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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기억 1~2 - 전2권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한국인이 사랑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2020년 신작 '기억'은 '전생'에 관한 장편소설(약 800쪽)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의 렌티큘러 표지를 한참 동안 이리저리 보다가 읽기 시작했다.
전생, 최면술, 환생, 기억 등 독특하고 매력적인 소재다. 막연히 나는 전생에 무엇이었을까? 만약 사람이었다면 어디에서 태어나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사랑을 하며 살았을까 등등 전생에 대해 생각을 해 본적은 있지만 깊이 파고 들어가본 적은 없다. 우리가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생들이 현재의 삶을 오염시킬 수 있어서 일까?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는 전생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과연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지 기대반 설레임반 점점 소설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당신이라고 믿는 게 당신의 전부가 아닙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당신이 진정 누구인지 기억할 수 있나요?"
예쁘고 젊은 여자 최면술사 '오팔 에체고옌'이 유람선 공연장인 <판도라 상자-최면과 잊힌 기억들>에서 최면술 공연을 시작한다. 우연한 기회로 최면술 대상자로 참가하게 된 이 소설의 주인공 32살 역사교사 '르네 톨레다노'.
그는 심층기억중 109번 분을 열고 자신의 전생을 만나게 된다. 109번 전생에서의 이름은 이폴리트 펠리시에,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23살의 젊은 프랑스 군인이었다. 전쟁중 칼끝은 오른쪽 눈에 박히고 빠삭 하는 소리와 함께 칼이 순식간에 두개골을 통과해 지나간다. 르네는 깜짝 놀라 최면을 받다가 갑자기 공연장을 뛰쳐나간다. 그리고 이어진 노숙자와의 다툼에서 나름대로의 정당방위를 하다가 살인을 저지른다.
전생을 갑자기 만나게 된 주인공 르네는 무엇인가에 홀린 듯 최면술사 오팔을 찾아가 자신의 전생을 만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111개의 전생의 문들을 두드리게 된다. 전생의 자신을 만나게 되면서 르네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살아남은 자들의 전유물인 역사에 염증을 느끼게 되고 진짜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힘든 길을 선택하지만, 바칼로레아(입시시험)에 대한 정답을 얻으려는 학생들과 충돌한다.
르네는 처음 자신의 전생을 만났을 때, 보고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전생들의 모습을 보고 생각을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얘기 까지 나누게 된다. 전생의 자신과 소통하며 점점 진화했다. 르네는 111개의 전생의 문 가운데 1번 문을 열어보았다.
<1번문>
이름은 게브 / 1만2천 년 전 아틀란티스 사람 / 천문학자 / 평균수명 900살 / 키는 17미터
아틀란티스 전체인구 80만명 /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는 가장 큰 도시인 멤세트의 인구는 50만 명. 색이 살아 있는 도시, 파란색의 웅장한 피라미드, 사람들의 차분함과 여유가 특징.
아틀란티스?? 아틀란티스라면 대서양에 있었다고 하는 전설상의 대륙이 아닌가? 책을 읽으면서 깜짝놀랐다.
아틀란티스의 존재를 최초로 언급한 사람은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피타고라스'로 기원전 547년 이집트 멤피스 신전에서 수학할 당시 헤라클레스의 기둥들(현재의 지브롤터해협) 건너편 한 섬에 높은 정신적 수준을 지닌 문명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황금시편'에 적었다고 한다.
두 번째로 아틀란티스 존재를 언급한 사람은 플라톤 이었다. 아틀란티스는 계속된 지진과 해일로 인해 하룻낮 하룻밤 만에 가라앉아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틀림없는 실화라고 했다. 이집트 비문에는 아틀란티스의 존재와 멸망이 언급되어 있다고.
자신이 전생에 아틀란티스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주인공 르네는, 노숙자 죽음에 대한 죄책감, 감옥에 갈지 모른다는 두려움, 게브를 만난 감격과 황홀함, 교사의 삶에서 느끼는 권태로움, 아틀란티스로 돌아가고 싶은 갈망, 그리고 아틀란티스인들을 구해야 겠다고 다짐한다.
이제 르네는 스스로 자가최면공간을 만든다. 23시23분.
신이 제어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아틀란티스인들의 삶의 철학을 게브에게서 배운다.
"하늘이 무너질 만큼 심각한 일은 세상에 없네. 살아 있는 자체로 충분하지, 뭐가 더 필요한가?"
결국 르네는 대홍수 속에서 아틀란티스 사람들은 구했고 그들은 바다를 건너 이집트에 정착한다. 목숨을 건진 거인 아틀란티스 사람들은 르네의 조언대로 소인국 사람들과 잘지내기 위해 자신들이 신으로 추앙하고 종교로 만들고 절대적으로 섬기도록 했다. 이집트 신화에 따르면 태초에 게브와 누트가 있었다고 한다. 통치 개념을 만든 게브는 최초로 이집트 왕이 됐는데 '파라오'는 '게브의 왕좌'를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여러가지 사건들을 통해 르네의 전생에 흥미를 느끼고 그와 함께 모험하기로 결심한 동료들이 있다. 오팔, 고치테와 옐로디, 그리고 세리즈와 니콜라 등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등장해 소설의 재미를 증폭시킨다.
르네는 원형 경기장 모양의 무의식에 들어와 111개의 전생을 소환하여 총회를 연다. 각자 다시 태어나기 전에 어떤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태어나고 싶은지에 관한 바람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시대와 나라는 우연이 아니라는 것.
집단퇴행최면을 진행하여 서로 퍼즐이 맞춰지는 상세한 정보를 많이 소개하여 전 지구적 차원의 집단 정신을 분석하는 것. 인류 역사적 진실의 회복에 기여하자고 6명의 모험가들은 의견을 모은다. 오팔이 인터넷 생중계로 퇴행 최면 시범을 보인다.그것을 본 사람들이 르네와 똑같이 자신들의 심층 기억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6명의 모험가들은 각자 맡은 중요한 역할이 있다.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까?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최면술의 어디까지를 신뢰할 수 있을까. 어쨌든 승자의 역사가 아닌 패배자들 또한 기억할 의무, 증언이 불가능한 사람들, 증언한 역사가 훼손된 사람들을 기억할 의무, 학살자들에게 짓밟힌 희생자를 기억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