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컵을 3차원의 입체라고 느끼는 것은 우리의 뇌가 세계를 그렇게 해석해주기 때문이다. 3차원의 존재는 자신의 세계를 2차원으로 경험한다

먼 미래에 우리 후손들이 차원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수많은 우주와 차원을 오가는 가운데 0차원에 존재하는 무언가와 조우하게 된다면, 그를 ‘신’이라고 혹은 ‘자아’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모든 것이자, 모든 것을 보는 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진정한 의미의 일원론적 존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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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철학자들! - 웃기고 괴팍하고 멋진 철학자의 맨얼굴 사고뭉치 13
헬메 하이네 지음, 이수영 옮김 / 탐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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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인생과 철학을 대충 훑어볼 수 있는 책

쉽게 쓰인 것 같은데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쉽게 쓴 것과 간단하게 쓴 것의 차이를 생각하게 된다

30초~ 혹은 몇 분으로 짧게 요약하다보니
온전히 다 알수는 없지만
익숙한 철학자의 이름도 나오고
어떤 사람이 어떤 정신으로 살아왔는지
살짝 맛 볼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학창시절, ***의 사상, ***의 철학을 배울 땐
철학자들이 너무 멋지게 느껴져서
나도 철학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인성 문제있고 성격 파탄자, 여성 혐오자 등
문제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일반인이 보면 또라이 같은..)
나도 이렇게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미치는건가 싶었던..

아무튼 친근하게
철학을 접할 수 있게 해준 책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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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의 대표적인 저서는 107장으로 구성된 수상록》인데, 세계와 인간, 역사에 관한 비판과 성찰을 정해진 관점이나 체계없이 감상문 형식으로 써내려간 책이야.  - P104

몽테뉴는 특히중용의 미덕을 강조했고 다음과 같이 말했어. 인생은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 그것은 네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선도 되고 악도 된다. - P104

그는 물질은 우리를 현혹시킬 수 있지만 우리의 생각과 정신은 반박할 수 없이 명백하다고 믿었어. 세상 모든 것에 대해서는 의심할 수 있지만 의심하고 있는 자기 자신만큼은 분명했으니까 말이야. 거기서 그의 유명한 명제가 나왔어.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나는 의심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그 어떤회의론자도 이 분명한 사실을 뒤집을 수 있는 논거는없었어.
- P109

파스칼은 결국 철학으로 방향을 돌렸고, 인간과 세계의 근본을 밝히는 일에 전념했어. 그 결과 무한한 우주의 본질을 파악할 수는 없다고 확신했어. 인간의 사고는 무한함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이라면서 말이야. - P113

그는 아주 작은 원자도 나누어질 수 있는데, 원자 내부에는 우주의 무한성이 감추어져 있다고 했어. 또 인간은 결코 사물의 본질을 파악할 수 없고, 모든 것은 웨뚫어볼 수 없는 비밀 속에 감추어져 있다고도 했어.
- P113

파스칼은 과연 인간이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것이무엇인지 물었어. 그러고는 거기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어. 인간의 모든 존엄성은 사고 능력에 있다. - P113

세상의 모든 불행은 인간이 혼자 조용히 방 안에 있을 줄 모르는 데에서 온다.
-파스칼 - P114

인간은 모순적인 존재다. 얼마나 괴물 같고, 또 얼마나 경이로운 존재인가. 모든 것의 심판자이면서도 하찮은 흙 속의 지렁이에 불과하고, 진리를 다스리는 자이면서도 온갖 오류의 시궁창이며, 우주의 영광이자 쓰레기다.
- P114

자유로운 인간의 지혜는 죽음이 아닌 삶에 대해 깊이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전체 자연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자유로워진다.
-스피노자 - P119

스피노자는 인간이 범하는 모든 죄는 무지에서 비롯되는데,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거야. 또증오는 또 다른 증오로 더 커지는 반면 사랑으로는 증오를 없앨 수 있다고 했어.
- P119

심지어는 물리적인 세계에서도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했어.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과 다르게일어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겼거든.
그렇게 생각하니까 당연히 죽음에 대해서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마지막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친구들과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해. 스피노자는 43세에폐결핵으로 죽었어.
- P121

늘 연구에 몰두해서살다 보니까 누군가 책을 빌리려고 도서관에 찾아오면화가 났대. 자신이 하는 일에 방해가 된다고 느꼈기 때문이었어.

