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심지어 (표현 자체가 변명처럼 들리는) ‘도래할지도 모르는 미래에 관해서도 쓰지 않는다. 내가 쓰는이야기는 대부분 의도적으로, 그것도 아주 적극적으로, 도래할 리없는 미래에 관한 것들이다.
- P7

내가 생각하기에 과학 소설이 하는 일, 또는 적어도 내가 이야기 속에서 하고자 하는 일은, 오히려 희망과 공포로 가득한 지금 이 순간의 현실에 확대경을 가져다 대는 것이다. 최신 경향을 토대로 추론하고 점차 흔해지는 패턴들을 상술하고 아직 덜 여문 혁신의 논리적 귀결을 제시함으로써, SF는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의 면면을선명하게 드러내고 강조하는 고성능 필터로서 기능한다. 그것도 좋은 면과 나쁜 면, 양쪽 모두를, 이른바 ‘사실주의‘ 문학에서라면 너무 당연하거나 너무 모호해서 알아보기 힘든 것들이 사변과 상상의세계에서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변한다.
- P8

최근 몇 년 동안 내가 천착한 중요한 주제 하나는 격렬한 변화 앞에서 인간으로 남고자 부단히 애쓰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었다. 현대성은 전통을 전복하고 세상의 크기를 인지하는 인간의 감각을 뒤엎었으며, 이로써 몇 세대가 흘러도 또렷이 파악하기 힘들 만큼 커다란 영향력으로 우리 삶을 바꾸어 놓았다. 
- P8

오늘날 개개인은 고대의 어떤 현자보다도 더 많은 정보와 지식에 접근할 수 있고, 그 결과 우리는 소비와 여가, 직업, 결혼, 자기 정체성의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과거의 어느 세대보다 더 큰 자유를 누린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더 자유롭다고, 더 현명하다고, 더 인간적이라고 느낄까? 아니면역설적이게도 과거보다 더 혼란스럽고 더 답답하다고, 더 불안하다고, 그러면서도 덜 인간적이라고 느낄까? - P8

(Singularity, 특이점), 포스트 휴머니즘 같은 소재를 많이 다룬다. 그러나 핵심만 놓고 보면 이러한 이야기들은 모두 같은 질문을 던진다.
지난날의 지혜가 설득력을 잃은 것처럼 느껴지는 시대에 인간으로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앞선 이들은 상상도 못 했던 갖가지 선택과 직면한 시대에 한 개인이 만족스러운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상 만물이 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대에 변하지말아야 할 변하지 않아도 되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은 무엇인가?
전통과 정체성, 문화, 가족, 사랑(이 경우에는 다양한 형태를 모두 망라하여) 같은 것들의 가치는 무엇인가? 아니면 우리 발밑의 세상이 흔들리면서 그런 것들의 의미 자체도 변해 가는가?
- P9

내가 보기에 우리 인간이라는 종(種)은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도록 진화했다. 나는 법학 교육을 받고 변호사로일해 온 까닭에 사실과 숫자가 인간을 설득하지 못하는 것을 이제껏 눈앞에서 생생하게 지켜보았다. 그것은 오로지 이야기만이 할수 있는 일이다.
- P9

우리는 윤리 강령이나 두꺼운 규정집을 읽으며 도덕적인 의사나 선량한 변호사가 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 그 대신 우리는 자신이 흠모하는 이들을 모방하고, 이로써 그들의 삶을 우리스스로가 선택에 직면했을 때 이정표로 믿고 따르는 이야기로 변화시킨다.
- P10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사건들은 적잖은 경우에 우연과 돌발의 결과이다. 누구와 결혼하는지, 어떤 직업에 종사하는지, 어떤 책과 시에서 오래가는 즐거움을얻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삶을 무작위적인 사건의 연속으로 이해할 수는 없기에 우리는 그것들을 하나로 엮어 이야기를 짓고, 그 이야기에 플롯을 부여하고, 스스로가 이야기 속 인물이 되어따라갈 성장 곡선을 창조한다.  - P10

우리는 저마다 각자가 만든 장대한 판타지의 주인공이다 - P11

그러나 이야기는 단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일을 이해하도록돕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시간의 강을 건너가는 동안 길잡이가되어 주기도 한다.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 또 원래 출발한 곳이어디인지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목적을 지니고 앞으로 나아가며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지키고자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나는 결국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셈이다. 미래를 예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 P11

삶을 이런 식으로 보는 관점에는 희망이 존재한다. 

우리는 결국 누구도 아닌 자기만의 이야기를 쓴다. 이로써 우리는자기 운명의 저자가 된다.
- P11

이처럼 시간과 공간, 언어, 문화를 넘어 쓰는 이와읽는 이가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비로소 가장 인간다워진다고, 저는 느낍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짓는 종(種)이니까요.
- P12

기자들은 누구나 내 손부터 본다. 얼굴을 빤히 볼 엄두는 차마 나지 않아서 손을 뚫어져라 보는 것이다. 검버섯과 주름진 살갗, 관절염 때문에 부은 손목을,
- P15

발가락 사이로 모래가 차갑게 잘박거렸고, 이따금 조가비 부스러기가 발바닥을 콕콕 찔렀다. 그런데도 물가를 따라 줄곧 맨발로 걸은 까닭은 등 뒤로 이어진 내 발자국 모양에 넋이 나가서였다. 자국하나하나가 야트막한 굽이였다. 방금 막 파 놓은 무덤처럼.
- P17

