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주고 욕먹는 당신에게 - 50만 명의 인간관계를 변화시킨 자기중심 심리학
오시마 노부요리 지음, 이건우 옮김 / 푸른숲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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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책 표지가 너무 귀여워서 마음에 들었는데, 책을 읽어보니 내용은 더 좋았다. 

이 책의 저자인 오시마노부요리 씨는 지난 25년간 8만 건이 넘는 상담을 진행했으며, 특히 직장인이 겪는 인간관계 문제를 개선시키는 심리상담가로 유명하다. 사람의 마음과 치유를 주제로 집필한 30여 권의 저서는 일본에서만 5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고. '잘해주고 욕먹는 당신에게'는 저자가 그간 연구해온 '자기중심 심리학'의 핵심을 정리한 저서라고 한다.  자신의 내면의 성찰이나 반성이 아닌, 타인의 나쁜 감정을 차단해야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포인트. 좋은 사람이 될수록 손해를 보며, 차별대우나 미움을 받게 된다는 것. 아이러니하지만 사실이다.

* 인간관계의 항상성이란 무엇인가.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으면 있을수록 상대는 자연스레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나쁜사람이 되어가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힘들어 지는 것이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상대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나쁜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상대방의 행동을 가능한 한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무엇이든 선의로 받아들이기에 상대방도 자신처럼 나를 이해해줄 것이라고 착각한다.

* 무리 안에서의 항상성

인간관계에서는 한 무리 안에 좋은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나쁜 사람이 나타나서 좋은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 스스로 좋은 사람을 그만두면 자신을 거부하던 사람들인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신을 받아들이는 현상이 벌어진다. 무리 안에서 좋은 사람이 사라지면 나쁜 사람도 더 이상 자신의 역할을 고수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의 항상성을 반드시 기억하자.  무능한 상사와 동료를 불쌍히 여겨 만능감에 빠져 지배당하지 말아야지.

* 상대를 바꿀 수 있다는 만능감을 버려라.

다른 사람의 감정에 신경을 쓰는 순간 자신의 감정에 소홀해지면서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한다. 스트레스로 뇌가 자극을 받으면 자신은 무엇이든 알고 있다는 만능감에 젖어 상대방을 제어하려고 한다고. 상대가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결국 파괴적인 인격으로 변해서 상대를 공격하고 만다.

* 거절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전혀 신경쓰지 말고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다보면 서서히 자신의 감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다른 사람의 기분(표정이나 행동)을 살피다가 괴로움에 빠진 사람이 해야 할 일

타인의 기분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 이상 추측하지 말 것!! 상대의 기분은 조금도 상상하지 말자. 상대방의 감정은 그 사람의 것이므로 타인이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누가 무엇을 느끼든 자신이 관여할 필요가 없어진다.

* 함부로 상대를 불쌍히 여기거나 도움을 주지 말자.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상대방을 충분히 존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상대방은 스스로 일어나 난관을 헤쳐 나간다. '친절함'은 곧장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힘을 진심으로 믿고 지켜봐주는 것!! 상대가 도움을 청할 때 까지 먼저 나서지 말자. 곤경에 처한 사람과 고통받는 사람에게만 감정을 이입하면, 결국 주변에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만 남게 된다. 그냥 지켜봐 주기로 하자.

