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즐기기 -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닐 포스트먼 지음, 홍윤선 옮김 / 굿인포메이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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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즐기기. 1986년에 출간 된 책으로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도 선정된 책이다.  쿨한 제목에 이끌려 읽게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닐포스트먼'은 20세기 후반 미국의 사회비평과 교육 분야 및 커뮤니케이션 이론가로 가장 중요한 인물에 속한다고 한다. 그의 사상은 이해하기 쉽고 실제적이기에  전세계에 걸쳐 많은 추종자를 만들었으며,  40년 넘도록 뉴욕대에서 교수로 일하면서 명망높은 미디어 생태학 이론을 정립했다고 한다. 미디어 포화상태의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메시지를 30여 년 넘게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미디어 아이콘들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갖기를 조언했는데 이 책의 핵심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자동차의 전자식 작동 창문이나 개인용 컴퓨터 등 불필요하다고 생각해 신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티비도 거의 보지 않았으며 글도 손으로 직접 쓰는  등 대안적인 삶의 양식을 취해 왔다고 한다.

 티비를 비롯한 영상매체가 엄청난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그의 경고 메시지는 2020년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에도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 진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 영상매체의 힘은 점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요즘 뿌리깊은 티비의 해악에 대해, 요즘 시대로 치면 소셜미디어 등 영상매체에 대한 해악을  일찌감치 경고한 이 책은 선견지명이 있었다.

티비로 인해 온갖 공적 생활(교육,종교,정치,언론)이 어떻게 오락으로 변질되는지, 이미지의 범람으로 인해 인쇄매체와 같은 의사소통 수단이 어떻게 침식당하는지, 또한 온갖 콘텐츠가 넘쳐나고 오락에 정신이 팔린 사람들은 잃어버린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무엇을 잃는지조차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 지경이 될 때까지 '정보 과식증'에 휘둘리고 있음을 지적한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는 정보 과식증에 휘둘리고 있다.그 심각성을 인지하면서도 어느새  편리함을 무기삼아  매일 습관적으로 미디어에 중독되어 살아가고 있다.


이 책에서 언급한 중요한 소설 2편이 있다.

[조지오웰의 '1984' &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오엘은 누군가 서적을 금지시킬까 두려워했다. 헉슬리는 굳이 서적을 금지할 만한 이유가 없어질까 두려워했다. 오웰은 정보통제 상황을 두려워했다. 헉슬리는 지나친 정보과잉으로 인해 우리가 수동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로 전락할까봐 두려워했다. 오웰은 진실이 은폐될 것을 두려워했다. 헉슬리는 비현실적인 상황에 진실이 압도당할 것을 두려워했다.  오웰은 통제로 인해 문화가 감옥이 될까 두려워했다. 반면 헉슬리는 우리들이 촉각영화(쌍방향 촉각영화-가상현실 기술과 유사)나 오르지-포지(멋진신세계에서 10여 명의 젊은 남녀들이 모여 기술문명을 찬양하며 약물에 취해 성관계를 갖는 의식) 원심력 범블퍼피(멋진 신세계에서 아이들이 쇠구슬을 갖고 노는 단순한 놀이)와 같은 것들에 몰두하느라 하찮은 문화로 전락할까 두려워했다.오웰은 우리가 증오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봐 두려워했다. 헉슬리는 우리가 좋아서 집착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 봐 두려워 했다.

미디어는 미묘한 방식으로 지휘소 역할을 하고 있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어떤 회사를 이용해야 할지, 어떤 영화를 볼지, 어떤 책을 음반을 잡지를 사야 할지, 어떤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어야 할지를 배운다. 우리의 의사소통 환경을 조성한다.  지식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에 관한 방법론까지 지시하는 '초매체적' 지위까지 올랐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책을 읽거나, 사색을 하거나, 누군가에게 질문하기 보다는 손안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수시로 검색해서 그 해답을 찾는 행위가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평균적으로 미국인이 티비 앞에서 보내는 시간은 매일 하루에 4시간 반 정도라고 하는데 65세인 사람이라면 티비 앞에서 12년을 보낸 셈이된다. 만약 하루에 스마트폰을 4시간간 반 정도 한다면, 65세인 사람은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12년 정도 소비한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생에서 12년이라는 시간은  꽤 길고 소중한 시간이다. 미디어 중독의 심각성을 깨닫고 미디어 디톡스를 하기 위해 많은 챌린지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는 이상 참가 단계부터 쉽지 않을 것이다.

매체의 신비를 벗겨내야만, 티비나 컴퓨터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작가는 조언한다.  2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번째는 티비를 어떤 식으로 봐야하는지 티비에서 알려주는 방법이고, 두번째 방법은 이론적으로 문제 대처 가능한 유일한 대중 의사소통 매체인 '학교'에서 교육하는 방법이다. 매체의 신비를 벗겨내야 한다는 작가의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어떤 주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문제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2020년 살고있는 우리는 1986년과는 엄청나게 다른 미디어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작가의 시대에는 티비가 주된 미디어매체였지만, 30여 년 사이에 온갖 매체가 우리를 뒤덮어버렸다.놀거리가 너무 많아서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넘치는 재미, 죽도록 즐기기에  딱 알맞은 세상에 살고 있다. 어느 누가 즐거움의 파도에 저항하기 위해 무기를 들려 하겠는가? 진지한 공공담론이 농담속으로 함몰되어 그저 생각없이 웃고 즐기는 사이 중요한 것들이 고갈되어 가고 있다면 그 해독제는 무엇일까? 마음이 무겁지만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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