등 뒤에 남은 발자국 모양 무덤들에 뭐가 묻혀 있는지를, 나는 그때 깨달았다.
- P18

채드를 만난 건 그때껏 나한테 일어난 최고의 행운이었는데, 어쩌면 나는 그 행운 속에 함정이 있을 거란 생각을 처음부터 했던 것 같기도 하다 - P19

아니면 단순히 채드가 그 일에 말을 보태는 게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머릿속에서 채드는 이 고결한 일에, 오래된 동시에 새롭기도 한 이 일에 관여할 권리를 이미 박탈당한 사람이었다. 나는 임신중단이나 입양 같은 선택지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내 몸이고, 내 삶이고, 내 아기였으니까.
- P19

나는 기다렸다. 찌릿하게 연결되는 느낌을, 모든것이 선명해지는 감각을,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해 줄 따사로움을.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런 것은 찾아오지 않았다.
- P20

내가 쉰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간호사는 우는 어린것을 안고 자리를 떴다.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달라질 듯도 싶었다.
아니면 그 어린것이 사라지거나.
하지만 그것은 당연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소리 내어 울며,
요구했다. 간호사들이 한 시간마다 교대로 나를 찾아와 엄마가 해야할 일을 가르쳐 주며 클립보드에 끼운 문진표의 목록에 하나씩 확인 표시를 했다. 나는 번번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는 동안 비명을지르고 싶었다. 그것이 내 젖꼭지를 깨물었을 때 너무나 아팠기 때문에,
특별하다는 기분은 안 들었다. 고결한 일이라는 느낌도 없었다.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실수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 P21

내가 끼니를 굶는 일은 없을 터였다. 하지만 나는 내 손이로 내리찍은 발등을 지켜보며 사는 법을 배워야 할 처지였다.
기저귀에서 나는 냄새가 너무도 싫었다. 이유식 냄새도 역했다.
졸음은 늘 쏟아졌다. 나는 아기가 꼴도 보기 싫었다.
- P22

나는 울었다. 온 우주에 나 혼자였고 내 힘으로 되는 일이라곤 우는 것뿐이었다.
- P22

"나는 아기가 있는데."
그렇게 말하고서 나는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얼빠진 사람처럼, 유아차를, 바보처럼, 우리 조그만 찰리를, 내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였다. 난 저 덫에 걸렸는데.

- P23

"아기가 누구의 소유물인 건 아니잖아."
남자가 말했다. 그러고는 내 곁에 앉더니, 꼭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마주보았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소유할 순 없으니까. 나는 제임스라고 해."
남자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사이에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 너를 옭아맬 덫 같은 건 없어. 너한테는 이 길밖에 없다고 제풀에 믿어 버리지 않는 한은 - P23

"잘 있어." 나는 찰리에게 말했다. "넌 내 소유물이 아니야. 나도네 소유물이 아니고."
- P24

우리는 함께 웃었다. 그렇게 첫 번째 삶을 등지고 떠나면서 나는비로소 자유로워진 기분이 들었다.
- P24

내 사랑. 그 사람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소유할 순 없어. 
너랑 나는 영원히 자유야.
- P25

그래도 마음은 아팠다. 친절하지도 다정하지도 않은 남자였지만,
제임스는 내게 삶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었다. 꼭 잔디 마당이 딸린집에서 살 필요는 없다는 것을, 돈 때문에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다.
는 것을, 의무와 덫과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나날로 삶을 채우지않아도 된다는 것을, 그런 교훈을 남자들은 본능처럼 알지만 여자들은 배워야만 아는 듯싶었다.
- P25

제임스에게서 자유가 무엇인지 그토록 많이 배웠는데도, 나는 아침이면 그의 널따란 어깨가 뺨에 닿는 느낌이 그리웠고, 밤이면 그의 손이 허벅지에 닿는 느낌이 그리웠다. 결국 나는 그의 것이라고,
또 그는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사랑한다는 말은 서로간에 한 번도 하지 않았지만, 지나고 보니 말 같은 것은 중요하지않았다.

- P25

자유는 쉽사리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P25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에마가 말을 거의 무용지물로 여기는 것을 깨닫기에 이르렀다. 말은 생각의 그림자, 그 자체가 믿기 힘들고잡기 힘들고 비현실적이었다. 육신은 플라스티네이션을 통해 보존되어 영생을 얻었다. 하지만 아세톤과 폴리머가 혈액과 수분의 자리를 차지할 때, 생각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였다.
- P29

"어쩌면 그런 건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몰라."
언젠가 에마가 내게 한 말이었다. 에마는 유물론자였다. 그래서자기 손으로 주무를 수 있는 것만을 믿었다.
- P29

남의 양손을 해부하고 방부 처리까지 해서 자기 집 거실에 여봐란듯이 놔두다니,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이 그런 생각을 할까? 그것 또한 덧없는 삶과 경이로운 인간의 육신을 관조하는 한가지 방식일까? 르네상스 시대의 시인이 ‘메멘토 모리(mementomori‘는 라틴어로 ‘그대가 죽을 운명임을 명심하라‘라는 뜻으로서 삶이 유한하다.
는 사실을 일깨우는 경구이다. ― 옮긴이)‘를 중얼거리며 바라보았던 해골처럼, 저 손도 보는 이에게 필멸을 상기시키는 상징일까?

