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잘 살았습니다
류승희 지음 / 생각정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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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연필로 그린 만화 에세이다. 연필로 그린 만화는 어떤 느낌일까 내심 궁금했었는데 아기자기하고 섬세했으며 정감이 느껴졌다.

이 책을 읽은 그날 저녁은 매우 피곤한 날이었다.

한정된 시간 동안 바쁘게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 많았다. 피곤한 날 나의 식욕은 극과극이다. 어떤 날은 과식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식욕이 없는 날도 있다. 그날은 식욕이 없는 날이었다. 샤워를 하고 간단히 저녁을 먹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다가 자기 전 이 책을 펼쳐 읽었다.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만화로 만나는 느낌은 유쾌했다. 어떤 작가님인지 궁금했다. 낮에는 두 아이의 엄마로, 밤에는 만화가로 분주히 살고 있는 류승희 작가님은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서른이 다 되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첫 책 <나라의 숲에는>으로 '2013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그녀들의 방>은  '2019 우수만화도서'에 선정되었고, <나리나리 고나리> 등 아이들을 위한 책도 꾸준히 내고 있다고 한다.

멋지다.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를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대로 천천히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육아에 지친 어느 날 책장에서 우연히 하이쿠를 모아놓은 시집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고 다시 만화가 그리고 싶은 마음이 계기가 되어 눈에 보이는 것들과 아이와의 일상을 그리기 시작해고 혼자 하는 작업이 늘어지지 않게 인스타와 브런치에도 올렸다고 한다.  그러자 다니면서 보는 모든 풍경이 만화가 되었다고. 일상이 그리고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따뜻한 만화가 된 것이었다.

오랫동안 스스로를 찾아 헤맸고 좋아하는 만화를 그리면서 조금씩 자신을 알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태어나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 그리는 일은 미루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너무 예쁘지만 엄마의 역할이 우선인 현실에 두렵고 화가 나는건 너무나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아이도 중요하지만, 엄마에게도 자신의 인생이 있다. 대단한 그 누군가가 되지 않더라도 괜찮다. 모든 풍경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우니까. 매일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나에게 주어진 삶 그 자리에서 묵묵히 한 걸음씩 나아가야지.

만화와 하이쿠의 절묘한 조화가 참 좋았는데, 각 에피소드 마지막에 곁들여진 하이쿠를 읽으며 그 의미를 곱씹으면서 책 읽는 속도가 저절로 조절이 되었다.

두 번의 임신과 출산, 아이와 도서관 가기, 워킹맘과 아이의 등굣길, 학부모 모임과 옆동네. 엄마와 콩나물밥, 어린이집 발표회, 반려묘의 하루,명절 시댁과 친정, 엄마의 건망증, 아이의 공룡사랑, 부부의 치약은 왜 2개가 되었는가, 오늘의 일상,할아버지의 종이접기,주말 낮잠, 엄마의 화장

제사, 자매, 엄마 아빠 아이가 모여 저녁 식사 때 꼭 하는 저녁 보고회,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여행, 태어난 날, 대학시절 자판기 커피 산책,보통의 하루, 비 오는 날의 이사,친구의 발자국, 햄버거, 미용실, 동네산책, 밤카페, 커피, 벚꽃

일상 소재에 얽힌 저마다의 추억들을 만화로 마주하니, 그동안 잠시 잊고 지냈던 그 추억들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느려도 꾸준히 매일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보내는 그 응원이, 매말라있던 내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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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인 당신이 작가가 되면 좋겠습니다 - 글쓰기에서 출판까지 실전 로드맵
백미정 지음 / 대경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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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솔직한 이야기가 참 좋았다."


이 책의 작가인 백미정님은 아들 셋, 엄마작가로 3년간 무려 15건의 출판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한다. 예전에 비해 책 출판이 쉬워졌다고는 하지만 어디 책 한권을 쓰기가 쉬운 일이던가?

작가님은 글을 쓰면서 아들 셋을 사람으로 대하는 객관적인 시선을 배울 수 있었고, 글을 쓰면서 돈이라는 물질보다 남편이라는 존재가 기쁨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엄마이기 때문에 엄마라서 쓸 수 있는 소재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책을 쓸 수 있다고 용기와 자신감을 준다.

