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얀 놈 혼내주기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23
김기정 지음, 심은숙 그림 / 시공주니어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터무니없고 얼토당토 아니하지만 자꾸 웃기는 똥 이야기

책을 읽는 내내 정말 신나게 웃었다. 사실 나도 아이도 웃음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 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 '주먹똥'에 대한 이야기는 웃지 않고 읽을 수 없을 것이다.

책의 겉표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먹똥의 표정은 환상적이다. 땀을 뻘뻘 흘리고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손은 엉덩이에 가있는데, 누구나 경험을 했다면 주먹똥의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을 듯.

게다가 얼마나 심술과 장난이 심한지 주먹똥이 살고 있는 근처에 있는 동물들이 모두 주먹똥을 피하니 말이다.

그 이유는 이 책에 바로 나와있다.
아파트 주위로 주먹똥에게 밟혀 죽은 이들이 4359마리. 게다가 다치거나 화병난 이들이 28799마리라는 숫자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사람들 어른들이라면 그저 장난이 좀 심하구나 싶겠지만, 늘 주먹똥에게 당한 동물들, 그리고 친구들이라면 잔뜩 경계하지 않을까?

작년에 아들 녀석이 유치원에 다닐 적에 반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녀석이 기억난다.
지금은 다른 학교에 가서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지만, 아이들의 유치원 생활에 관심이 있는 부모들이라면 모두 그 아이와 그 부모가 궁금했으니까.

첫장을 넘기면 새들이 주고받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도대체 동물들의 이야기인지 잠시 착각을 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새들이 주고받는 내용을 읽다보니 작가의 발상의 전환이 존경스럽다.

똑같은 패턴의 이야기가 아니라, 새들이 전해준 내용을 듣는 작가,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주먹똥을 만나서 떡값으로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되었으니 말이다.

책을 넘기면 넘길수록 어린 시절 주먹똥의 일화가 나오는데 그 내용조차 범상치 않다.
어릴 때부터 남달랐던 우리의 주인공. 본명은 '김주먹'이나 다들 주먹똥으로 부르고 있으니...
기저귀를 차고 기어다니면서도 빨빨거리고 집을 나서 먼 길을 가서 장난감 가게 안에 들어가 턱하니 있었던 주먹똥.
그리고 그 이후 걷기 시작하고 놀이방과 유치원을 거치면서 (그것도 워낙 장난이 심한지라 여기저기 쫓겨나면서) 했던 장난은 이루말할 수 없기에 이제 생략을 해야할 듯.

[고얀 놈 혼내주기]의 이야기에 맞춰서 학교에서 벌어진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뤄야 할 듯 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책을 몇 권이나 쓰더라고 끝이 없어질 것 같다.

또한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이 실제 있었던 사건을 갖고 쓴 동화라고 하니... 하긴 개구쟁이 녀석들이 한꺼번에 모인 학교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 선생님의 모습이 굉장히 멋져보인다.

주먹똥이 똥을 싸게 된 사건 전말은 이러하다. 늘 주먹똥에게 당하던 까치와 참새, 도둑고양이, 매미가 너굴할미의 도움을 받아 주먹똥에게 빨간 열매를 먹인 것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학교 가는 길에 배가 아파 화장실을 향해 가던 중 화장실 문이 열리지 않는 바람에 결국 다른 곳에 엄청난 일을 벌이게 된 것이지요.

겉표지에 있던 그림이 생각나시는지요? 그 문이 왜 열리지 않은 것인지는 책을 읽으면 알 수 있을 것이고, 아이들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들이 의인화해서 적극적으로 주먹똥의 압제에 맞서는 과정 역시 통쾌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주먹똥의 행동을 보면 절대 당황하지 않겠지요. 태연하게 교실로 들어간 주먹똥. 그리고 그 똥을 발견한 다른 아이들로 인해 교실은 한바탕 소란이 일어납니다.

"어떤 자식이 똥을 싸 놓았어요." 이제 겨우 2학년 아이들이라니 제 아들 녀석의 학교 생활을 미뤄보면 교실 상황이 충분히 짐작갑니다.

그냥 선생님이 치우거나 아니면 청소당번에게 치우라고 했다면 평범한 이야기가 되었겠지만, 이 책의 진가는 이제 발휘됩니다.
단순히 주먹똥을 혼내주는 내용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학교 생활과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서 마치 마당놀이를 하는 듯한 착각 속에 빠지기 때문이지요.

자신이 한 일에 일말에 책임을 느낀 것인지, 자신이 똥을 치우겠다고 한 주먹똥. 그리하여 이른바 똥 치우기 대작적이 실행됩니다.

똥 치울 사람, 길 안내할 사람, 안내 지도 만들 사람. 이런게 무슨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이런 발상을 한다는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단순히 벌로 청소를 하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이 시켜서 마지못해 하는 게 아닌 아이들이 모두 합심해서 협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무척 즐겁습니다.

그리고 그 치우는 과정을 통해 주먹똥도 조금쯤은 나아지지 않았을까요?
그런 과정을 바라보시는 선생님이 계시기에 가능할 수도 있는 일.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와 정신없이 웃었고, 혹시라도 교실에서 실수를 했던 아이들은 없었는지 우리는 아이에게 은근슬쩍 묻기도 했었지요.

첫 학교 생활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 역시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느긋하게 기다리고 절대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감을 기를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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