- P31

에마는 알 게 뭐냐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질문이란 대개 쓸모없는 것들이야. 답이랍시고 돌아오는 것도거짓말이거나, 믿고 싶지 않은 것들이고." - P31

나는 에마에게 작품의 손가락을 세공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털이놓았다. 손가락 주위의 신경에 수술칼을 댈 때면 여지없이 내 손가락에 따끔거리는 감각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서 종종 일손을 놓고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당신의 거울 신경 세포가 간섭해서 그래." 내 이야기를 들은 에마는 그렇게 말했다. "극복할 거야. 극복해야 돼. 내 경우엔 항상 얼굴이 제일 세공하기 힘들었는데, 결국엔 얼굴 보기를 그만뒀어. 윤곽하고 음영, 색조만 보게 된 거지. 우리는 남들이 점토를 깎아내는방식으로 살을 깎아내니까."
- P32

"육신은 반드시 사라지는 법이지." 떠나려고 돌아선 에마가 입을열었다. "죽음은 결코 피할 수 없으니까.  - P32

조그마한 찰리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내가 제임스와 함께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동안 동트기 전의 어둠 속에서 울고 있었을찰리가 찰리의 꼭 움켜쥔 자그마한 두 주먹이.
그리고 나는 혼자였다. 늘 그랬듯이. 또한 덫에 걸린 신세였다. 늘그랬듯이,
- P34

"그런 일을 날마다 하는데 몸이 멀쩡하다면 그게 더 이상하겠죠.
제 아버지는 생전에 하던 일을 예술이라고 포장했을지 몰라도, 죽음을 삶처럼 꾸미다 보면 결국에는 스스로도 영향을 받게 마련이지요 - P35

"슬픔은 힘이 세죠. 사람의 세계관을 바꿔 놓기도 할 만큼요."
존이 말하는 동안 나는 그의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무릎위에 차분하게 포갠 두 손이 꼭 생각에 잠긴 불가사리 한 쌍 같았다. 마치 …… 서로의 감정에 이입한 것처럼.
- P36

"우리 아버지는 현대인들이 죽음으로부터 너무 철저하게 격리되었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보디워크스를 세웠어요. 사람들로 하여금죽음과 더불어 살아가도록, 죽은 육신을 동력이 끊긴 기계처럼 보도록 강제하는 방법을 써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싶었던거예요. 아버지는 죽음을 우스꽝스럽고 절대적이지만 두렵지 않은것으로 바꾸려 했어요."
- P36

"하지만 죽음을 너무 깊이 생각하다 보면 삶이 멈춰 버리기도 해요. 그건 플라스티네이션 자체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우리는 가끔잊어버리는 사실이지만."

- P37

내 눈앞에서 내 손이 저절로 날아오르더니, 허공에 있는 존의 손과 만났다. 두 손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춤추는 한 쌍처럼. 기도하는두 손처럼. - P37

"난 당신이 좋아. 하지만 난 고등학교도 안 나왔어. 할 줄 아는 거라곤 근육에서 근막을 벗겨내고 사람의 양손을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재주뿐이야. 당신이랑 나는 사는 세상이 달라. 절대로 행복해질수 없어."
- P37

나는 상상했다. 20년 전에 조그마한 라텍스 주머니 하나가 제 할일을 다했더라면, 나의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랬더라면 나도 연거푸 후회하지 않고 삶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 P37

"우리 아버지의 관심사는 부패를 멈추는 거였어요. 영혼이 떠나버린 육체를 정지 상태로 보존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나는그보다 훨씬 더 멋진 걸 하고 싶어요. 노화와 죽음을 정복하는 거예요 - P38

"나는 문제가 있는 사람이야. 엄마가 되는 법을 모르는 사람."
- P38

"이미 작동을 멈춘 틀을 신기한 것처럼 구경하느니, 차라리 그 틀의 작동 기한을 최대한 연장하는 게 낫지 않아요?"
"하지만 죽음은 피할 수 없어. 그래서 삶이 의미 있는 거잖아."
"그건 선택의 어지가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납득시키려고 하는 거짓말이에요. 시인들이 영생을 구하려 애쓰는 이를 폄하한 건 아무 힘도 없는 우리를 위로하기 위해서였고요. 하지만 우리는 이제 무력하지 않아요."
- P39

"단지 수백 년을 살기만 하는 게 아니에요, 그 기간 동안 내내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어요. 우리 몸속의 생체 시계가 몇 시를 가리키는지 더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존이 그 동화 같은 이야기를 어찌나 철석같이 믿었던지 나는 차마 부정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 P39

"결과가 잘 나왔어요." 존이 말했다. 당신의 신체 나이는 이제 서른 살이에요. 정기적으로 관리만 해 주면 지금 상태를 영원히 유지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해요."
멋진데, 나는 속으로 생각하며 혼자 빙긋 웃었다. 아이를 가질지말지 결정하는 일을 훨씬 더 나중으로 미룰 수 있었으니까.  - P41

나는 그때껏 얼어붙은 껍데기 속에 삶을 멈춰 놓았다. 그래서 이제는 그동안 놓친 것들을 만회하고 싶었다. 누리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았고, 해 보고 싶은 것들도 너무나 많았다. 내가 만든 ‘죽기 전에 꼭 해볼 일‘ 목록은 갈수록 길어졌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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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善意)로 포장돼 있다.’ 이 서양 격언은 착한 의도에서 출발한 정책이 나쁜 결과를 초래했을 때 흔히 인용된다. 의도는 좋았지만 방법론이 틀렸다는 데 방점이 있다. 목적이 아닌 수단이 비판의 초점이다 보니 실패한 정책에 ‘면죄부’를 주는 말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의도는 착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약자를 돕는다는 정책이 역설적으로 약자를 괴롭히는 경우다.