 

그리고 글쓰기 뿐 만 아니라 출판사와는 어떻게 컨택을 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따뜻하게 알려준다. 작가님은 에세이 관련 출판사 메일 주소 리스트 600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투고할 때 한 달 정도 시간을 잡고 최소 300군데 최대 600군데 출판사에 원고와 출간 기획안을 메일로 보낸다고. 역시 하늘 아래 쉬운 것은 없다.


그녀에게 에세이란 삶을 즐기면서 견딜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잘 살기 위한 용기, 잘 쓰기 위한 용기. 잊지 말고 잃지말자고.솔직해지자고. 내가 먼저 살아야 남도 살릴 수 있다고. 나부터 챙기는 글을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만약 글을 쓰고자 한다면, 내가 지금 쓰려고 하는 글의 대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 나는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목차를 잡기 전, 물음표 4가지>

1-왜 쓸까?

2-무엇을 쓸까?

3-어떻게 쓸까?

4-만약 내 글이 책으로 출간된다면?

 

<책마다 똑같이 주장하고 있는 글쓰기 기술 7가지>

1-짧게 써라

2부사는 최대한 줄여라

3-주어를 명확히 하라

4-문장을 끝맺는 표현은 다양하게 하라

5-퇴고 하고 또 하라

6-내가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어 보라

7- 책제목으 맨 마지막에 정한다


<하버드대학의 '글쓰기 수업'-오레오맵>

1-opinion-의견

2-reason-이유

3-example-사례,예시,증거

4-offer--의견강조, 다짐, 방법 제시

 

이 외에도 글을 쓰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꿀팁들은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평범한  내 삶의 이야기가 비범한 타인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엄마인 당신이 작가가 되면 좋겠습니다."

 

작가님께서 손수 메시지와 내 이름을 적어서 보내주셨다. 책을 펼쳤을 때 그 감동은 한동안 오래 갈 것 같다. 평범한 사람도 어떻게 하면 작가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해서 펼쳐든 책이었다.

왜 글을 쓰게 되었는지, 또 작가가 되려면 무엇을 써야 하는지, 또 어떻게 써야 할지, 그리고 독서는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출판사들의 거절에 대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또 작가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보다 상세히 알 수 있었다.

나에게 책 읽기와 글쓰기는 앞으로도 평생 함께  하고 싶은 소중한 벗들이다.  좋은 책이든 아니든 좋은 글이든 아니든 내가 즐겁고 행복하고 만족감을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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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기억 1~2 - 전2권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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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랑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2020년 신작 '기억'은 '전생'에 관한 장편소설(약 800쪽)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의 렌티큘러 표지를 한참 동안 이리저리  보다가 읽기 시작했다.

전생, 최면술, 환생, 기억 등 독특하고 매력적인 소재다. 막연히 나는 전생에 무엇이었을까? 만약 사람이었다면 어디에서 태어나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사랑을 하며 살았을까 등등  전생에 대해 생각을 해 본적은 있지만 깊이 파고 들어가본 적은 없다.  우리가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생들이 현재의 삶을 오염시킬 수 있어서 일까?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는 전생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과연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지 기대반 설레임반 점점 소설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당신이라고 믿는 게 당신의 전부가 아닙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당신이 진정 누구인지 기억할 수 있나요?"

 

예쁘고 젊은 여자 최면술사 '오팔 에체고옌'이 유람선 공연장인 <판도라 상자-최면과 잊힌 기억들>에서 최면술 공연을 시작한다. 우연한 기회로 최면술 대상자로 참가하게 된 이 소설의 주인공 32살 역사교사 '르네 톨레다노'.

그는 심층기억중 109번 분을 열고 자신의 전생을 만나게 된다. 109번 전생에서의 이름은 이폴리트 펠리시에,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23살의 젊은 프랑스 군인이었다. 전쟁중 칼끝은 오른쪽 눈에 박히고 빠삭 하는 소리와 함께 칼이 순식간에 두개골을 통과해 지나간다. 르네는 깜짝 놀라 최면을 받다가 갑자기 공연장을 뛰쳐나간다. 그리고 이어진 노숙자와의 다툼에서 나름대로의 정당방위를 하다가 살인을 저지른다.