일이 힘든게 아니다. 사람 때문에 힘이 든다. 모든 상황을 내가 제어할 수는 없다.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만 한다는 원칙을 지키자!! 좋은 사람이 되면 항상 웃는 얼굴로 지내야 한다. 무척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기 중심적 사고가 결국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는 작가의 조언 처럼 남의 기분 남의 생각을 한다고 깨닫는 순간 그 시간을 나를 위해 쓰자고 생각을 바로 바꿔봐야지.  상대가 질투하거나 싫어하는 기색과 태도가 드러나고 부정적인 영향이 느껴지면 알아채고 흘려 보내면 그만이다.  나의 행동과 말에 자책하지 말자. 실수를 했다면 쿨하게 인정하고 인지하면서 나쁜 감정은 흘려보내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껄끄러운 사람 그리고 싫은 사람을 끌어들이지 않고 자연스레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사람때문에 그리고 각종 인간관계 때문에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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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전형필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부자 이야기 2
박용희 글, 지현우 그림, 손영운 / BH(balance harmony)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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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민정음 해례본, 신윤복의 미인도, 신윤복의 풍속화 화첩, 김득신의 파적도(한적한 농가 마당에서 병아리 물고 달아나는 고양이와 놀라 날개 치는 어미 닭, 황급히 고양이를 잡으려는 주인 부부가 묘사된 그림),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 겸재 정선의 인곡유거도(인왕산 자락에 있던 견재 정선 자신의 집 풍경을 그린 그림) 등 우리가 학창시절 훌륭한 우리 문화재들을 교과서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간송 전형필' 선생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최근에 몽블랑(몽실북클럽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책 '경성탐정이상'이 계기가 되어 실존인물로 등장했던 간송 전형필 선생님의 이야기를 학습 만화로 만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동대문 DDP에서 열렸던 '간송문화전' 관람을 계기로 훌륭하신 분이라는 것은 대략적으로 알고있었지만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만나 간송 전형필 선생님의 일대기를 읽게 되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지난 2020년 5월 뉴스에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간송미술관이 국가보물로 지정된 금동 불상 2점( "보물 284호 금동여래입상" 과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 ) 을 경매에 내놓았다는 소식을 보고 깜짝 놀았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간송미술관 소장품이 경매에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인데, 누적된 재정난에 어려움 겪다 불상 등 정리해 해소하려는 듯 하다는 기사들이 주를 이루었고 미술계에서도 "놀랍고 안타깝다"라는 반응이 대다수 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간송의 소장품은 5000여점. 모두 간송미술문화재단에 귀속돼 있는데, 이 중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국보에 대해선 상속세가 없으나, 그외 다수의 소장품에는 상속세가 붙는다. 이번 간송미술관이 내놓은 불상 2점의 경매 시작가는 각각 15억원 이었으나 결국 유찰되었다.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경매시장에서 팔린다고 해도 턱없이 부족할 거란 얘기다. 안타깝다.

 

'간송 전형필' 선생님은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을 꿋꿋이 견뎌내며 우리 문화재를 지켜왔던 진짜 멋진 부자였다. 99칸의 한옥과 10만 석의 재산을 가졌던 거부였으며,당시 한양과 경기도 충청도와 황해도에도 큰 땅이 있었다.한양의 어지간한 기와집 100채는 살 수 있는 재산이었다고 한다. 우리 몇 식구만 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우리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식구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아버지(전형필은 두문동에 은거했던 고려의 남은 신하 72명 중 한 사람이었던 전오륜의 자손으로, 전형기의 둘째 아들이면서 전명기의 양자로 맏아들 이었다) 의 가르침이 전형필을 만들었다.

 

60대 위창 '오세창' -최고의 심미안 감식가 / 40대 춘곡 '고희동' -최초 유학파 서양화가 / 20대 간송 '전형필' - 하늘이 내린 거부!
우리 민족의 얼을 지키는 일!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는 소중한 민족 문화재를 지켜 내는 일! 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이 3분이 만나 시대를 아우르는 예술적 계보를 통해 우리 문화재를 지켜냈던 것이다. 간송은 알려지지 않는 그림도 귀하게 여기며, 물건 값을 깎는 경우가 없었다고 한다. 귀한 물건은 주인이 싸게 내놓더라도 더 주라고 했다고. 이외에도 간송 전형필 선생님이 일본으로 흘러간 문화재를 사들인 감동적인 많은 장면들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1933년 친일파 송병준의 집 아궁이에서 불쏘시개가 될 뻔했던 겸재 정선의 화첩 ‘해악전신첩’, 고급 기와집 10채 값인 2만원을 일본인 골동품상에게 덥석 주고 얻은 ‘청자상감운학문매병’, 1000원을 부르던 거간꾼에게 1만 1000원을 쥐어주고 건네받은 뒤 눈물을 쏟았다는 ‘훈민정음 해례본’ 이야기. 그리고 1936년에는 역사에 길이 남을 감동적인 장면도 있었다. 경성구락부(한국 최초 미술품 경매회사)에서 경매에 부친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국보 제294호)을 두고 일본 최고 골동상과 벌인 ‘기싸움’이다. 1만 4580원까지 치솟았지만, 간송은 기어이 낙찰을 받아내고야 만다. 1937년에는 일본에 정착한 영국인 변호사 존 개스비의 ‘고려자기 컬렉션’을 끌어오기도 했다.‘민족문화유산의 수호자’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었다.