[차병석 칼럼] 지옥 길은 위선으로 포장돼 있다?
20.09.03

이 시대 대표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쓴 <노예의 길>에는 재미있는 부제가 달려있다. 바로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진실’이다. 무슨 진실일까. 어두운 진실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유주의를 배척한 사회는 모두가 노예가 되는 길이라고 일갈하면서,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개인의 자유를 마음껏 보장하는 자유시장경제 체제가 최고의 가치라고 설파했다.

그의 주장은 일장일단이 있다. 당장 미중 무역전쟁의 흐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주의와 다양성의 나라 미국은 단일지도자체제를 갖춘 중국과의 싸움에서 ‘온전한 전력의 집중’을 이뤄내지 못하는 행보를 연출하기도 한다. 일부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강력한 지배력으로 민간시장을 콘트롤하는 중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어려운 난제들을 쉽게 풀어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들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도 2차 세계대전 후 나치즘의 광기를 목도한 당대의 ‘박제된’ 지식인일 뿐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다만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말년에 자기의 눈으로 목도했듯이, 1990년대 사회주의 소련과 동유럽은 몰락했고 지금은 자유시장경제의 시대가 만개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도 뚜렷한 부작용과 반작용이 존재하고 있으나, 지금이 ‘기회의 시대’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 "정부가 계획하고 설정한 시대는 오래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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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모두가 걸어가는 상황에서 누군가 달리기를 시작하자 "달리지 말고 걸어라"고 명령하며 "걸으면 제도권으로 인정하겠다"는 격이다
--

[IT큐레이션]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최진홍 (19.12.09)

1789년 일어난 프랑스 혁명의 지도자 로베스피에르에 얽힌 일화.

프랑스 혁명을 진두지휘했던 로베스피에르는 모든 어린이에게 ‘우유를 마실 수 있는 기쁨‘을 안겨주고 싶었다.

혁명을 이끈 로베스피에르는 우유 가격 인하를 지시했다. 물가 안정과 국가의 미래인 아이들의 영양 보충을 위한 정책이었다.

누구도 로베스피에르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았고 그의 명령을 어기려는 사람도 없었다. 우유 가격도 자연스럽게 내려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유가격이 떨어지자 우유를 생산하는 소의 가격도 덩달아 떨어졌다.

우유가 돈이 되지 않자 농민들은 젖소를 내다팔았다. 소고기 가격도 급락하면서 젖소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다음엔 반전이 일어났다. 로베스피에르의 압력으로 하락하던 우유 가격이 폭등했다. 젖소가 사라져 우유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이제 우유 가격은 로베스피에르가 가격 인하를 명령하기 전보다 훨씬 비싸졌다. 우유도 이제 귀족 자제들만 마실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의 세상도 복잡했다. 사실 우유가격이 하락하자 소 먹이가 문제였다.

소가 먹는 건초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농민들은 우유를 싸게 팔아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당국이 우유 가격을 억지로 내리자 농민들은 소를 먹일 건초 가격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로베스피에르의 선의, 그리고 짧은 생각이 농업경제를 망쳐버렸다.

이 일화는 서양의 오래된 속담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과 함께 자주 회자된다.

우유 가격 인하라는 로베스피에르의 ‘선의‘는 목축업 위기라는 최악의 결과로 귀결됐다. 시장에 대한 몰이해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려주는 오래된 사례다.

로베스피에르는 법률에 정통한 엘리트로 서민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던 인물이었지만, 공포 정치를 펼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장태민 칼럼)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

기사입력 : 2020-04-07 13:29


국내에선 로베스피에르 사례보다 더 유명한 마오쩌뚱의 사례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선의로 포장된 지옥길은 너무나 많았다. 서양에서 이 속담이 심심찮게 거론되는 이유다.

선의로 포장된 지옥길 중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마오쩌뚱과 참새‘ 이야기일 것이다.

중국 공산화에 성공한 마오쩌둥이 참새 박멸을 지시한 일화는 로베스피에르 사례보다 국내에선 더 유명하다.

마오쩌뚱이 참새가 곡식 낟알을 쪼아먹는 모습을 보면 참새를 없애야 식량 증산에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전역에서 벌어진 대대적인 참새 소탕의 결과는 처참했다. 아이들까지 새총으로 참새를 다 잡고 나니 대대적인 흉년이 들었다.

천적인 참새가 없어지자 해충이 창궐하면서 곡식을 모두 갉아먹어 버렸던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 인민 3천만, 4천만명이 죽었다고 전해진다.

모든 인민들을 배불리 먹이겠다는 모택동의 선의가 중국의 농업경제를 절단내고 말았던 것이다.

전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지도자의 선의가 얼마나 큰 폐해를 안겨주는지를 가르쳐 주는 사례다.