전생을 갑자기 만나게 된 주인공 르네는 무엇인가에 홀린 듯  최면술사 오팔을 찾아가 자신의 전생을 만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111개의 전생의 문들을 두드리게 된다. 전생의 자신을 만나게 되면서 르네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살아남은 자들의 전유물인 역사에 염증을 느끼게 되고  진짜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힘든 길을 선택하지만, 바칼로레아(입시시험)에 대한 정답을 얻으려는  학생들과 충돌한다.

르네는 처음 자신의 전생을 만났을 때,  보고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전생들의 모습을 보고 생각을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얘기 까지 나누게 된다. 전생의 자신과 소통하며 점점 진화했다. 르네는 111개의 전생의 문 가운데 1번 문을 열어보았다. 

<1번문>

이름은 게브 / 1만2천 년 전 아틀란티스 사람 / 천문학자 / 평균수명 900살 / 키는 17미터

아틀란티스 전체인구 80만명 /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는 가장 큰 도시인 멤세트의 인구는 50만 명. 색이 살아 있는 도시, 파란색의 웅장한 피라미드, 사람들의 차분함과 여유가 특징.

아틀란티스?? 아틀란티스라면 대서양에 있었다고 하는 전설상의 대륙이 아닌가? 책을 읽으면서 깜짝놀랐다.

아틀란티스의 존재를 최초로 언급한 사람은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피타고라스'로 기원전 547년 이집트 멤피스 신전에서 수학할 당시 헤라클레스의 기둥들(현재의 지브롤터해협) 건너편 한 섬에 높은 정신적 수준을 지닌 문명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황금시편'에 적었다고 한다.

두 번째로 아틀란티스 존재를 언급한 사람은 플라톤 이었다. 아틀란티스는 계속된 지진과 해일로 인해 하룻낮 하룻밤 만에 가라앉아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틀림없는 실화라고 했다. 이집트 비문에는 아틀란티스의 존재와 멸망이 언급되어 있다고.

자신이 전생에 아틀란티스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주인공 르네는, 노숙자 죽음에 대한 죄책감, 감옥에 갈지 모른다는 두려움, 게브를 만난 감격과 황홀함, 교사의 삶에서 느끼는 권태로움, 아틀란티스로 돌아가고 싶은 갈망, 그리고 아틀란티스인들을 구해야 겠다고 다짐한다.

이제 르네는 스스로 자가최면공간을 만든다. 23시23분.

신이 제어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아틀란티스인들의 삶의 철학을 게브에게서 배운다.


"하늘이 무너질 만큼 심각한 일은 세상에 없네. 살아 있는 자체로 충분하지, 뭐가 더 필요한가?"

 

 결국 르네는 대홍수 속에서 아틀란티스 사람들은 구했고 그들은 바다를 건너 이집트에 정착한다. 목숨을 건진 거인 아틀란티스 사람들은 르네의 조언대로  소인국 사람들과 잘지내기 위해 자신들이 신으로 추앙하고 종교로 만들고 절대적으로 섬기도록 했다. 이집트 신화에 따르면 태초에 게브와 누트가 있었다고 한다. 통치 개념을 만든 게브는 최초로 이집트 왕이 됐는데 '파라오'는 '게브의 왕좌'를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여러가지 사건들을 통해 르네의 전생에 흥미를 느끼고 그와 함께 모험하기로 결심한 동료들이 있다. 오팔, 고치테와 옐로디, 그리고 세리즈와 니콜라 등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등장해 소설의 재미를 증폭시킨다. 

르네는 원형 경기장 모양의 무의식에 들어와 111개의 전생을 소환하여 총회를 연다. 각자 다시 태어나기 전에 어떤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태어나고 싶은지에 관한  바람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시대와 나라는 우연이 아니라는 것.