 

전형필은 고미술품 뿐만 아니라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학비를 지원하고, 고아원 양로원 지원, 생활이 어려운 지인이나 문화예술인을 꾸준히 도왔다. 보성고등보통학교를 인수하여 후학양성에도 힘썼다. 안타깝게도 1962년 1월 26일 57세의 나이로 급성신우염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신기하게도 간송 전형필 선생님의 유족들 또한 그의 뜻을 이어 대부분 미술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미술계에서 '간송학파'라는 갈래가 생겼다고 한다. 겸제 정선-추사 김정희-위창 오세창-간송 전형필-혜곡 최순우의 계보를 뜻한다고.

 

간송 전형필 선생님을 오래 오래 기억하고 그 뜻을 기리는 일이야 말로 우리 후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경성탐정 이상'이라는 추리 소설 속에서 실존 인물로 만났던 선생님의 존재가 반가웠다. 바람이 있다면 간송 전형필 선생님에 관련된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영화가 개봉되서 진정 용기있고 가치있었던 일들을 실천에 옮겼던 선생님의 이야기들이 대중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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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 그래픽노블
머라이어 마스든 지음, 브레나 섬러 그림, 황세림 옮김, 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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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루시모드 몽고메리의 '빨강 머리 앤'을 2020년 그래픽노블로 만났다.

앤을 비롯하여 등장인물들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묘사가 되었을지 궁금해서 무척이나 기다렸던 책이었다. 어린 시절 동화책, 애니메이션으로 접했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앤을 잊고 살았었다. 어른이 되어서 다시 조우하게 된 그래픽노블속의 앤은 역시나 사랑스럽고 상상력이 넘치고 멋진 여성이었다. 빨강머리에 주근깨 빼빼마르고 눈이 컸던 애니메이션속 앤은 아니지만 , 좀 더 현실적으로 묘사된 그래픽노블의 앤과 등장인물들 속으로 빠져들었다.

 

상상력이 넘치는 여자이이는 대단한 힘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루시 모드 몽고메리.

아담한 초록 마을 애번리에 늘 이웃을 살피는 레이첼 린드가 초록 지붕 집 매슈 커스버트가 읍내에 나가는 모습을 목격하고 커스버트 남매의 집에 방문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왜 읍내에 나가는지 궁금했던 그녀는 곧바로 남매의 집으로 찾아갔던 것이다. 남매는 고아원에서 남매의 농장 일을 도울 아이가 필요해서 데려오기로 했던 것이다. 남자 아이를 원했지만, 운명처럼 여자아이 바로 앤을 만나게 된다.

 

마릴라를 기쁘게 하기 위해 기도 하는 앤의 모습은 너무나 귀여웠다.

"부디 초록 지붕 집에 살게 해주세요. 그리고 어른이 되면 예뻐지게 해 주세요"

 


그녀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았을까? 우여곡절 끝에 앤은 마릴라와 매슈와 함께 가족처럼 살게 되었다.

앤에게는 소중한 사람들이 많았다.마릴라 커스버트 / 매슈 커스버트 남매를 비롯하여, 단짝친구 다이애나, 조금은 엇갈렸지만 서로 호감을 느끼는 길버트 등 모두가 상상력이 풍부한 앤이 멋진 여성으로 성장할 수 있게 곁에서 지켜봐주고 함께해주었던 것이었다.

그래픽 노블 속에서 앤의 무한한 상상력을 예쁜 그림과 함께 만나 볼 수 있다.


"그래도 실수할 때 마다 배워요.

자수정 브로치 사건 때는 내 것이 아닌 물건에 손대면 안 된다는 걸 배웠어요.

유령의 숲 사건 때는 지나친 상상은 금물이나는 걸 배웠고요.

머리를 염색하고는 허영심을 고쳤죠.

그리고 오늘부로 낭만에 집착하는 일도 없을 거예요.

소중하고 예쁜 생각을 하되, 보물처럼 가슴속에 간직하면 더 좋다는 걸 배운 거죠."

 

 

앤은 성장하면서 현명하고 예쁜 숙녀가 되어 가고 있었다.