(장태민 칼럼)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

기사입력 : 2020-04-07 13:29


문재인 정권 사람들은 불법 비리가 드러나면 도리어 화내고 눈 부라린다. 그런데 최근엔 여당 정치인들만이 아니라 판사, 검사, 관료, 군인들도 이 철면피 행태에 가세하고 있다. 판·검·관·군은 늘 정권의 눈치를 보지만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마저 없다. 왜 이토록 뻔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지만 답은 하나뿐이었다.
이들은 이 정권이 최소 5년을 더 간다고 나름 확신한 것 같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물론이고 후년 대선도 민주당이 이길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6년 여인데, 이 정도 기간이면 지금 저지르는 잘못들은 모두 덮힐 수 있다. 이 기간 중에 자신을 대법관, 헌법재판관, 장관, 검찰총장, 참모총장 시켜주는 것도 민주당 정권이다. 그러니 이 정권에 눈 딱 감고 충성하자고 작정한 듯하다.

[양상훈 칼럼] 判·檢·官·軍, 이 정권이 ‘또 이긴다’ 확신한 것

양상훈 주필  2020.10.15 03:20


택배 노동자의 열세번째 부고 소식을 기사로 본 날, 답답함과 미안함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열두명이나 사망한 후에도 죽음이 다시 반복됐다는 것에 대한 답답함, 그리고 안온한 내 책상에 앉아 그 기사를 볼 수밖에 없는 미안함이 똑같이 절박하게 무겁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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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장에서의 죽음에 모두가 상주의 마음을 갖는 사회, 아니 상주가 될 필요도 없는 사회, 그러니까 일하는 중에는 단 한명도 죽지 않는 사회가 도래하기를. 노동자들의 땀이 바람 따라 흘리는 꽃들의 땀, ‘꽃 땀’처럼 아름답게 존중받기를. 새해 소망이다.


[조해진의 세계+] 누구든 살아 있으라
2020-11-02


고운 미소에 선한 마음씨의 수진은 마음이 아프면서 눈빛과 말투가 공격적으로 변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자꾸 사업을 벌이고 빚도 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남편과의 말다툼도 잦아졌고, 집을 나가 연락 두절도 여러 차례라고 했다. 그렇게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사막의 태양 같은" 몇달이 지나고 나면, "극단적 추위의 밤 같은" 시간이 수진을 찾아왔다. 대책 없던 수진은 가고 한없이 가여운 수진이 나타났다.

이 가족을 덮친 불행에 이웃들은 아파했다. 병의 성격상 치료가 어렵다니 수철이 감당해야 하는 ‘끝이 안 보이는 터널’ 같은 상황이 기가 막혔다. ‘수진의 병은 수철이 가장으로서 무책임했기 때문’이라며 수진을 동정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게 또 수철에게 상처가 되기도 했다. 아무렴 수철을 비난한 건 아니었다. 그저 수진이 너무 안타까웠던 것일 뿐

[김여사의 어쩌다 마을] 배달노동자 수철 덕분에



2020-11-02


글을 써보려고 머리를 쥐어짜다 마침표를 찍으면 안도의 한숨을 쉰다. 같은 점이라도 일기도에서 보면 뜻이 달라진다. 어딘가 비가 오고 있다는 신호다. 점이 하나면 안개 낀 호숫가에 빗물이 여기저기 동그라미를 그리며 퍼져가는 모습이 보인다. 점이 세개 모이면 큰비로 개울의 징검다리가 넘쳐 종아리를 걷어붙이고 건너다 거친 물살에 몸을 가누기 힘들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점 안에서 비를 보고 있는 누군가의 감정과 경험도 느껴볼 수 있어서다. 날씨의 표정을 전하는 이모티콘인 셈이다.


[이우진의 햇빛] 이모티콘에 담긴 날씨
2020-11-02 02:38

이우진 ㅣ 이화여대 초빙교수(과학교육)

김 위원장은 "일본에서 이미 1970년대 말 시작된 저출산을 해결하지 못해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는데, 우리도 그런 과정 속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출생률 하락세가 지속하면 국가로서의 존립 자체가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출생률 문제를 단순히 복지 문제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제일 중요한 것이 교육 문제"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주택도 문제지만 젊은 세대가 아이를 안 낳는 것은 교육이 불평등하기 때문"이라며 "사교육비가 계속 늘고 공교육이 취약해지는 것이 출생률을 떨어뜨리는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보육이라는 것도 복지 차원에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학교에서 종일 교육을 받는 전일수업제도를 도입하면 교육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고 돌봄 역할도 할 수 있어 전일교육제를 시도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아이 안 낳는 건 교육불평등 때문…7세 입학도 재고해야"

뉴스1|입력 2020-07-17


지금 삶이 우울하고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나 자신을 모르기 때문이다. 미국 심리학자 토리 히긴스는 ‘당위적인 자아’와 ‘현실의 자아’가 충돌할 때 사람들이 우울과 불안을 느낀다고 말한다. 당위적인 자아는 ‘무엇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집을 사려면 돈을 벌어야 해’ ‘승진하려면 완벽하게 일해야 해’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출세해야 해’….

그런데 그 조건들은 내가 만든 게 아니라 타인이 만들어낸 것이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일수록 사회가 만들어준 신념에 맞춰 산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른 채 나이가 들어간다. 진정한 나와 사회적 역할을 혼동할수록 삶은 불만으로 가득해진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은 삶의 의미를 찾는 정신적·영적 동물이다. 매 순간 자신의 내면과 삶을 향해 진실한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던진 질문만 들여다보다 생을 마감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멈추지 말아야 할 질문이 있다면 그것은 "나는 누구인가?"이다. 이 질문은 잠든 내면을 깨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과 거의 같다.


