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평소 좋아하는 작가인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이!! 제목도  어여쁜 신작이 출시되었다는 아주 기쁜 소식이다!!

이번 신작은 '읽기 쓰기 그리고 삶(주변)'에 대한 에쿠니 가오리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장같은 책인데, 그녀가 그 동안 여기저기 발표한 짧은 글을 수집하고 골라서 편집한 에세이와 아주 짧은 소설이 섞여 있다. 글의 호흡이 길지 않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작가는 과연 평소에 어떤 생각과 생활을 하는지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어느 정도의 궁금증이 해소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그녀가 추천한 책 '충만한 삶(존판테)'을 읽어봐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존판테의 충만한 삶은 두말이 필요없는 멋진 소설이라고. 읽는다는 것, 쓴다는 것에 대한 산다는 것에 대한 모든 것이 한 권에 담겨있다고 한다. 그녀는 서점에 가서 당장 이 책을 사라고 하고 싶다고 했다.

나의 읽을 책 리스트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두 시간씩 목욕을 하고, 아침과 저녁에는 과일만 잔뜩 먹고, 어디에 갈 때는 책과 비눗방울을 가지고 다니고, 좋아하는 놀이는 끝말잇기라는 것,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집이 아닌 장소에서 화장실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빵을 사랑한다는 것도.

나도 빵을 좋아하지만  빵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어쩜 이렇게 맛깔나게 글을 쓸 수 있는 걸까?

2009년에 그녀가 썼던 일기도 몇 편 소개되어 있었다. 소설가는 어떻게 일기를 쓰는지 궁금했었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일기에 어떤 내용을 쓰는지. 소설을 쓰는 동안 '전투'를 한다는 그녀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매일 두 시간 목욕, 피오네 포도, 당구, 강아지 산책, 사람들과의 만남, 책읽기, 글쓰기등 그녀의 일상생활은 단순하고 담백했다. 

'쓴다는 것은 시간을 약간 멈추게 하는 것. 멈춰진 시간은 거기에 계속 머문다. 글자를 통해 바깥과 이어 왔던 것이리라. 아주 조금 시간을 멈춰놓고, 머물게 할 수 없는 것을 머물게 하려고. 쓴다는 것은, 혼자서 하는 모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에세이 속에서 추천하는 다양한 책들이 있는데, 시간을 들여 꼭 읽어보고 싶다.

'책을 읽은다는 것은 도피인 동시에, 혼자서 밖으로 나가기 위한 연습이기도 했다. 혼자서 여행하는 것, 사물을 보는 것, 이해하는 것, 그리고 혼자 살아가는 것의, 간단한 연습이기도 했다. '

묘하게 이번 책을 다 읽고 나서 기억에 남은 문장이 있다. '이 방에서는 고요한 냄새가 난다. ' 여러 번 곱씹어보았다.

그녀는 소설을 쓰는 일을 하다보니 소설 안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현실을 사는 시간 보다 아무래도 이야기 속에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현실의 시간도 쉼 없이 흐르고 상황이 완전 달라져 당혹스러울 때가 있어서 한시 빨리 이야기 속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고.

"책을 읽는 다는 것을 그곳으로 떠나는 일이고, 떠나고 나면 현실은 비어 버립니다. 누군가가 현실을 비우면서까지 찾아와 한동안 머물면서, 바깥으로 나가고 싶지 않게 되는 책을 나도 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에쿠니가오리의 작품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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