교원을 양성하는 퀸스 사범학교 입시에서 당당히 1등을 하고,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갈 수 있게 되었지만 사랑하는 매슈가 죽게되고 마릴라를 혼자 남겨두고 갈 수는 없었다. 앤은 포부를 바꿨다. 그렇게 초록지붕의 집에서 앤과 마릴라와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앤은 초록 지붕 아래 창 너머로 인생을 바라본다. 보람된 직장과 진실한 우정, 미지의 모험으로 가득찬 세계를, 그리고 자신의 세계가 지금껏 상상했던 것보다 크다는 걸 깨달았다. 오랜만에 앤 셜리를 만나 그곳에 한동안 머물렀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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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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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평소 좋아하는 작가인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이!! 제목도  어여쁜 신작이 출시되었다는 아주 기쁜 소식이다!!

이번 신작은 '읽기 쓰기 그리고 삶(주변)'에 대한 에쿠니 가오리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장같은 책인데, 그녀가 그 동안 여기저기 발표한 짧은 글을 수집하고 골라서 편집한 에세이와 아주 짧은 소설이 섞여 있다. 글의 호흡이 길지 않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작가는 과연 평소에 어떤 생각과 생활을 하는지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어느 정도의 궁금증이 해소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그녀가 추천한 책 '충만한 삶(존판테)'을 읽어봐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존판테의 충만한 삶은 두말이 필요없는 멋진 소설이라고. 읽는다는 것, 쓴다는 것에 대한 산다는 것에 대한 모든 것이 한 권에 담겨있다고 한다. 그녀는 서점에 가서 당장 이 책을 사라고 하고 싶다고 했다.

나의 읽을 책 리스트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두 시간씩 목욕을 하고, 아침과 저녁에는 과일만 잔뜩 먹고, 어디에 갈 때는 책과 비눗방울을 가지고 다니고, 좋아하는 놀이는 끝말잇기라는 것,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집이 아닌 장소에서 화장실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빵을 사랑한다는 것도.

나도 빵을 좋아하지만  빵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어쩜 이렇게 맛깔나게 글을 쓸 수 있는 걸까?

2009년에 그녀가 썼던 일기도 몇 편 소개되어 있었다. 소설가는 어떻게 일기를 쓰는지 궁금했었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일기에 어떤 내용을 쓰는지. 소설을 쓰는 동안 '전투'를 한다는 그녀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매일 두 시간 목욕, 피오네 포도, 당구, 강아지 산책, 사람들과의 만남, 책읽기, 글쓰기등 그녀의 일상생활은 단순하고 담백했다. 

'쓴다는 것은 시간을 약간 멈추게 하는 것. 멈춰진 시간은 거기에 계속 머문다. 글자를 통해 바깥과 이어 왔던 것이리라. 아주 조금 시간을 멈춰놓고, 머물게 할 수 없는 것을 머물게 하려고. 쓴다는 것은, 혼자서 하는 모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에세이 속에서 추천하는 다양한 책들이 있는데, 시간을 들여 꼭 읽어보고 싶다.

'책을 읽은다는 것은 도피인 동시에, 혼자서 밖으로 나가기 위한 연습이기도 했다. 혼자서 여행하는 것, 사물을 보는 것, 이해하는 것, 그리고 혼자 살아가는 것의, 간단한 연습이기도 했다. '

묘하게 이번 책을 다 읽고 나서 기억에 남은 문장이 있다. '이 방에서는 고요한 냄새가 난다. ' 여러 번 곱씹어보았다.

그녀는 소설을 쓰는 일을 하다보니 소설 안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현실을 사는 시간 보다 아무래도 이야기 속에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현실의 시간도 쉼 없이 흐르고 상황이 완전 달라져 당혹스러울 때가 있어서 한시 빨리 이야기 속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고.

"책을 읽는 다는 것을 그곳으로 떠나는 일이고, 떠나고 나면 현실은 비어 버립니다. 누군가가 현실을 비우면서까지 찾아와 한동안 머물면서, 바깥으로 나가고 싶지 않게 되는 책을 나도 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에쿠니가오리의 작품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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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뒤에 오는 것들 - 행복한 결혼을 위한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들
영주 지음 / 푸른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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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복한 결혼을 위해 지극히 현실적이고 주옥같은 이 조언들을 꼭 실천하면서 살아가야 겠다고 다짐했다."


<며느리 사표>로 유명한 영주 작가님의 두 번째 에세이를 읽었다.