[이지현의 티 테이블] 멈추지 말아야 할 질문들

입력 2020-10-31 


1996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의 ‘선택의 가능성’이란 시의 일부분이다.

"영화를 더 좋아한다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
바르타 강가의 떡갈나무를 더 좋아한다
도스토옙스키보다 디킨스를 더 좋아한다…

명확하지 않은 기념일에 집착하는 것보다
하루하루를 기념일처럼 소중히 챙기는 것을 더 좋아한다…

기나긴 별들의 시간보다
하루살이 풀벌레의 시간을 더 좋아한다…"

아름다운 문체로 사색적인 작품을 주로 썼던 심보르스카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지금 느껴지는 불안감을 ‘진정한 당신이 돼라’는 내면의 신호로 감지하자. "지금까지 맡아온 역할들을 빼고 나면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과 마주하고 지금까지 ‘거짓된 자기’를 깨닫는 순간 자신의 진짜 존재를 만나는 인생 후반기로 넘어갈 수 있다. 현재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고 만든 신념과 가치관은 미래의 나를 만드는 토대가 된다. 끊임없이 ‘나’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지현의 티 테이블] 멈추지 말아야 할 질문들

입력 2020-10-31 


만일 지금 마흔 무렵을 살고 있다면 삶을 다운시프트(downshift)해야 한다. 자동차 운전 시 저단 기어로 변속해 속도를 줄이는 것을 ‘다운시프트’라고 한다. 마흔 이후엔 우리의 삶도 다운시프트해야 한다. 정신없이 살아온 청년기를 뒤로하고 시작하는 중년기는 "지금까지의 생활이 과연 내가 원하던 삶이었나?" "앞으로도 이 같은 삶을 계속 살아야 하나?"란 질문에 답을 찾는 시기이다. 자기 정체성을 고민하는 이 시기엔 젊은 시절 추구해 오던 물질로는 채워지지 않는 공간이 생긴다. 삶의 방식을 ‘성취 지향적’에서 ‘관계 지향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이 공간은 더 커지고 공허감을 느끼게 될 수 있다. 떠밀려 살지 않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

[이지현의 티 테이블] 멈추지 말아야 할 질문들

입력 2020-10-31 


농사꾼의 품격은 그가 짓는 밭으로 결정된다는 것, 평생토록 농사지으며 살아온 농부 어르신들을 존경해야 한다는 것, 늘 겸손해야 한다는 것은 시골살이에서 얻은 귀중한 깨달음입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새로운 깨달음을 가져다줍니다. 나의 품격을 결정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남편인 나의 품격은 아내에 의해 결정되고, 아버지로서 나의 품격은 자식들의 성품과 태도로 결정됩니다. 나를 자랑하고 나의 품격을 격상시키려 애써 보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선생의 품격은 제자들의 성장한 수준에서 결정되고, 학자의 품격은 연구한 학문에 의해 결정되며, 목사의 품격은 신앙공동체 구성원들의 인격과 삶에 의해 결정될 것입니다. 그것들을 생각하면 나는 더 겸손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합니다. 시골살이의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농자천하지대본의 이유가 무엇인지 경험적으로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바이블시론] 신부의 품격을 위하여

유장춘 (한동대 교수·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입력 2020-10-30


경남 함양군 안의면 대대리에 ‘바래기재’라는 고개가 있다. 산악인들이 백두대간 능선 진양기맥(晉陽岐脈) 2구간 산행의 끝 지점으로 삼는 곳이다. 이 고개를 넘으면 거창 마리면이다. 충남 보령에도 같은 지명이 있으니, 요즘 패러글라이딩 체험장으로 유명한 옥마산 활공장을 지나 성주산 왕자봉으로 이어지는 고개가 또한 바래기재이다. 성주지맥(聖住枝脈) 1구간에 해당한다.

내가 바래기재를 알게 된 건 등산을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이름 때문이었다. 싸리재, 노루목재, 너릿재, 멧둔재, 꼭두방재 등등 우리말 고개에는 개성 강한 이름이 많지만, 유독 바래기재에 끌린 건 이름의 유래 탓이다. 땅의 생김새에서 유래한 다른 지명들과 달리 바래기재는 이름 자체가 한 편의 서사이고 서정이다.

바래기재는 ‘바래다’에서 왔다. 바래주다, 바래다주다. 배웅한다는 그 말. 지금은 등산 날머리나 들머리인 이 고개가 옛날에는 이별의 고개였던가 보다. 남자들이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갈 때면 여인들은 이 고개까지 그를 바래다주었다. 떠나는 자와 보내는 자가 이 고개에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앞날을 약속했을 것이다. 대개는 괴나리봇짐을 멘 남자가 먼저 등을 보이고, 여인은 손을 흔들며 그 등을 오래오래 바라보았을 테다.

바래기재라는 이름은 이렇게 바래다주는 곳이란 뜻에서 유래했다. 바래다준다는 말에는 ‘바라보다’라는 뜻이 있고, 누군가를 오래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바래다주는 일의 본질임을 한 번이라도 바래다준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안다. 배웅이라는 말이 설령 같은 어원에서 왔다고 하더라도 배웅한다는 말과 바래다준다는 말은 공(公)과 사(私)만큼 다르다. 영어의 ‘see off’나 ‘take’ 같은 말로는 우리말 ‘바래다주다’의 정답고 따뜻하고 환하고 또한 쓸쓸한 느낌을 도저히 전달할 수가 없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이렇게 노래했다. ‘그대만 보면 내 맘이 떨려요. 내겐 그대만 보여요. 바래다주는 길이 좋아요. 우릴 모르는 누구라도 아름답죠. 손을 흔들어 그대 인사해주면 난 그걸로 충분해. 난 정말 행복해.’ 이들의 대표곡 중 하나인 ‘그대’는 바래다주는 것과 바라보는 것이 같은 뜻이고 그것이 다름 아닌 사랑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르고, 그대만 보이고, 내 맘은 떨리고, 세상 사람들이 다 아름다워 보이고, 그런데 그의 집은 점점 다가오고. 그를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길은 조금 쓸쓸하지만, 나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그 순간 그 마음.