집단퇴행최면을 진행하여 서로 퍼즐이 맞춰지는 상세한 정보를 많이 소개하여 전 지구적 차원의 집단 정신을 분석하는 것. 인류 역사적 진실의 회복에 기여하자고 6명의 모험가들은 의견을 모은다.  오팔이 인터넷 생중계로 퇴행 최면 시범을 보인다.그것을 본 사람들이 르네와 똑같이 자신들의 심층 기억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6명의 모험가들은 각자 맡은 중요한 역할이 있다.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까?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최면술의 어디까지를 신뢰할 수 있을까. 어쨌든 승자의 역사가 아닌  패배자들 또한 기억할 의무, 증언이 불가능한 사람들, 증언한 역사가 훼손된 사람들을 기억할 의무, 학살자들에게 짓밟힌 희생자를 기억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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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즐기기 -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닐 포스트먼 지음, 홍윤선 옮김 / 굿인포메이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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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즐기기. 1986년에 출간 된 책으로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도 선정된 책이다.  쿨한 제목에 이끌려 읽게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닐포스트먼'은 20세기 후반 미국의 사회비평과 교육 분야 및 커뮤니케이션 이론가로 가장 중요한 인물에 속한다고 한다. 그의 사상은 이해하기 쉽고 실제적이기에  전세계에 걸쳐 많은 추종자를 만들었으며,  40년 넘도록 뉴욕대에서 교수로 일하면서 명망높은 미디어 생태학 이론을 정립했다고 한다. 미디어 포화상태의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메시지를 30여 년 넘게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미디어 아이콘들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갖기를 조언했는데 이 책의 핵심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자동차의 전자식 작동 창문이나 개인용 컴퓨터 등 불필요하다고 생각해 신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티비도 거의 보지 않았으며 글도 손으로 직접 쓰는  등 대안적인 삶의 양식을 취해 왔다고 한다.

 티비를 비롯한 영상매체가 엄청난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그의 경고 메시지는 2020년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에도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 진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 영상매체의 힘은 점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요즘 뿌리깊은 티비의 해악에 대해, 요즘 시대로 치면 소셜미디어 등 영상매체에 대한 해악을  일찌감치 경고한 이 책은 선견지명이 있었다.

티비로 인해 온갖 공적 생활(교육,종교,정치,언론)이 어떻게 오락으로 변질되는지, 이미지의 범람으로 인해 인쇄매체와 같은 의사소통 수단이 어떻게 침식당하는지, 또한 온갖 콘텐츠가 넘쳐나고 오락에 정신이 팔린 사람들은 잃어버린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무엇을 잃는지조차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 지경이 될 때까지 '정보 과식증'에 휘둘리고 있음을 지적한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는 정보 과식증에 휘둘리고 있다.그 심각성을 인지하면서도 어느새  편리함을 무기삼아  매일 습관적으로 미디어에 중독되어 살아가고 있다.


이 책에서 언급한 중요한 소설 2편이 있다.

[조지오웰의 '1984' &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오엘은 누군가 서적을 금지시킬까 두려워했다. 헉슬리는 굳이 서적을 금지할 만한 이유가 없어질까 두려워했다. 오웰은 정보통제 상황을 두려워했다. 헉슬리는 지나친 정보과잉으로 인해 우리가 수동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로 전락할까봐 두려워했다. 오웰은 진실이 은폐될 것을 두려워했다. 헉슬리는 비현실적인 상황에 진실이 압도당할 것을 두려워했다.  오웰은 통제로 인해 문화가 감옥이 될까 두려워했다. 반면 헉슬리는 우리들이 촉각영화(쌍방향 촉각영화-가상현실 기술과 유사)나 오르지-포지(멋진신세계에서 10여 명의 젊은 남녀들이 모여 기술문명을 찬양하며 약물에 취해 성관계를 갖는 의식) 원심력 범블퍼피(멋진 신세계에서 아이들이 쇠구슬을 갖고 노는 단순한 놀이)와 같은 것들에 몰두하느라 하찮은 문화로 전락할까 두려워했다.오웰은 우리가 증오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봐 두려워했다. 헉슬리는 우리가 좋아서 집착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 봐 두려워 했다.

미디어는 미묘한 방식으로 지휘소 역할을 하고 있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어떤 회사를 이용해야 할지, 어떤 영화를 볼지, 어떤 책을 음반을 잡지를 사야 할지, 어떤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어야 할지를 배운다. 우리의 의사소통 환경을 조성한다.  지식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에 관한 방법론까지 지시하는 '초매체적' 지위까지 올랐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책을 읽거나, 사색을 하거나, 누군가에게 질문하기 보다는 손안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수시로 검색해서 그 해답을 찾는 행위가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평균적으로 미국인이 티비 앞에서 보내는 시간은 매일 하루에 4시간 반 정도라고 하는데 65세인 사람이라면 티비 앞에서 12년을 보낸 셈이된다. 만약 하루에 스마트폰을 4시간간 반 정도 한다면, 65세인 사람은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12년 정도 소비한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생에서 12년이라는 시간은  꽤 길고 소중한 시간이다. 미디어 중독의 심각성을 깨닫고 미디어 디톡스를 하기 위해 많은 챌린지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는 이상 참가 단계부터 쉽지 않을 것이다.

