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예전에는 상고(실업계 고등학교) 중에서도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보다 우수한 성적이어야 갈 수 있는 곳이 여러 군데였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지 않고 상업 고등학교를 거쳐 바로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 기량을 발휘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는데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 실업계 고등학교에 간다 하면 성적이 좋지 못하거나 중학교 때 좀 놀았다는 뜻으로도 해석을 하고 대학진학을 위해 일부러 내신을 염두에 두고 실업계 고등학교를 선택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학교에서도 맡아 놓은 꼴찌이자 집에서는 천덕꾸러기이다. 한창 활기차고 뜨거울 시기에 꿈도 없고 비전도 없고 의욕도 없이 미리 패배자라는 느낌에 짓눌린다. 춘천 기계공고 3학년 재웅이를 비롯한 아이들은 음모에 빠져 산골 마을의 고압송전철탑 건설 현장인 막노동판에 내몰린다.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사연들이 그려지고 꼴찌들은 자신들만의 꼴찌클럽을 결성한다. 무척 잘 쓰여진 작품이다. 글을 내뿜는 솜씨며 이야기를 얽어짜는 기술이며 어느 한 부분 티를 가리킬 곳이 없다.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 어른들의 모습이 섞이고 우리네 현실들의 모습들이 드러내고 있다. 읽는데 생기있어 글이 아니라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머릿속으로는 장면들이 떠올랐다. 화합의 장면으로 처리되는 마지막 장례식 장면이 죽음의 음울함을 떨치고 축제의 장이 되면서 안도의 한숨과 무어라 말하기 어려운 시원한 여운을 남기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어찌보면 인생의 첫 갈림길이라 할 수 있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의 진학, 우리 사회에서는 성적으로 그 길을 가른다. 물론 예외적으로 성적과 관계없이 선택을 하는 극히 드문 경우도 없다 할 순 없겠지만.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속으로는 열등감에 휩싸인 꼴찌들이 산골 마을에서 펼치는 활약은 통쾌하고 시원하다. 이 소설을 통해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에 생각이 머물렀다. 그들 꼴찌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에 나도 함께 응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