책을 빌려주지 않는 사서
라이프니츠
- P124

라이프니츠는 철학사에 길이 남을 유명한 책을 썼는데, 누구나 그 내용을 인용하지만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우주가 아주 작고, 창이 없는 무수한 모나드(monad, 단자)로 구성되었다는 《모나드론》이라는 책이야. 모나드는 그리스어로 숫자 ‘1‘이나 ‘단위‘를 뜻하는 모나스(monas)라는 말에서 왔어.  - P124

신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신을 만들어냈어야 했을 것이다.
-볼테르 - P128

나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서 혁명의 씨앗이놓여 있음을 본다. 혁명은 틀림없이 일어날 테지만 나는 그 혁명의 목격자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볼테르 - P130

"볼테르는 시인이자 역사가, 철학자로서 인간의 정신을더욱 위대하게 만들었고, 인간의 정신은 자유로워야 한다고 가르쳤다." - P131

루소- 자연으로 돌아가라 - P132

루소는 인간은 원래 선하다고 확신했어. 그런데 사회가 세상을 악하게 하고, 소유와 사유재산이 인류를 계급으로 나눈다고 보았어. 그래서 자유를 희생하는 한이있더라도 평등을 원했어.  - P135

당시 한 동향인은 흙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어. "이렇게이상한 사람에게 지혜가 깃들어 있었던 적은 결코 없었다. 그의 눈은 멍했고, 얼굴은 어리석어 보였으며, 배는어마어마하게 나왔다." - P139

루소와 그녀 사이에는 자식이 다섯 명 태어났는데, 그때마다그들은 갓 태어난 아이를 보육원에 보냈어. 아이를 키우려면 돈이 많이 들고 너무 시끄럽다는 것이 이유였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런 행동은 그가 쓴 책의 내용과는 완전히 모순되었어. 소설 형식으로 쓴 유명한 책《에밀》은 모든 아이가 가지고 있는 좋은 재능을 가장바람직한 방향으로 키워나가는 과정을 묘사한 이상적인 교육론을 담고 있었거든. 그는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자연 상태인 아이들을 사회의 나쁜 영향에 물들지않게 하면서 자연과 사회와 더불어 살 수 있도록 교육하라고 했어. 

루소 자살 - P136

신학이나 형이상학 책 중 아무거나 골라 한번 살펴보자. 그것은 양이나 수에 관한 이론적 분석을 담고 있나? 그렇지 않다. 경험적 사실들에 관한 실험적 연구를포함하고 있나?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그 책을 불 속에집어 던져라. 왜냐하면 거기에는 단지 궤변과 환상만담겨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P140

칸트는 46세에 드디어 고대하던 논리학과 형이상학교수가 되었어. 그리고 생활이 안정되면서 철학의 혁명을 시작할 수 있었어. 그는 이렇게 썼어.
사페레 아우데(Sapere aude),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의시에서 인용한 말인데, 글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감히알려고 하라는 뜻이야. - P144

너 자신의 오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라! 칸트는 인간에게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분별력이 있다고 했어. 그런데도 그것을 사용하지 못하고 남이 인도하는 대로 살아가는 미성숙한 상태에 있다는 거야. 그러니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알려고 하는 용기를 내서 그런 미성숙한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어.
- P145

나는 학자가 될 재주는 없다. 나는 단순히 생각만 하고 싶지는 않고 행동을 하고 싶다.
피히테 - P150

셸링의 사상을 가장 독창적으로 보여주는 분야는 예술 철학이었어. 인간의 정신이 만들어내고 형태를 부여한 것이기 때문에 예술 작품을 높이 평가했고, 예술에서도 신이 드러난다고 했어.
- P153

튀빙겐 삼총사

셸링
횔덜린
헤겔 - P152

세계에 대해 생각하면서 철학에 전념했어. 하지만 학생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은 많지 않았어. 독일 남서부 슈바벤 지역의 사투리를 쓰는데다가 적절한 단어를찾느라고 끊임없이 강의 노트를 뒤적이는가 하면, 생각하느라고 강의를 중단할 때가 많았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득력이 뛰어났는지 헤겔의 강의실은 언제나 학생들로 가득 찼어. 반면에 거기서 옆으로 세 번째 강의실에서 강의하던 쇼펜하우어의 강의실은 텅 비어 있었대. 쇼펜하우어는 아마 그때부터 헤겔을 미워했나 봐. 그를 술집 주인처럼 생긴 멍청한 사기꾼이라고 했거든.
- P156

반면에 헤겔도 학창 시절 친구였던 셸링을 질투하고,
철학자 슐라이어마허(Friedrich Schleiermacher, 1768~1834)를미워했어. 슐라이어마허에게는 칼로 위협을 한 적도있었는데, 두 철학자는 나중에 티볼리 공원에서 함께미끄럼틀을 타면서 화해했대.
- P156

