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캐서린 M. 발렌티 지음, 이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스페이스 오페라. 예쁜 제목을 가진 이 소설은 사이언스 픽션 즉 공상 과학소설이다.

이 책의 작가 캐서린 M.발렌티는 1956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를 모티브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의 목차는 전부 작가가 좋아하는 유로비전 출전곡에서 따왔다고 한다.여기서 궁금증이 생겼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란??

유럽방송협회(EBU-European Broadcasting Union)가 1956년에 처음 개최한 이후 매년 열리는 유럽 최대의 음악 경영 대회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 경연 대회이다. EBU 회원국들이 참가 자격이 주어지고 참가자들이 노래,춤 등을 선보이면 심사위원단과 시청자 점수를 합해 순위를 매긴다. 한편, 1974년에는 스웨덴의 팝그룹 ABBA가 이 대회의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시사상식사전)

유로비전은 매년 2억 명이 지켜보는 유럽 최대 음악축제인데, 우승자의 출신국에서 다음 대회가 열린다는 규정에 따라 올해 2020년에는 5월 16일네덜란드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가 퍼지자 취소결정을 내렸다. 이는 1956년에 시작해 올해 65회를 맞은 유로비전 역사에서 '대회취소'는 처음이었다고.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작가의 문체에 깜짝놀랐다. 마치 래퍼가 가사를 쏟아내듯 작가는 긴 호흡의 문장들을 쏟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색다른 문체였다. 이 책을 번역한 번역가님도 쉽지 않았을텐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아주 아주 오래전에 고도로 발전한 외계 종족들은 웜홀을 통해 우주를 개척했고, 이에 따라 새로운 종족들이 차례로 발견되었다. 이때 '우리 중 누가 인간이고 누가 고기인가?' 라는 의문에 맞닥뜨리게 되었고 그 결과 우주는 기나긴 전쟁이 이어졌다. 결국 상처만 남긴 전쟁이 끝나고 유서 깊은 종족들을 주축으로 우주를 단합하기 위한 우주 그랑프리 가요제가 개최하기로 한다. 역사상 가장 끔찍한 전쟁이 끝나고 난 뒤 노래와 춤과 스팽글로 유럽 대륙을 결속시킨다는 발상은 황당할 정도로 무척 우수꽝스럽고 가망이 없어보였다.

 

크게 패한 모든 이들은 이런 사태가 또다시 발생하면 은하계가 버티지 못할 것을 알게 되었다.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무모하지만 실질적이면서도 기발한 일. 엄청난 충격을 받은 모든 행성을 하나의 문명으로 합쳐 줄 일. 의미심장하고, 기분을 북돋아 주며, 거창하고, 멋지지만 어리석은 일. 소름 끼치고, 근사하며, 찬란하고, 흠잡을 데 없이 지성체다운 일.

 

알루니자르 표준년을 기준으로 100년 전, 치열한 전쟁으로 상처를 입은 행성들은 우주를 한데 묶고자 주기적으로 음악 경연 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전쟁의 재발을 막는다는 명목하에 승리자에게는 꼴지 종족을 몰살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이 화려한 '우주 그랑프리 가요제'를 앞두고 외계인 에스카가 지구인들의 눈앞에 나타나 한때 앱솔루트 제로스라는 밴드로 인기를 끌었으나 현재는 백수 신세나 다름없는 데시벨 존스를 대표로 지목한다. 데시벨 존스는 지구인이 지각력있는 존재임을 증명할 공연을 펼쳐 지구를 구해햐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전쟁에 크게 패한 이들 모두가 동의한 우주 그랑프리 가요제 규칙이자 지침이자 규정이 꽤 재미있다. 20가지 규정 모두 진지하지만 그 중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몇 가지를 공유해보면, ​


# 최선을 다하고 재미있게 놀아라.

​# 종족당 한 곡의 노래만 부를 수 있다.

# 반드시 새로운 창작곡이어야 한다. 엉성한 재탕곡은 금물.

# 그랑프리의 가요제는 알루니자르 표준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 현재 지각력이 있다고 인정받은 모든 종은 대회에 참가해야 한다.

# 우승자는 고향 행성의 정부를 압박해 대회에 자리한 모든 이들의 술값을 계산하게 해야 한다.

​# 지능이 있고 자기를 인식할 수 있으며 그들의 거지같은 고향 행성이 어디에 있든 대체로 시간을 들여 갈 만하다고 인정받고 싶은 모든 종은 대회에 참가해야 한다.

# 참가 선수가 경연 시간에 나타나지 않으면 해당 종족은 자동으로 참가 자격이 박탈되고 꼴지가 되어 해당 행성에 분배한 공동 은하 자원의 지분을 1년 동안 몰수 한다.

# 적절한 의상 즉 자기 종족의 전통 의상을 입되 멋지게 치장해서 입어라. 공을 들여 치장하라.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해당 종족 대표는 6년 이상의 강제노동형을 선고받을 것이다.

# 대회에 지원해 꼴지를 하면 해당 종족의 태양계는 최소 5만 년 동안 은밀히 격리당하고 그들의 문화는 즉결로 전부 쓰레기통에 버려지며 이들의 고향 행성은 책임지고 자원을 캐내야한다. 또한 생물권에 신중하게 유전자를 다시 심은 후에 이들의 문명은 우리가 밤에 푹 잘 수 있도록 궤도에서 정확히 떨어져 나와서 불타 없어지게 된다. 아무 죄 없는 동식물이 목숨을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


결국 록밴드 데시벨 존스와 앱솔루트 제로스는 살아남기 위해 우주 그랑프리 가요제에 [모든 게 그냥 완전히 엉망이 될 때가 있다]는 노래로 참가한다. 가사도 거의 없는 노래. 그저 목이 터져라 소리치고 아른아른 빛나고 와글와글 떠드는 음악이자 표제곡이고 크리스마스 캐럴풍의 노래였다. 데시벨 존스와 앱솔루트 제로스는 마침내 그해를 대표하는 크리스마스 팝 싱글 곡을 갖게 되었다. 갓 태어난 아기 새와 죽은 미라와 오래 고생한 데시벨과 오르트와 여행 겅험이 많은 웜홀들 모두가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듯이 절규에 가까운 노래를 불렀다.


공연장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가 곧 환호성이 터졌다.

'음, 뭐 괜찮았던 것 같네요'

환호가 잦아들자 디제이 라이츠아우트가 말했다.


각양각색의 외계 종족의 역사와 가요제를 둘러싼 음모와 술수가 흥미진진한 은하계에서 펼쳐지는 서바이벌 음악경연대회. 이 책을 읽는 동안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기묘한 우주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현재 '유니버셜 픽처스'에서 영화화를 준비 중이며, '라라랜드 제작진'이 제작에 참여한다고 하는데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 완성될 지 무척 궁금하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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