하고 싶은 노자의 10가지 가르침을 정리해 보았다.

1. 上善若水(상선약수)

가장 훌륭한 것은 물처럼 되는 것.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앞서겠다고 다투지도 않고, 모두가 싫어하는 낮은 곳을 향하여 흐른다는 노자의 가르침이다.

2. 多言數窮 不如守中(다언삭궁, 불여수중)

말이 많으면 자주 막히니, 차라리 중심을 지키는 것만 못하다. 우리 현실에서도 백 마디의 말보다 진정성 있는 행동 하나가 더 낫다. 헛되게 말하느니 비워두는 것이 낫다. 얕은 개울물은 소리 내어 흐르지만 깊은 강물은 소리 없이 흐르는 법이다.

3.功遂身退, 天之道(공수신퇴, 천지도)

공이 이루어졌으면 몸을 물리는 것이 하늘의 이치이다. 공을 이루고 명예가 가득한 자리를 유지하며 교만하게 굴면 오히려 그 자리를 잃게 되는 법이다. 바람직한 리더는 어떤 리더인가? "공감 능력이 있고 합의를 추구하며 경청하는 리더, 모든 것을 자신의 공으로 돌리지 않으며, 모든 일을 자기가 결정하려고 하지 않는 리더가 좋은 리더이다"

4.能知古始, 是謂道記(능지고시, 시위도기)

모든 일에는 근본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 일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에 대한 것이다.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보일 것이다.

5.絶學無憂(절학무우)

어설프게 배우는 일을 중단하면 근심과 걱정이 없어질 것이다. 너무 계산적이지 않고 조금은 어리숙하게, 겸손하게 살아야 근심이 없다. 매사에 똑똑하고 똑 부러지는 사람에게는 경계하는 마음이 생기지만 겸손하여 조금 어리숙해 보이는 사람은 도와주고 싶지 않던가?

 

6.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표풍부종조, 취우부종일)

회오리바람은 아침 내내 불 수 없고, 소나기도 하루 종일 내릴 수 없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눈앞에 일어나는 일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말을 아끼고 고요히 기다리면 어느덧 마음이 맑아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7.爲者敗之,執者失之(위자패지, 집자실지)

억지로 일을 도모하면 일을 망치고, 집착하는 자는 그것을 잃고 말 것이다. 우리는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에서 거리를 두어야 한다. 사랑하는 것들을 홀로 내버려두는 공간과 시간을 가져야 한다. 뭘 좀 안다고 똑똑한 척하며 이해타산에 밝은 사람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여도 실속이 없고 겉만 화려할 뿐이다. 근본을 잃어 어리석은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 날뛰면 이미 가지고 있는 것도 놓치게 된다.

8.爲學日益, 危道日損(위학일익, 위도일손)

배움은 하루하루 쌓아가는 것이고, 깨우침으로 가는 길은 하루하루 덜어내는 것이다. 좋은 사진, 좋은 문장, 좋은 삶은 모두 빼기를 통해서 완성된다.

9.善攝生者, 基無死地(선섭생자, 기무사지)

섭생을 잘 하는 사람이란?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것이 아니고, 먹어야 할 것을 먹어야 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고 해야 할 것을 한다. 해야 할 것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지 않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먹여야 할 것을 먹고, 해야 할 것을 하며, 하지 않아야 할 것을 하지 않은 것이야말로 진정한 섭생이라는 것이다.

10.禍莫大於輕敵(화막대어경적)

상대를 가볍게 여기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은 없다. 협상의 핵심은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보는 것. 노여워하거나 가볍게 여기면 그것을 볼 수 없다. 어떤 사실을 안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 그 알고 있는 사실을 어떻게 말하느냐가 어려운 일이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오만과 편견 中)"

"부드럽다는 것은 '자기'를 고집하지 않는다는 것 아닐까? 유연한 사람은 향기가 나고, 고집스러운 사람은 '분란'을 만들듯이"

"사물이 오면 그에 맡겨 거스르지 말며, 떠나가면 떠나가는 대로 좇지 말며, 무엇을 말하든지 간에 지나간 것은 후회하지 말며, 아직 오지 않은 것은 염려하지 말라. (달마)"

81편의 편지는 <본질, 마음, 관계, 리더> 이렇게 4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다.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도 좋고, 카테고리별로 묶어서 읽어도 좋을 듯하다. 소중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본질을 잘 꿰뚫어보고 마음을 잘 다스리며, 다양한 관계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며 어떤 위치에 있든 리더의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기록해서 두고두고 기억하고 실천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다. 어렵고 딱딱한 고전을 두껍지 않은 책으로 읽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글자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여러 번 곱씹어 생각을 하게 만들고, 그러다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노자와 같은 통찰력을 가지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노자> 비기너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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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
김영숙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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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라는 책이다.