헤겔의 언어는 모호하고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지만 때로는 재치 있고 핵심을 찌르기도 하지.
우리의 인식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칸트의 철학을수영을 배우기 전에는 물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 공론가의 생각과 비교했어.
- 절대적인 것에서는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이차이가 없다고 한 셸링의 주장은 이렇게 해석했어. 밤에는 모든 소가 검게 보인다.
- P158

인간의 마음에 종교를 일깨우는 것이 철학의 과제는 아니라고 했어. 그것은 개한테 책을 주며 씹어 먹게함으로써 지식을 넣으려는 것만큼 불합리하다. - P158

간혹 괴테가 한 말로 오인되는 다음의 멋진 말도헤겔이 그의 저서에서 쓴 말이야. 시종의 눈에는 영웅이 없다. 언뜻 생각할 때는 아무리 위대한 영웅도 가까이서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의 눈에는 이런저런 결점이있는 평범한 인간일 뿐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거야. 하지만 헤겔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야. 영웅은 전체적인 역사와의 관계에서 보아야 하는데, 시종은자질구레한 일상의 모습으로만 편협하게 판단하기 때문에 영웅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의미였거든.
- P159

말년에는 이런 말도 했어. 세월은 하루하루가 절대알지 못하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에머슨 - P168

나에게 모든 것을 물어도 이유만은 묻지 마라. 내게는 대부분 서로 모순되는 수많은 이유가 있고, 나는그런 이유 때문에 그 어떤 이유도 말할 수 없다.
키르케고르 - P170

이처럼 키르케고르는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사람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우울했어.
아주 작은 모기에서 성육신의 비밀에 이르는 모든실존은 나를 불안하게 한다. - P170

윤리적 단계에서는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옳고 그름을 인식하고, 윤리적인 사명에 따라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돼. 하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면서도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나약함을 깨닫지. 또 아무리 도덕적으로 살아도 결국에는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불안과절망을 느끼게 돼.
- P171

포이어바흐는 인류가 모든 초감각적인 것을 단념하기를 바라면서 이렇게 말했어. 인간은 기독교를 포기해야 비로소 인간이 된다. 인간이 종교의 시작이고 중심이며 끝이다.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은 상상 속에만존재할 뿐, 실제로는 없다. 인간이 자신의 형상에 따라서 신을 창조했다.
- P174

니체는 스스로를 망치를 든 철학자라고 하면서 기존의 모든 규범과 사상을 깨부수려 했고, 반기독교주의자이자 반도덕주의자였어.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문화와 도덕, 신앙이 쇠퇴하는 종말의 시기로 보았어.
- P183

니체에게는 삶이 창조와 몰락의 끊임없는 과정이고,
목적과 목표가 없는 영원한 반복이었어. 그는 그것이자신의 운명이라고 했어. 또 모든 인간이 그 과정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어. 질서와 정도를 상징하는 아폴론적인 것과 욕망과 충동, 파괴를 상징하는 디오니소스적인것이 서로 대립하고 충돌해야 새로운 것이 탄생할 수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야.
- P184

신은 죽었다. 우리가 신을 죽였다. 니체가 주장한 유명한 말이야. 그 말은 인간이 의지하고 따를 수 있는 최고의 가치를 상실했다는 뜻이야. 그러나 그는 거기서그치지 않고 모든 개인이 신 없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어. 니체에 따르면 현재의 인간은동물과 앞으로 탄생할 새로운 인류인 초인(超人) 사이에 서 있어 - P184

니체가 말하는 초인은 어떤 초월적인 힘을 가진 인간이 아니라 전통적인 규범과 신앙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인간을 뜻해.

- P185

니체는 도덕이 새롭게 탄생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죽어야 한다고 요구했어. 진리와 발전, 학문적 인식에 대한 믿음 등 기존의 모든 가치 체계와 질서는 무너져야한다는 거야. 그런 이유에서 니체를 허무주의자라고 하지만, 니체의 허무주의는 단순히 종말이 아니라 희망으로 가득 찬 연극이었어. - P185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스퍼스는 이렇게 썼어. 나의 영역은 인간이고, 그 밖에는 다른 무엇에도 관심이 없다.
그는 완전히 자기 자신 속에 묻혀 산 개인주의자였어.
대학에 입학해 법학을 공부하던 그는 인간을 하나의 전체로서 이해하고, 인간의 가능성이 어디까지인가 그 한계를 알기 위해서 의학과 정신분석학으로 진로를 바꾸었대.
- P187

