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잘 살았습니다
류승희 지음 / 생각정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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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연필로 그린 만화 에세이다. 연필로 그린 만화는 어떤 느낌일까 내심 궁금했었는데 아기자기하고 섬세했으며 정감이 느껴졌다.

이 책을 읽은 그날 저녁은 매우 피곤한 날이었다.

한정된 시간 동안 바쁘게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 많았다. 피곤한 날 나의 식욕은 극과극이다. 어떤 날은 과식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식욕이 없는 날도 있다. 그날은 식욕이 없는 날이었다. 샤워를 하고 간단히 저녁을 먹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다가 자기 전 이 책을 펼쳐 읽었다.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만화로 만나는 느낌은 유쾌했다. 어떤 작가님인지 궁금했다. 낮에는 두 아이의 엄마로, 밤에는 만화가로 분주히 살고 있는 류승희 작가님은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서른이 다 되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첫 책 <나라의 숲에는>으로 '2013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그녀들의 방>은  '2019 우수만화도서'에 선정되었고, <나리나리 고나리> 등 아이들을 위한 책도 꾸준히 내고 있다고 한다.

멋지다.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를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대로 천천히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육아에 지친 어느 날 책장에서 우연히 하이쿠를 모아놓은 시집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고 다시 만화가 그리고 싶은 마음이 계기가 되어 눈에 보이는 것들과 아이와의 일상을 그리기 시작해고 혼자 하는 작업이 늘어지지 않게 인스타와 브런치에도 올렸다고 한다.  그러자 다니면서 보는 모든 풍경이 만화가 되었다고. 일상이 그리고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따뜻한 만화가 된 것이었다.

오랫동안 스스로를 찾아 헤맸고 좋아하는 만화를 그리면서 조금씩 자신을 알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태어나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 그리는 일은 미루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너무 예쁘지만 엄마의 역할이 우선인 현실에 두렵고 화가 나는건 너무나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아이도 중요하지만, 엄마에게도 자신의 인생이 있다. 대단한 그 누군가가 되지 않더라도 괜찮다. 모든 풍경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우니까. 매일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나에게 주어진 삶 그 자리에서 묵묵히 한 걸음씩 나아가야지.

만화와 하이쿠의 절묘한 조화가 참 좋았는데, 각 에피소드 마지막에 곁들여진 하이쿠를 읽으며 그 의미를 곱씹으면서 책 읽는 속도가 저절로 조절이 되었다.

두 번의 임신과 출산, 아이와 도서관 가기, 워킹맘과 아이의 등굣길, 학부모 모임과 옆동네. 엄마와 콩나물밥, 어린이집 발표회, 반려묘의 하루,명절 시댁과 친정, 엄마의 건망증, 아이의 공룡사랑, 부부의 치약은 왜 2개가 되었는가, 오늘의 일상,할아버지의 종이접기,주말 낮잠, 엄마의 화장

제사, 자매, 엄마 아빠 아이가 모여 저녁 식사 때 꼭 하는 저녁 보고회,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여행, 태어난 날, 대학시절 자판기 커피 산책,보통의 하루, 비 오는 날의 이사,친구의 발자국, 햄버거, 미용실, 동네산책, 밤카페, 커피, 벚꽃

일상 소재에 얽힌 저마다의 추억들을 만화로 마주하니, 그동안 잠시 잊고 지냈던 그 추억들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느려도 꾸준히 매일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보내는 그 응원이, 매말라있던 내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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