매체의 신비를 벗겨내야만, 티비나 컴퓨터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작가는 조언한다.  2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번째는 티비를 어떤 식으로 봐야하는지 티비에서 알려주는 방법이고, 두번째 방법은 이론적으로 문제 대처 가능한 유일한 대중 의사소통 매체인 '학교'에서 교육하는 방법이다. 매체의 신비를 벗겨내야 한다는 작가의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어떤 주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문제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2020년 살고있는 우리는 1986년과는 엄청나게 다른 미디어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작가의 시대에는 티비가 주된 미디어매체였지만, 30여 년 사이에 온갖 매체가 우리를 뒤덮어버렸다.놀거리가 너무 많아서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넘치는 재미, 죽도록 즐기기에  딱 알맞은 세상에 살고 있다. 어느 누가 즐거움의 파도에 저항하기 위해 무기를 들려 하겠는가? 진지한 공공담론이 농담속으로 함몰되어 그저 생각없이 웃고 즐기는 사이 중요한 것들이 고갈되어 가고 있다면 그 해독제는 무엇일까? 마음이 무겁지만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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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오페라
캐서린 M. 발렌티 지음, 이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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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오페라. 예쁜 제목을 가진 이 소설은 사이언스 픽션 즉 공상 과학소설이다.

이 책의 작가 캐서린 M.발렌티는 1956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를 모티브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의 목차는 전부 작가가 좋아하는 유로비전 출전곡에서 따왔다고 한다.여기서 궁금증이 생겼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란??

유럽방송협회(EBU-European Broadcasting Union)가 1956년에 처음 개최한 이후 매년 열리는 유럽 최대의 음악 경영 대회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 경연 대회이다. EBU 회원국들이 참가 자격이 주어지고 참가자들이 노래,춤 등을 선보이면 심사위원단과 시청자 점수를 합해 순위를 매긴다. 한편, 1974년에는 스웨덴의 팝그룹 ABBA가 이 대회의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시사상식사전)

유로비전은 매년 2억 명이 지켜보는 유럽 최대 음악축제인데, 우승자의 출신국에서 다음 대회가 열린다는 규정에 따라 올해 2020년에는 5월 16일네덜란드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가 퍼지자 취소결정을 내렸다. 이는 1956년에 시작해 올해 65회를 맞은 유로비전 역사에서 '대회취소'는 처음이었다고.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작가의 문체에 깜짝놀랐다. 마치 래퍼가 가사를 쏟아내듯 작가는 긴 호흡의 문장들을 쏟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색다른 문체였다. 이 책을 번역한 번역가님도 쉽지 않았을텐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아주 아주 오래전에 고도로 발전한 외계 종족들은 웜홀을 통해 우주를 개척했고, 이에 따라 새로운 종족들이 차례로 발견되었다. 이때 '우리 중 누가 인간이고 누가 고기인가?' 라는 의문에 맞닥뜨리게 되었고 그 결과 우주는 기나긴 전쟁이 이어졌다. 결국 상처만 남긴 전쟁이 끝나고 유서 깊은 종족들을 주축으로 우주를 단합하기 위한 우주 그랑프리 가요제가 개최하기로 한다. 역사상 가장 끔찍한 전쟁이 끝나고 난 뒤 노래와 춤과 스팽글로 유럽 대륙을 결속시킨다는 발상은 황당할 정도로 무척 우수꽝스럽고 가망이 없어보였다.

 

크게 패한 모든 이들은 이런 사태가 또다시 발생하면 은하계가 버티지 못할 것을 알게 되었다.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무모하지만 실질적이면서도 기발한 일. 엄청난 충격을 받은 모든 행성을 하나의 문명으로 합쳐 줄 일. 의미심장하고, 기분을 북돋아 주며, 거창하고, 멋지지만 어리석은 일. 소름 끼치고, 근사하며, 찬란하고, 흠잡을 데 없이 지성체다운 일.