야스퍼스는 철학의 과제를 실존의 해명이라고 했어.
철학은 인간이 자기 자신의 무력함과 나약함을 인식하도록 일깨워야 하는데, 인간은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한계 상황을 경험하기 때문이라는 거야.  - P188

야스퍼스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도 죽음, 투쟁,
고뇌, 죄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 따라서 그러한 것들을정면으로 직시하고 받아들여야 해. 그렇지 않으면 삶이무의미하다고 생각되고 결국에는 절망에 빠질 수밖에없기 때문이야. 그는 중요한 것은 인간이 그러한 한계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떻게사느냐의 문제라고 했어. 그러니 용기를 내야 한다고했어. 자신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삶을 두려워한다면서말이야.
- P188

각 개인에게는 자기 자신을 회복하라고 요구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어. 민주주의는 지속적인 상태가 아니라 자유로 나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이 자유는 나의 인식이 아니라 나의 행동을 통해서 입증된다.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 사물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결정하는 역사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인간들의 결정과 행위의 책임이고, 미래는 거기에 달려있다.
(야스퍼스) - P189

하이데거는 현재가 허무하고, 고향이 없고, 신으로부터 멀어져 있다고 했어.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바꿀 수없기 때문이라는 거야. 그는 인간 존재를 현존재라는용어로 표현했어. 현존재는 자기 자신을 인간으로 이해하는 주체로서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세계 안에 내던져진 존재라는 뜻이야.  - P194

하이데거는 철학의 주된 과제는 대답을 찾기보다는질문을 던지는 데 있다고 했어.
물음은 사유의 경건함이다.
- P195

세상에서 정말 화나는 일은 어리석은 자들은 확신에 차 있고, 지성인들은 회의에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의견이 같아도 옳지 않을 수 있다.

러셀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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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남은 사람들>>
-싱귤래리티 3부작

세계 각국에서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이 살인인지아닌지 판단하기 위한 소동이 벌어졌다. 업로드된 인간이 한 명 생길 때마다 생명을 잃은 육체 한 구가 남기 때문이었다. 파괴적 스캔과정을 거친 두뇌가 피투성이 곤죽이 된 채로, 하지만 실제로 무슨일이 벌어진 걸까? 그 인간에게, 그의 본질에게, 더 잘 어울리는 표현이 없어서 굳이 말하자면, 그의 ‘영혼‘ 에게?
- P206

인류는 세상을 포기하고 스스로를 파괴하는 중이었다.
- P207

엄마가 손을 뻗어 아빠의 손을 잡았다.
"안 돼. 그 사람들은 죽음을 피해 달아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하지만 현실 세계를 포기하고 시뮬레이션이 되기를 선택하는 순간, 그 사람들은 죽어. 죄악이 존재하는 한 죽음도 존재해야 해, 삶이 의미를 얻는 수단이 바로 죽음이니까." - P207

하지만 엄마는 바르게 사는 길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바르게 죽는길도 - P207

요즘 들어 그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 어쩌면 망자들이 드디어 우리를 포기하고 다음 세대에게 마수를 뻗치는 중인지도 모른다. 우리 미래에게, 아버지로서 나는 루시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위험으로부터 그 아이를 지킬 의무가 있다. - P208

두 약탈자는 엉거주춤 일어서서 위협하는 소리를 냈지만, 브래드와 내가 총을 겨눈 탓에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들의 앙상한 팔다리가 지금도 생각난다. 지저분한 얼굴도, 증오와 두려움으로 얼룩진핏발 선 눈도, 그러나 무엇보다, 그들의 주름투성이 얼굴과 하얗게센 머리가 잊히질 않는다. 약탈자들도 늙는구나. 그때 내가 떠올린생각이었다. 그리고 저자들한테는 아이도 없겠지. - P211

집안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기술을 그대로 사용한거야. 점토를 파낸 곳도 증조할머니가 흙을 파던 바로 그곳이었다.
그 사람은 오래된 전통의 생명을 이어 가는 중이야. 삶의 방식을..