모든 것이 아는 만큼 보이기 마련이지만 특히 미술 작품을 볼 때 배경지식이 많으면 그만큼 작품의 행간을 깊이 읽어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은 아름다운 미술의 세계로 안내하는 365 수업으로 365점의 명화와 함께 미술의 지식을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는 교양을 쌓기 좋은 책이다. 이름부터 익숙하지 않아 흥미를 잃기 쉬운 미술작품들을 작가는 독자를 위해 최대한 쉽게 전달해 준다. 월요일~일요일까지 작품, 미술사, 화가, 장르, 기법, 세계사, 스캔들, 신화&종교 총 7개 분야의 지식을 다루고 있다.

월요일: 작품~반드시 알아야 할 교양 필수 명화

화요일: 미술사~원시미술부터 근대미술까지 미술사의 결정적 명장면

수요일: 화가~미술사에 환 획을 그었거나 인상적인 삶을 산 예술가

목요일: 장르&기법~거장들이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 회화 양식의 기술

금요일: 세계사~세계 역사의 주요 사간을 기록한 시대적 명화

토요일: 스캔들~걸작에 숨겨진 뒷이야기와 미술사 속 논란의 순간

일요일: 신화&종교~작품으로 만나는 그리스 신화와 성서, 그리고 전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대중에게도 많이 알려진 작품이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작품으로 북유럽의 모나리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귀에 달린 진주를 눈에도 달고 있는 듯 금방 눈물방울을 떨어뜨릴 것 같은 눈. 그런데도 너무 아프지도 않아 보이는 표정. 이 정갈한 초상화의 모델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페르메이르의 아이 중 하나이거나  또는 집안일을 도와주는 하녀를 모델로 했을 거라는 추정이 있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라는 영화와 소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추정의 후자쪽 즉 하녀라는 추측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이번 주말에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영화를 찾아볼 예정이다.

[사라진 가셰 박사 스캔들]

 빈센트 반 고흐가 짧았던 생의 마지막 정착지는 파리 인근 오베르쉬르우아즈 였다고 한다. 그곳을 택한 이유는 정신과 의사이자 그림 애호가이며 아마추어 화가인 '폴 가셰 박사'와 함께 예술을 논하고 진료도 받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하지만 막상 진료가 시작되자 불같은 성격에다 최근 아내를 잃은 뒤 깊은 우울증에 빠진 가셰 박사를 두고 과연 자신을 치료할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했다고 한다. 반 고흐가 가셰 박사를 그린 그림은 총 2점인데, 그중 <가셰 박사의 초상>은 일본 다이쇼와 제지그룹의 사이토 료헤 회장 손에 넘어갔는데, 회장은 그림을 대중에게 절대 공개하지 않았고, 심지어 자신이 죽으면 함께 묻어달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1996년 회장 사후, 이 그림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그림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쌍둥이 모나리자가 있다?]

친숙한 작품 모나리자. '리자'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을 그린 그림으로, 이탈리아에서는 '모나'는 귀부인을 부르는 호칭이라고 한다.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에는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모나리자와 거의 비슷하지만 더 젊고 가느다란 눈썹이 있으며 배경까지 마무리된 <모나리자>가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꽃미남 제자이자 동성 애인인 살라이나 프란체스코 멜치 둘 중 하나의 작품으로 추정한다고.  내가 알고 있는 모나리자와 생각보다 많이 닮았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내가 할 수 있는 한'은 얀 반 에이크(화가)의 좌우명이었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화가인 그는 형과 함께 유화를 발명하여 그림의 사실주의적 완성도를 높였다. 당시 부르고뉴의 상류층이 좋아하던 붉은색 터번을 쓰고 있는 '남자의 초상'-얀 반 에이크의 자화상은 꽤 강렬했다.