남편에게는 '우리 여기까지' 그리고 시부모님께는'며느리 그만두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식들에게는 '엄마 역할 졸업한다'  이렇게 선언하고 실천했더니 변화된 것은 작가님 자신 뿐만 아니라 남편과 딸,아들 시부모도 모두 자신으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결혼을 하면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긴다. 무엇인가 이상하다고 자각해도 스스로 먼저 변화하고, 그 상황을 돌파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도 힘들다. 왜일까? 결혼하면서 무대 밖으로 사라진 여성은 사회에서도 자연스럽게 소외된다. 아무도 결혼한 여성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심 두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다. 당장 죽고 사는일 처럼 심각한 상황이 아닌 이상, 막연하게 그저 잘 살고 있겠지.뭔가 사정이 있겠지. 다들 그렇게 지레짐작한다.  며느리, 엄마, 아내로 살아가며 겪는 여성들의 불평등하고 부당한 문제들은 모두 개인 문제라고 쉽게 결론을 내린다.

'부부는 왜 함께 사는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평등한 부부로서 균형 있게 살려면 나와 너, 각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책 속에 지극히 현실적이고 주옥같은 많은 조언들이 있지만 내가 꼭 기억하고 실천하고 싶은 11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1.부모는 아들과 딸이 결혼하면 이웃집 부부 대하듯 하자. 자식도 마찬가지다. 부모를 떠나지 못하면 두 사람의 결혼은 시부모, 친정 부모와 함께 여섯 명이 하는 격이고, 부부는 여전히 부모와 자식으로 머문다. 여섯 명이 하는 결혼은 시작부터 복잡한 문제들이 뒤엉킬 것이다. 결혼한 부부에게 가장 우선해야 할 과제는 자신들만의 견고한 울타리(경계)를 만드는 것이다.

2.남에게 좋은 여자 되려다가 나에게 나빠지지 말자.

3.사랑받기 위해 애쓸수록 남편의 사랑은 멀어진다는 것. 사랑을 잃을까 봐 참아서는 안 되는 선까지도 참고 사는 어리석은 삶을 살아서는 안된다.

4.오히려 건강하게 사시는 부모를 지나치게 챙기는 태도가 자칫 부모 손에 지팡이를 더 빨리 쥐어주는 행동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자.

5.외부에 착하게 굴려다가 정작 자신에게 가장 잔인해진다는 사실을, 그 끝은 스스로를 죽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6. 내가 좋아하는 것, 필요한 것,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표현하면 상대는 그대로 배려해주고 싶어 한다.  '알아서 해주겠지'라고 맡겨버리면 배려는 일어나기 어렵다.

7. 부부 사이의 많은 문제가 서로 말하지 않아서 쌓이는 감정 때문에 생긴다. 미리 정보를 공유했다면 일어나지 않을 자잘한 문제들이 꽤 많다.

8.우리 두뇌는 말과 행동을 구분하지 못하고, 말하거나 생각한 것을 실제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아내를 소중히 여긴다는 생각만으로도 스스로 괜찮은 남편이라 착각할지도 모른다.

9. 여자도 태어나면서 부터 요리를 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아이러니하게도 유명한  쉐프는 남자가 더 많다.

10.절대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이 굳건한 다짐 같은 것은 믿을 것이 못 된다. 행동은 무의식에 저장된 마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남편이라는 존재와 남편의 잘못은 구분해야 한다.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칫 남편 전체를 싸잡아 나쁜놈으로 규정한다면 부부로서 회복될 가능성은 없다.

11. 부부에게 언제나 끝이 있음을 기억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가지 사정이 맞물려 잠시 일을 쉬었던 적이 있었다. 오히려 평소 하고 싶었던 도전해 보겠다며  이것 저것 배우며 더 바쁘게 살았다. 하지만 작가님의 말처럼 새로운 것에 열정을 쏟으며 배우려는 그 자세는 그저 내가 쓸모없는 존재가 아님을 증명하려는 안간힘 이었을지도 모른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처럼 모든 현상은 나타났다 사라진다. 속상한 일이 생기면 그 감정이 아닌 현상을 냉철하게 보도록 항상 노력해야겠다. 또한 불편함을 빨리 없애버리려는 반응이 오히려 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지. 여러 가지 역할에 매이다 보면 스스로 행복해지기 어렵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말자. 내가 스스로 원하는 것을 명확히 결정한다. 남편에게 잔소리 할 필요가 없다.  간곡한 호소와 하소연은 결국 모든 변화의 구심점이 상대에게 있다고 인정해버리는 것이다. 결혼생활을 힘들어하는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정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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