- P212

"그냥 장사에 도움이 되라고 지어낸 이야기야." 운전석에 앉은 아빠가 뒷거울로 나를 보며 한 말이었다. "그런데 사실이라면 더 슬픈이야기지. 만약 우리가 선조들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간다면 우리가 사는 방식은 이미 죽은 거고, 우린 화석이 됐다는 뜻이니까. 관광객들을 즐겁게 해 주는 공연 같은 거지."
"그 여자는 공연 같은 거 하지 않았어. 당신은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게 뭔지, 지켜야 할 가치가 뭔지 하나도 몰라, 인간으로 살기위해선 진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 P212

저 아이들의 연애에는 순진함 같은 것이 있다. 내가 어릴 적에는없었던 것이, 텔레비전과 진짜 인터넷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던 성적자극이 없는 지금, 아이들은 어린 시절을 더 길게 누린다.
- P213

"안 돼." 엄마는 숨을 쌕쌕거리며 말했다. "약속해라. 이건 중요한문제야. 나는 이제껏 진짜 삶을 살아왔어, 그래서 진짜 죽음을 맞고싶어. 전자 기록으로 변하는 건 절대 사양이야. 그건 죽음보다 더 끔찍한 일이니까."
- P214

"만약 업로드를 택한다고 해도, 당신한테는 아직 선택할 기회가있어. 일단 해 보고 나서 마음에 안 들면 의식을 동결시켜 달라고 하면 돼, 아예 지워 달라고 해도 되고, 하지만 업로드를 안 하면 당신은 영원히 사라져 버려. 그땐 후회도 번복도 할 수가 없단 말이야."
"만약 당신 말대로 하면 나는 정말로 사라져 버려. 다시는 여기로돌아오지 못해, 진짜 세상으로, 난 전자 무더기로 시뮬레이션 되고싶진 않아."
"제발 그만해요." 로라 누나가 아빠에게 애원했다. "엄마가 아빠때문에 괴로워하잖아요. 그냥 좀 내버려 두라고요." - P214

"선택은 엄마 몫이에요, 아빠가 아니라!" - P215

"난 이제 너희 엄마 곁으로 갈 거다. 너희도 얼른 따라와라."
"엄마는 아빠가 죽였잖아요."
내 말에 아빠는 흠칫했고, 나는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 P216

우리는 예전의 삶에서 되도록 많은 것을 보존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오래된 연극을 상연하고, 오래된 책을 읽고, 유서 깊은 명절을축하하고, 오래된 노래를 부른다. 포기해야 했던 것도 많았다. 전통조리법은 부족한 재료로도 만들 수 있게 고쳐 적었고, 낡은 소망과포부는 좁아진 땅에 맞게 쪼그라뜨렸다. 그러나 부족한 점 하나하나는 우리 공동체를 더 단단히 결속시켰고, 그 덕분에 우리는 전통을 더 철저히 지켜 왔다. - P216

루시는 훌륭한 재봉사다. 솜씨가 캐럴보다 훨씬 낫다. 모든 아이들이 내가 자란 세상에서는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지던 갖가지 기술에 능숙하다. 뜨개질, 목공, 원예, 사냥 같은 일에, 캐럴과 나는 이미어른이 된 후에 변해 버린 세상에 적응하느라 책을 보며 그런 기술을 익혀야 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지식의 전부였다. 아이들은 새 세상의 원주민이다. - P217

우리 엄마는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으니까. 우리 진짜 엄마는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었다. 그것은 이토록 엉망진창인 세상에서도 살아가고자 애쓰는 진솔함이었고,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타인에게 가까워지고자하는 갈망이었고, 우리 육체가 겪는 고통과 수난이었다.
- P219

엄마는 삶에 끝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인간인 거라고 가르쳐 주었다. 저마다에게 주어진 제한된 시간이 우리가 하는 일에 의미를부여한다고. 우리는 죽음으로써 우리 아이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우리 아이들을 통해 우리 안의 일부가 계속 살아간다고, 그것만이유일한 형태의 진정한 불멸이라고, - P220

오로지 이 세상뿐이다. 우리가 살아갈 운명을 타고난 세상, 우리를 붙들어 놓고 우리에게 존재하라고 요구하는 세상은, 컴퓨터가만들어낸 환상으로 이루어진 상상의 풍경이 아니라. - P220

 발전기가 계속 돌아가게 유지하는 방법을, 서로 예의를 갖추어 대하는 모습을, 오래된 책들을 복원하고 낡은 일상을 지켜 가는 광경을, 이 세상에는 아직 문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불길처럼 살아서 타오른다는 것을, 죽는 사람은 분명 있었지만, 새로 태어나는사람도 있었다. 삶은 계속되었다. 유쾌하고, 즐거운, 진짜 삶이.
- P221

"믿음을 잃은 사람한테만 거짓 놀음으로 보이는 거야."
"믿음이라니, 도대체 뭘 믿는다는 건데?"
"인간성에 대한 믿음. 우리가 사는 방식에 대한 믿음." - P223

"내가 당신 곁에 남을게." 캐럴이 말한다. "언제나 당신 곁에 있을거야. 난 당신을 사랑하니까, 그래서 죽음도 두렵지 않으니까. 하지만 루시는 어려. 그 애는 새로운 기회를 누릴 자격이 있어."
- P226