집이 어디니? 바래다줄게. 오래전 책을 읽다가 이 문장 뒤에서 딱 멈춰 섰다. 저녁 어스름이 내릴 즈음이거나 이미 어두워져 거리의 불빛들이 촘촘히 밝아진 다음이어도 좋으리라. 이 계절엔 너를 바래다주고 싶다. 너의 집 불빛이 보일 때까지만, 그 불빛의 이마 앞에서 내 마음이 놓일 때까지만. 너를 바래다줄게. 우리들의 삶 순간순간이 넘어야 할 첩첩산중인데, 그 들머리 고개가 서로를 바래다주는 바래기재가 된다면야. 그거면 충분하다


[최현주의 알뜻 말뜻] 오늘은 너를 바래다줄게
2020-10-31

호우가 계속되고 있다.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은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라고 말하며 온라인 피케팅 운동을 시작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대륙의 북극곰 이야기가 아니다. 코앞에 닥친 미래를 바꿔놓을, 이미 시작된 재난 이야기다. 우리의 보금자리에서 점점 심각해질 기후재난의 속도와 강도를 최대한 늦추고 약화시킬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기후위기와 탈육식/이슬아


기후위기를 늦추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결정적 실천은 탈육식이다. 텀블러를 쓰고 일회용품을 줄이는 생활습관도 중요하지만 탈육식은 그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가져다준다. 육식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자세히 알고 싶지 않아서 외면할 뿐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의 18%가 축산업에서 배출된다. 공장식 축산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비율은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비율보다 높다. 소고기 1㎏을 얻는 데 옥수수 16㎏이 사료로 쓰인다. 사육 과정에서 막대한 경작지와 물이 소모되며, 운송과 보관 등의 과정에서 꾸준히 화석연료가 쓰인다.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가스도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킨다. 육식은 지구의 에너지 자원을 광범위하게 그리고 빠르게 소진하는 생활습관이다. 수많은 개인들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고기를 먹는다면 기후위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희망은 갈수록 희미해질 것이다.

-기후위기와 탈육식/이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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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동안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했다. 조금 더 생각하게 되었고 조금 더 인내하게 되었으며, 조금더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지나간 추억을 회상하며 그때의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할 수 있었고, 미래에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을 그려보기도 했다. 당시에는 이해되지 않던 사람과 상황이 지금의 눈으로 다시 보니 이해되고도 남았고 내가 확신했던 대로 되지 않은 현실에 놀라고 반성하기도 했다.
- P7

서점을 둘러보면 금세 알 수 있다. 거창한 이야기가 주목받는 시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극히 개인적이고 소소한이야기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나와 당신의 작은이야기가 책이 될 수 있는, 혹은 책이 되어야 하는 시대인것이다.
- P8

두 가지 일, 책 읽기와 글쓰기! 나는 살기 위해, 그리고 우울해지지 않기 위해 그 두 가지를 무한 반복했을 뿐이다.
그리고 오로지 그 두 가지 덕분에 작가가 되었다. - P22

나는 여전히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제일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계속하면 할 수 있게 되고, 결국엔 잘하는 날이 올 거라 믿기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투성이라고, 세상에 내 뜻대로 되는게 아무것도 없다고 투덜대던 나는 불현듯 부끄러워져 입을꾹 닫아버렸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진짜 계속해 본 걸까?‘
잘하게 될 때까지 해본 게 맞을까?‘
내 고개가 힘없이 돌아간 순간, 지애 말이 울려댔다.
‘그냥 조금만 참고 계속하면 되더라고요.‘
때문이다.
- P34

첫 번째, ‘지나치게 주관적인 글을 지속적으로 올리지는말자.
자신만 이해할 수 있는 일기나 자신만의 관점에 갇힌 글,
혹은 정치적, 종교적 신념을 피력하는 글들이 여기에 속한다. 블로그의 특성상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글들이 다수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웃들의 공감을 원하고,
나아가 실용적인 글쓰기를 원한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 P41

두 번째, 지나치게 부정적인 글은 비밀글로 혼자만 보는것이 좋다. - P41

다섯 번째, 지속할 수 있는 카테고리를 2~3개 유지하는것이 좋다.
책을 좋아하는 블로거라고 책 이야기만 쓰진 않는다. 나만 하더라도 매일 아침에 동화책 필사를 올리고 몇 시간후 에세이 한 편을 올리는 식으로 기본 2가지 활동을 루틴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 영어 낭독이나 드로잉 혹은일상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일상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가장 관심 있는 분야 몇 가지를 추려서 루틴처럼 이어갈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아야 한다.
- P43

우리는 모두 평범함 속에 특별함을 숨기고 산다. 그러니자신의 특별함을 찾아 글로 쓰기만 한다면 평범함이 단번에 특별함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 P45