[중년]

카미유 클로델의 <중년>이라는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프랑스 국가 공인 미술학교에서 조작을 공부하고자 하였으나 여학생을 받아주지 않았고, 그녀의 스승은 로마로 떠나면서 자신을 대신할 선생으로 로댕을 소개했다. 19살 클로델은 24살 연상이었던 로댕과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로댕에게는 이미 어려운 시절을 함께한 여인 로즈 뵈레가 있었다. 로댕은 한때 오래된 연인을 정리하고 클로델과 결혼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고, 클로델은 배신감, 상실감, 집착의 병을 앓다가 정신병원에 수용되었고, 가족의 거부로 정신병원에 갇혀 30여 년을 지내다 사망했다. 기구한 그녀의 일생이다.  사정을 알고 <중년>이라는 작품을 다시 보니 또 다르게 보였다.

[밤의 카페테라스]

밤의 카페테라스는 고흐의 작품으로 핸드폰 케이스나 엽서로도 자주 접했던 그림이다. 단순한 밤 카페 풍경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테라스 중앙에 서 있는 하얀 옷차림의 남자를 예수로, 카페에 앉은 이들을 제자로, 그중 왼쪽의 문밖으로 나가는 이가 그를 배신한 유다라고 볼 수도 있다고. 그리고 예수의 배경에 그려진 창틀이 십자가라는 점도 우연이라고만 볼 수 없게 되는데, 고흐의 아버지가 목사였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도 신학 대학에 진학하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는데, 어디까지 추정이라 했지만 신기했다. 고흐만이 그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이 섬은 주말이면 파리의 중산층부터 노동자까지 휴식을 취하기 위해 모여든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댔대고 한다. 그림 오른쪽에 엉덩이가 툭 튀어나온 여인이 서 있는데 보정 속옷을 입어 엉덩이가 부풀어 오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당시 유행이었다고 한다. 또한 그녀는 애완용 원숭이를 묶은 줄을 잡고 있는데 원숭이는 그림에서 주로 음란함을 상징한다고. 독특한 복장, 그림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 그리고 물건들도 그냥 그려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유롭게 표현한다. 그 자유로움 속에서 작품의 진짜 의미를 찾는 것은 오롯이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작품 해석에 정답은 없겠지만  배경지식이 많을수록 작가의 의도를 조금은 더  쉽게 파악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작품을 감상하는 진정한 묘미를 느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1가지 작품을 1페이지로 풀어낸 이 책은 쉽고 재미있게 미술 교양을 쌓을 수 있는 책이다. 차례대로 읽어도 괜찮고, 관심 있는 주제부터 읽어도 큰 문제 없을 듯하다. 개인의 취향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작품, 화가, 세계사, 스캔들 이렇게 4개 파트가 재미있었다. 화가의 일생이나 걸작에 숨겨진 뒷이야기와 미술사 속 논란은 소설의 소재로 훌륭하게 쓰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출간 예정인 1페이지 세계사 365, 1페이지 철학 365 시리즈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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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생각 - 이 세상 가장 솔직한 의사 이야기
양성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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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의사를 만나지 않은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보통 의사는 아프고 힘들 때 만나게 된다. 특수한 분야의 의사가 아닌 대부분 매일 아픈 사람들을 진료해야 하는 의사는 어떤 마음일까? 궁금했었다. 의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브런치 조회수 100만의 작가. 첫 책을 낸 지 벌써 10년이 넘었고 이번이 다섯 번째 책인 중견 작가이자, 의사인 그가 쓴 신작 '의사의 생각'을 읽으며 그 궁금증이 조금은 풀렸다. 작가로 돈을 벌어서 하루에 환자 열다섯 명을 한 명당 30분씩 보는 게 꿈인 의사의 진솔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 책을 읽으며 마음이 차분해지고 따뜻해졌다.

 

진료실에서 의사는 어떤 일을 겪고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할까?

의사는 셜록 홈스가 아니지만, 환자가 처음 진료실을 들어서는 순간, 의사의 오감은 바빠지고 보호자를 살피게 된다고 한다.

 

사례를 통해 아이와 엄마의 다양한 관계를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폐암에 걸린 40대 엄마가 덩치 좋은 장성한 20대 아들을 데리고 와서 진료를 보는 장면에서 울컥했다. 혹시나 자기 아들도 나이가 들면 자신처럼 폐암이라도 걸릴까 걱정과 미안함 속에서 아들 대신 힘들게 이야기하며 진료를 함께 보러 온 엄마. 엄마는 편히 눈 감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엄마니까. 이 땅의 부모와 자식이 모두 좋은 관계이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인간의 바닥을 보는 데에는 경찰서와 병원만 한곳이 없다. 공감했다. 생사의 갈림길을 서있는 환자 앞에서 보호자의 그 진심은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아버지의 연금을 받기 위해 지극정성인 척하는 아들의 이야기에는 화가 났다. 아버지가 살아 있어야만 200만 원이 넘는 연금이 나오니까 아버지가 입원한 며칠 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다가, 어느 날 와서는 소리치고 난리 부리는 보호자부터 해서 누가 돌보니, 누가 모시니, 재산을 어떻게 하니 마니, 혹시나 아버지가 죽으면 연금이 안 나올지도 몰라 저런다는 옆 침대의 간병인의 말에 의사는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고 한다. 하. 도대체 인간의 바닥은 어디까지인 것일까.