나는 루시가 내 어머니를 얼마나 닮았는지 문득 깨닫는다. 어머니의 생김새가, 나를 거쳐, 내 딸에게서 다시 살아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생명이 살아가는 본래의 방식이다. 조부모, 부모, 자녀, 각각의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길을 양보하고 물러나며, 미래를 향하여 끝없이 분투하는 것. 앞으로 나아가는 것 - P228

나는 일찍이 선택의 기회를 빼앗겼던 어머니를 생각한다. 인간답게 죽을 기회를 박탈당한 어머니, 망자들에게 삼켜지고 만 어머니,
망자들의 쉬지 않고 반복되는, 정신이 아닌 기록의 일부가 되어 버린 어머니를 그 어머니의 얼굴이 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 딸의 얼굴에 겹쳐진다. 내 귀엽고 천진하고 어리석은 딸, 루시의 얼굴에. - P229

캐럴이 말없이 내 곁에 앉는다. 나는 아내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꼭 끌어안는다. 아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나란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서로에게 몸을 기댄 채, 서로에게 온기를 나누어 주면서, 아무 말도 필요치 않다. 우리는 둘러본다. 이 순진무구한 세계를, 망자들에게서 물려받은 정원을.
세상에 남은 시간은 모두 우리 것이다 - P230

<<곁>>

잠깐 동안, 당신은 간병인이 당신 어머니를 다루는 방식에 충격을 받고, 뒤이어 궁금해한다. 어머니의 머릿속에 드리운 안개 너머로 손을 내미는 방법이 정말로 저것뿐인지를, 지금 당신의 반응이혹시 미국식으로 섬세해진 감성의 결과물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것, 더 암울한 것, 간병인은 저곳에 있는데 당신은 대양 건너 이곳에머물 수밖에 없는 사연이 낳은 것인지를.
- P235

그러나 냄새는 당연히 느껴지지 않는다. 젖은 기저귀도, 무력한어머니의 수치심도, 소독약과 부패와 죽음의 냄새도 당신은 감지하지 못한다. 어머니가 처한 조건의 물성은 당신의 후각 세포를 감싼섬세한 막에 닿지 않는다. 문명이란 죽음이라는 현실로부터 우리를보호하기 위해 점점 더 정교해지는 거짓말을 쌓아 가는 과정이다.
당신은 여전히 드넓은 대양의 건너편에 있다. - P236

본인도 자기 자녀들 손으로 이곳에 버려진 채 기계에 구현된 유령의 모습으로만 그들을 만나는 주제에 당신한테 핀잔을 준다고 쏘아붙이고 싶다. 당신과 당신 아이들이 낯설고 머나먼 땅에서 기회로가득한 삶을 누리기를 바란 사람은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는 점을,
꼭 언급하고 싶다. - P237

이 로봇은 죄책감을 덜어 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너무 멀리 살고 핑곗거리도 너무 많은 이들을 위하여, 어머니 곁의 당신이 본질적으로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기술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당신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 P239

어머니가 어젯밤에 잠드셔서 깨어나지 않으셨어요.
이제 밤마다 어머니한테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속으로 안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당신은 서랍장 위 거울에 비친자신의 얼굴을 외면하고 만다.
- P239

당신은 얼마 전에 일어난 일을 상실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기묘한지 생각한다. 실제로는 이미 몇 년 전에 그 사람을 떠나보내으니까. 그때 일은 너무도 천천히 일어난 탓에 정확히 언제였는지도 눈치채지 못했다.  - P240

 당신은 어떻게 수많은 작은 결정들이 쌓여 돌이키지 못할 변화를 일으키는지, 어째서 결심하지 않는 것이 결심하는 것과 똑같은지를 생각한다. 당신에 관해 눈곱만큼도 모르는 사람들이 어째서 당신이 정해진 방식대로 행동할 거라 기대하는지를 생각한다.
- P240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순록떼가>>
-싱귤래리티 3부작

나는 아직 어려서 나만의 세계를 만들지 못하지만, 부모님이 주신 세계가 있어서 아주 행복하다.  - P245

나는 생각으로 세라에게 화답한다. 내 부모님 여덟 분이 나한테자신들의 일부를 주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지만, 그 부분들이 변화하고 재결합하여 이루어진 나는, 여덟 분 모두와 다 다르다.
우리가 하는 프로젝트는 가계도를 만들고 혈통을 추적하는 것이다. 가능하면 고대인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내 가계도는 엄청 간단한데 왜냐면 나는 부모님이 여덟 분밖에 안 계시고 그분들 각각의부모님은 훨씬 더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라는 부모님이 열여섯분이나 되고 그 윗대로 올라가면 훨씬 더 바글바글하다.
- P247