"밥 먹는 것보다 좋아하는 게 있나요?"
"무엇을 잘한다고 소문났나요?"
"남들이 자꾸 묻는 게 있나요?"
- P47

당신이 덕후인 분야의 글이나 그와 관련된 지식을 활용해보면 어떨까? 좋아하는 분야에 관해서는 할 말도 많고쓰고 또 써도 계속 쓰고 싶어지니 글쓰기가 절로 즐거워질것이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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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빌려서 실물 자산인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은 더 큰 돈을 벌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부동산 가격은 오르고 빚 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이니 말이다. 바로 이런 게 자본주의 게임의 법칙이다. - P51

주식 투자로 100억 넘게 번 두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독서량이 많다는 것이다. 두 사람 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읽는 스타일이었다. 그들을 보면 독서와 돈 버는 것 사이에 분명한 상관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P37

『국부론』을 읽다 보면 불쾌하고 불명예스러운 직업일수록 수입이 많다는 언급이 나온다. 어느 나라나 백정은 수입이 좋았다고 한다. 또 사형 집행인은 수입이 상당히 많다고도 한다. 여관이나 술집 주인도 명예롭지 못하기에 돈을 많이 번다고 한다. 불쾌감과 불명예가 심리적인 진입 장벽 역할을 해서 수익을 내기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부동산 투자로 불쾌하고 불명예스러운 투자처에 투자하면 수익을 많이 거둘 수 있을 거란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래서 내가 찾은 곳은 집창촌이었다 - P39

비밀은 바로 남과 다른 해석 능력에 있다. 같은 정보를 가지고도 해석 능력이 달라야 한다. 남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은 어디에서 오나? 바로 독서에서 나온다 - P41

돈을 빌려서 실물 자산인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은 더 큰 돈을 벌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부동산 가격은 오르고 빚 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이니 말이다. 바로 이런 게 자본주의 게임의 법칙이 - P51

더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생기면 ‘부의 이전’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부의 이전’이란 국민의 재산이 정부로 넘어간다는 뜻이다 - P59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부자가 많은 것은 바로 이런 메커니즘 때문이다.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여전히 화폐가치는 떨어질 것이고 실물 자산인 부동산 가격은 상승할 것이다. - P61

이상하게도, 서민과 노동자를 위한다는 정당이 집권하면 부동산 가격이 더 많이 오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왜 진보정권이 집권하면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까? 밀턴 프리드먼이 여기에 대해 명쾌한 답을 보여준다. - P65

왜 진보정권 때 부동산 가격이 더 많이 오르는가?


노동자와 서민의 권익을 강조하는 진보정권이 집권했을 때 오히려 부동산과 주가가 많이 오른다 - P74

네가 남보다 잘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봐라. 네가 남보다 잘 못하는 약점은무엇인지 고려해라. 그리고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생각해 봐라. 향후 세상의 변화 속에서 네가 어떤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 생각해 봐라. 또 반대로 어떤 위협이 있을지도 고려해라. 이런 상황에서 너의 장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여 기회를 잡고 성공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곳에 네 자신을 전략적으로 포지셔닝해라 - P83

큰돈을 벌 수 있느냐는 재능과 노력보다는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정하는 전략적인 선택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 P94

하이에크가 남긴 일갈 중 이런 유명한 말이 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 P99

누군가는 먼저 부자가 되어야 모두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 P103

하이에크는 자신의 저서 『노예의 길』에서 대중은 노예로 가는 길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 P108

왜 자유를 버리고 노예의 길을 선택할까? 자유는 경쟁이 기본이고, 노력이 기본이고, 책임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경쟁하기 싫고 노력하기도 싫고 책임지기도 싫은 미성숙한 대중이 쉽게 원하는 게 무엇일까? - P110

노예의 길을 걷지 않으려면 대중이 자유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성숙해야 한다. 어린애처럼 요구만 할 게 아니라 스스로 노력하고 경쟁을 받아들이고 책임을 질 줄 아는 성숙함을 가져야 한다 - P111

"한 도시를 완벽하게 파괴하는 방법은 폭격이 아니라 임대료 통제 정책이다." 이런 부작용을 충분히 확인한 요즘에야 임대료 통제 정책이 사라지는 추세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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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부의 본능 : 슈퍼리치가 되는 9가지 방법
브라운스톤 지음 / 토트 / 2018년 8월
평점 :
판매중지


<북라이트> 필사+독서모임을 통해 알게 된 책
북라이트는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 1시간동안 읽고 필사한다음
문장과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10월 말 온라인 모임때 이 책을 읽은 분이 있는데
최근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려고 수백권의 책을 버렸는데
이 책은 남겨두고 싶은 책이라고 하셨다
이제 대학생이 된 아들에게도 꼭 읽으라고 권한 책이라고-
그분의 소개를 들으니 어떤 내용이 있을까 궁금해졌고

e-book으로 바로 읽어보게 되었다
부 관련된 책을 좋아해서 여러권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미 익숙한 내용들이라고 생각할것이다

경제, 자기계발서적을 좋아해서 자주 읽었더니
일맥상통하는 내용이 있다

좋은 점은 우리나라 저자가 쓴 책이라
한국 경제상황을 잘 알고
문화가 같으니 외국인 저자가 쓴 책보다
좀 더 적용하기 좋다

부자가 되기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마인드를 잘 소개하고 있어서 좋다
나도 가족들에게 읽어보라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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