 

인간의 죽음의 완벽한 타이밍을 알 수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닌 신일 것이다. 의사가 예상하지 못했던 타이밍에 환자의 삶이 마감될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환자의 죽음에 환자의 가족들은 의사를 원망하거나 책임을 물고 싶을 수도 있다. 비슷한 상황에서 의사는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자신의 안위를 우선 걱정했다. 그런 의사의 생각을 모른 채 잘 돌봐주셔서 감사하다는 보호자의 말에 의사는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울었다고 한다.

 

"환자들은 거짓말을 한다. 학교에 늦어서, 또는 학교에 가기 싫어서 아프다고 하는 학생들의 꾀병은 애교 수준이다. 아픈지 꽤 됐지만 엄마가 또는 딸이 걱정할까 봐 며칠 전부터 아팠다고 사소한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 모든 사람들은 때때로 거짓말을 한다. 목숨이 위태롭더라도 말이다. (의사의 생각 중)"

 

환자의 말을 '진료에 도움이 되는 말' '쓸데없는 말' '거짓말' '결정적인 단서'로 분류하고, 동시에 '숨기거나 말하지 않은 사실'까지 추론하면서, 수십, 수백 가지 용의자를 지워나간다. 그렇게 범인을 찾아야 한다고. 설령 환자들이 의사를 속이려 하고, 또 가끔은 그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서 화가 나더라도 사람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포기하면 안 된다고. 그렇기에 의사는 힘들고 어렵고 슬픈 직업인가보다.

 

나도 언젠가 진료를 받으며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검사 꼭 해야 하냐고. 그런데 왜 검사를 권했는지 알 것 같다. 의사는 소송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더 많은 검사를 권하게 되는 것이었다. 의학은 어렵고, 법적 책임은 더 커졌다. 의사는 자기방어에 바쁘고, 사람들은 더 이상 의사를 믿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자신만을 지키기 바쁘다.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그나마 다른 국가에서 부러워하루만한 건강보험 의료 시스템을 갖춘 나라인 것을 위로로 삼아야 할까?

 

'꼰대의 잔소리'는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에게 필수 조언으로 널리 알려야 할 것 같다.

인생에서 다섯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한다. 첫 번째는 부모님. 딱 태어나는 순간 결정된다. 부모님과 한국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 생각보다 한국은 안전하고 교육의 기회가 비교적 평등하게 주어지는 생각보다 괜찮은 나라라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대학. 의사하고 싶으면 시험을 잘 쳐서 의대 가라는 것. 가능하면 좋은 직업을 가지라는 조언. 시급 2000원 아르바이트를 했었지만, 의대생이 되고 나서 시급 25000원 과외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시간단 노동력이 이렇게나 차이가 난다는 뼈아픈 현실. 세 번째는 결혼. 결혼 상대는 결국 주위 사람인데, 사람들이 의사 남편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제일 쉬운 방법은 자신이 의사가 되는 것. 네 번째는 자식.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자식. 다섯 번째는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어른들이 공부해라 잔소리 같지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첫 번째이자 가장 큰 전환점이 수능이라는 것. 구구절절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도 꼰대가 다 된 것 같다 (웃음)

 

의사도 어떻게 보면 병원에 소속되어 있는 직장인이다. 다만 다른 직장인들과 다른 점은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는 것. 그리고 소명의식이 투철해야 한다는 것이 그 차이점일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의사이기에 자신이 딸에게 해주는 것처럼 환자가 입원했을 때 옆에 앉아 책을 읽어주다 환자와 같이 잠드는 것이 소망이라는 그. 언젠가는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소망인 것 같다.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의사들보다 작가처럼 인간적인 의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의사이면서 작가인 그가 들려줄 다양한 환자 이야기, 경력이 더 쌓이면서 변화하는 생각들, 그럼에도 변치않는 신념은 무엇일지 그의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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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 번역을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노경아 외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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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의 책이 아닌 이상 해외 작가들의 책은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어떤 번역가가 번역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책이 된다. 그만큼 번역가의 역할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번역가들은 과연 어떤 일상을 보내고 어떻게 일감을 따내서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는지 궁금했었다. 공부를 잘한다고 모두가 훌륭한 선생님이 될 수 없듯 외국어를 잘 한다는 것과, 번역을 잘 한다는 것은 다른 성질의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어를 좋아하고 잘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은 아니 여러 번 고민해 봤을 만한 직업 번역가. 5명의 선배 번역가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경험과 현실적인 조언은 특히 도서 번역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꽤 많은 도움이 될 책이다. 여담이지만 한 손에 딱 들어오는 책 크기도 딱 좋았다.