 

알루니자르 표준년을 기준으로 100년 전, 치열한 전쟁으로 상처를 입은 행성들은 우주를 한데 묶고자 주기적으로 음악 경연 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전쟁의 재발을 막는다는 명목하에 승리자에게는 꼴지 종족을 몰살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이 화려한 '우주 그랑프리 가요제'를 앞두고 외계인 에스카가 지구인들의 눈앞에 나타나 한때 앱솔루트 제로스라는 밴드로 인기를 끌었으나 현재는 백수 신세나 다름없는 데시벨 존스를 대표로 지목한다. 데시벨 존스는 지구인이 지각력있는 존재임을 증명할 공연을 펼쳐 지구를 구해햐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전쟁에 크게 패한 이들 모두가 동의한 우주 그랑프리 가요제 규칙이자 지침이자 규정이 꽤 재미있다. 20가지 규정 모두 진지하지만 그 중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몇 가지를 공유해보면, ​


# 최선을 다하고 재미있게 놀아라.

​# 종족당 한 곡의 노래만 부를 수 있다.

# 반드시 새로운 창작곡이어야 한다. 엉성한 재탕곡은 금물.

# 그랑프리의 가요제는 알루니자르 표준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 현재 지각력이 있다고 인정받은 모든 종은 대회에 참가해야 한다.

# 우승자는 고향 행성의 정부를 압박해 대회에 자리한 모든 이들의 술값을 계산하게 해야 한다.

​# 지능이 있고 자기를 인식할 수 있으며 그들의 거지같은 고향 행성이 어디에 있든 대체로 시간을 들여 갈 만하다고 인정받고 싶은 모든 종은 대회에 참가해야 한다.

# 참가 선수가 경연 시간에 나타나지 않으면 해당 종족은 자동으로 참가 자격이 박탈되고 꼴지가 되어 해당 행성에 분배한 공동 은하 자원의 지분을 1년 동안 몰수 한다.

# 적절한 의상 즉 자기 종족의 전통 의상을 입되 멋지게 치장해서 입어라. 공을 들여 치장하라.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해당 종족 대표는 6년 이상의 강제노동형을 선고받을 것이다.

# 대회에 지원해 꼴지를 하면 해당 종족의 태양계는 최소 5만 년 동안 은밀히 격리당하고 그들의 문화는 즉결로 전부 쓰레기통에 버려지며 이들의 고향 행성은 책임지고 자원을 캐내야한다. 또한 생물권에 신중하게 유전자를 다시 심은 후에 이들의 문명은 우리가 밤에 푹 잘 수 있도록 궤도에서 정확히 떨어져 나와서 불타 없어지게 된다. 아무 죄 없는 동식물이 목숨을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


결국 록밴드 데시벨 존스와 앱솔루트 제로스는 살아남기 위해 우주 그랑프리 가요제에 [모든 게 그냥 완전히 엉망이 될 때가 있다]는 노래로 참가한다. 가사도 거의 없는 노래. 그저 목이 터져라 소리치고 아른아른 빛나고 와글와글 떠드는 음악이자 표제곡이고 크리스마스 캐럴풍의 노래였다. 데시벨 존스와 앱솔루트 제로스는 마침내 그해를 대표하는 크리스마스 팝 싱글 곡을 갖게 되었다. 갓 태어난 아기 새와 죽은 미라와 오래 고생한 데시벨과 오르트와 여행 겅험이 많은 웜홀들 모두가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듯이 절규에 가까운 노래를 불렀다.


공연장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가 곧 환호성이 터졌다.

'음, 뭐 괜찮았던 것 같네요'

환호가 잦아들자 디제이 라이츠아우트가 말했다.


각양각색의 외계 종족의 역사와 가요제를 둘러싼 음모와 술수가 흥미진진한 은하계에서 펼쳐지는 서바이벌 음악경연대회. 이 책을 읽는 동안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기묘한 우주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현재 '유니버셜 픽처스'에서 영화화를 준비 중이며, '라라랜드 제작진'이 제작에 참여한다고 하는데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 완성될 지 무척 궁금하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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