엄마는 싱귤래리티 이전의 사람, 고대인이다. 고대인은 온 우주를통틀어 수십억 명밖에 안 된다. 엄마는 업로드를 하기 전에 육체를지닌 채 26년간 살았다. 엄마의 부모님은 딱 두 분인데 끝내 업로드를 안 하셨다. - P249

남은 삶동안 로봇 속에 갇혀 있는 엄마를 낯선 세계에서 
녹슬고 부패하다가 망가질 로봇 속에, 우리 엄마는 죽을 것이다.
"그럼 우리가 함께할 시간이 겨우 45년 남은 거네요."
내가 생각한다. 엄마는 고개를 끄덕인다.
45년이라는 시간은 생명의 자연적 길이에 비하면 눈 깜짝할 새다. 그러니까, 영원에 비하면,
- P253

"르네, 그것들은 똑같지 않아. 수학의 순수한 아름다움과 상상계의풍경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지만, 그건 실제가 아니야. 가상의 실체에 대한 영원한 통제권을 손에 넣으면서 인류는 무언가 잃어버렸어. 안으로만 눈을 돌리다 보니 현재에 만족하게 된 거야. 우리는 별들과 저 우주 바깥의 세계를 잊어버렸어." - P254

"긴 여행이 될 거야. 그래도 해 볼 가치는 있어. 당신은 르네랑 영원히 함께할 거잖아. 난 그저 나한테 남은 시간의 극히 일부를 애랑같이 보내고 싶을 뿐이야." - P257

나는 그 이미지들을 즐겁게 만끽하지만 이내 그러면 안 된다는생각이 든다. 그래 봤자 엄마는 끝내 떠나 버릴 것이고, 나는 끝내엄마한테 화를 낼 테니까. 엄마는 비행하는 게 너무 좋아서 떠나려는 걸까? 물질세계가 주는 이 감각이 좋아서? - P259

나는 우리 아래로 지나가는 세상을 내려다본다. 전에는 겨우 3차원밖에 안 되는 세계는 납작하고 지루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않았다. 이곳의 색채는 내가 지금껏 보았던 어떤 색보다 더 생생하고,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아름다움이 곳곳에 무작위로 깃들어 있다. 하지만 일단 내 눈으로 이 세계를 봤으니까 나중에 아빠랑 같이수학적으로 재창조해 볼 수 있을 테고, 그렇게 재창조된 세계는 전혀 다르지 않은 느낌이 들 것이다. 나는 이 생각을 엄마와 공유한다.
"하지만 스스로는 그게 진짜가 아닌 걸 알잖아." 엄마가 생각한다.
"바로 그것 때문에 모든 게 완전히 달라지는 거야."
나는 의식 속에서 엄마의 그 말을 곱씹고 또 곱씹는다.
- P259

엄마의 생각에서 끝 모를 슬픔이 느껴진다.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피조물 가운데 하나지, 르네, 인간의 피조물은 그 어떤 것도 영원토록 남지 못해, 데이터 센터조차도 우주가 열역학적 사망을 맞기 전에 언젠가는 산산이 무너질 거야. 하지만 진짜 아름다움은 남는 법이야. 실체를 지닌것은 모두 죽을 운명이라고 해도." - P263

우리가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 45년이 흘렀다. 내가 보기에는 기껏해야 하루 정도밖에 안 지난 것 같았는데 - P263

"르네가 태어났을 때 내가 이 아이 이름에 ☆을 넣은 건, 언젠가당신이 별들을 향해 떠나리란 걸 알았기 때문이야. 난 사람들이 꿈을 실현시키도록 돕는 데에 소질이 있어. 하지만 당신의 꿈은 내가대신 만들어 줄 수 없는 거였지. 소피아, 안전한 여행을 하길 빌게."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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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잔(phajaan)은 코끼리의 영혼을 파괴하는 의식이다. 야생에서 잡은 아기 코끼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둔 뒤 저항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몇 날을 굶기고 구타하는 의식. 절반의 코끼리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지만, 강인한 코끼리는 살아남아 관광객을 등에 태우고 돈벌이의 수단이 된다.