 

"소질은 있는데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라는 피드백은 제 모자란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해 주는 동시에 자신감 없었던 저를 크게 격려해 주었습니다. 그때부터는 '부족한 점만 보강하면 나도 좋은 번역가가 될 수 있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도서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中)"

 

베테랑 번역가에도 처음은 있다. 막연하게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찾아 헤매는 것보다는 평판이 괜찮은 번역 학원이나 번역 아카데미를 찾아가서 번역 공부도 하고 자신의 번역에 대한 피드백도 받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번역 일감도 얻을 수 있는 것 같았다. 자기 글은 아무리 들여다봐도 장단점을 파악하기 어렵고 번역을 여러 번 해도 결과물이 거기서 거기라고. 결국 돈을 들여 시행착오를 줄일 것인가 아닌가 하는 개인의 선택의 문제다.

 

선배 번역가의 조언처럼 단순히 이 길이 내게 맞을지 아닐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입문반 정도 들으면서 과제를 하고 그 피드백을 받으면서 자신의 가능성을 가늠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선배 번역가들도 일로 연결될 수 있는 곳 학원을 찾아갔는데 강좌가 시작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샘플 테스트까지 통과하고 책 번역을 맡게 된 번역가도 있었다. 큰 기대 없이 혹시나 하고 지원했는데 마침 경력과 관련 있는 책이라서 기회가 왔었다고 한다. 다른 번역가들도 번역가가 되기 전 회사 생활과 본인이 좋아했던 취미생활이 도움이 되어 번역가로 이어진 케이스가 꽤 있는 듯했다.

 

꾸준히 일감을 줄 곳을 한두 군데만 확보해도 번역가로서 사는 삶이 상당히 달라질 것이라고. 에이전시와 거래하면서 초기부터 출판사의 거래를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솔직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블로그에도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실제로 블로그를 보고 연락하여 일을 맡겨 준 출판사도 있다고.

 

외국어를 좋아하고 잘 하지만, 과연 나도 번역가를 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은 그 누구보다도 이미 자기 자신이 알고 있을 것이다.


"평소 도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출판 번역가가 되기에 충분한 자질이 있다고. 번역가라는 직업에 어떤 설렘을 느낀다면 높아만 보이는 진입장벽에 지레 겁부터 먹지 말고 도전이라도 해봤으면 좋겠다. (도서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中)"


이 외에도 어느 정도 일해야 1인 가구가 먹고 살 만큼의 벌이가 될까? 베테랑 번역가들이 하루에 감당할 수 있는 번역량은? 번역가의 루틴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행복할까? 마감에 돌입할 때마다 번역가가 하는 일은? 선배 번역가들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일까? 내가 번역한 작품의 작가를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번역가가 되기 위해 읽으면 좋을 책은? 등등 선배 번역가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도서 번역가를 희망하지만 길을 찾지 못해 막막했던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돌고 돌아 접어든 길. 나이가 몇이어도 도전할 수 있는 일. 관심을 놓지 않고 계속 공부하면서 건강을 관리한다면 감각도 체력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일. 대한민국 평범한 여성들이 겪게 되는 경력 단절 프로세스를 밟게 되었지만 뜻밖에 가장 잘 맞을 수도 있는 일. 돈은 많이 벌지 못하지만 일과 삶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지는 일. 모든 힘든 과정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희열감을 느낄 수 있는 일. 그것은 바로 도서 번역가의 일을 말한다. 멋지다.

 

책을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이 있을까? 번역가들의 수고와 수입이 비례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겠지만 말이다. 자신이 가고 싶은 그 분야의 선배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지 않던가. 번역가에 관심이 있다면, 번역가가 되고 싶다면 그 선택에 앞서 이 책을 먼저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그동안의 막연했던 고민거리가 대한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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