코끼리는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없을 테지만, 그들의 영혼은 산산이 부서지고 본능의 심연에서 어렴풋하게 냉혹한 세계를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파잔 의식을 시행하는 자들도 피해자일지 모른다. 그들의 영혼도 이미 산산이 부서진 것일지도 말이다. 그들이 처음 아기 코끼리를 구타하는 것을 주저할 때, 그의 가정과 사회는 그에게 친절하게 말했을 것이다. 질문을 멈추라

네가 지켜야 할 사랑하는 이들의 생존을 위해 어른스럽게 행동하라. 결국 그는 자기 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척했을 것이고, 세상이 혼란스럽지 않은 척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당신의 이야기다. 당신은 어느 곳에서는 매 맞는 코끼리였고, 다른 곳에서는 몽둥이를 든 자였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내가 피해자였는지 가해자였는지가 아니라, 우리의 영혼이 이미 파괴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몽둥이를 든 자였고, 동시에 매 맞는 코끼리였다

빛나는 고전을 남긴 위대한 스승들은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태어났음에도 공통적으로 우리가 다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함을 알려주었다.

‘위대한 스승들’과 ‘거대 사상’. 이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신비한 사상은 일원론이다. 자아와 세계라는 전혀 달라 보이는 두 존재가 실제로는 하나이며, 근원에서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이 위대한 스승들의 가르침이다

이 책은 그 보편적 사고가 무엇인지를 일관되게 서술한다. 책의 끝에 닿았을 때, 당신은 인류라는 거대한 집단이 흥미롭게도 하나의 주제, 하나의 담론, 하나의 질문에 끈질기게 매달리고 탐구해왔음을 알게 될 것이다.

하나의 진리를 두고, 여러 현명한 자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설명을 하도다.
- <리그 베다>

과학과 역사, 철학과 종교, 동양과 서양을 관통하는 거대한 사유를 준비했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 일원론은 고대의 지혜를 잃어버린 현대인에게는 낯선 주제지만, 인류 사상사의 절반에 해당하는 거대하고 중요한 주제다

굳어 있는 머릿속을 유연하게 하고 비워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준비 운동을 지금부터 ‘세계의 구조화’와 ‘판단중지’라고 부를 것이다

우선 세계의 구조화란, 말 그대로 눈앞에 펼쳐진 세계를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으로, 세계를 추상화해서 단순하게 바라보는 과정을 말한다

다음으로 판단중지란, 세계에 대한 우리의 믿음과 선입견을 멈추는 태도를 말한다.

우리는 눈앞에 드러나는 세계를 객관적으로,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언제나 색안경을 쓰고 바라본다. 실제로 당신은 태어나서 한 번도 그 색안경을 벗은 적이 없다. 사람들은 저마다 선호하는 색안경의 브랜드가 있다

재미있는 점은, 모든 이가 취향에 맞게 색안경을 선택하지만 이와는 무관하게 자신의 것은 색안경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색안경이 ‘사실’이라고 굳게 믿는다

자아와 세계의 진실에 다가가고자 한다면, 위대한 스승들이 찾아낸 인류의 거대 사상에 닿고자 한다면 판단중지가 필요하다. 당신은 애지중지하던 당신의 색안경을 잠시 벗어야만 한다.

진리에 도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은 용기다. 여기서 말하는 용기란 내가 쥐고 있던 세계관을 내려놓을 용기를 말한다. 내가 믿는 진리가 거짓일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용기 말이다

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대면하는 것보다 편안한 거짓을 진실이라 말하는 데서 차라리 안도감을 느낀다

세계는 두 개의 근원으로 나뉜다. 그것은 바로 자아와 세계다. 위대한 스승들은 자아의 내면으로 깊이 침잠했고, 동시에 세계의 외연으로 초월해 나아갔다. 그리고 상반된 두 방향의 끝에 도달하여 놀라운 결론을 만났다. 그것은 전혀 달라 보였던 두 존재, 자아와 세계가 그 근원에서 하나라는 것이다. 이원론의 분열된 세계는 이제 일원론(一元論)의 통합적 세계로 나아간다

"자아와 세계는 하나다."
우리는 이 궁극의 결론을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빅뱅 이론이 특별한 갈등 없이 대중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그것이 과학적이어서가 아니라 익숙한 종교적 세계관과 암묵적으로 유사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인류의 절반 이상이 《구약》 을 신뢰하는 상황에서, 우주가 빛의 폭발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이론은 대중의 패러다임 안에서 수용될 수 있을 만한 설명이었던 것이다

《구약》 을 믿는 이들은 빅뱅 이론 뒤로 숨고자 했다. 종교인들은 안심했다. 왜냐하면 불안이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종교인들은 은근한 불안감을 갖는다. 그것은 초월적인 신이 현실 세계에서 발견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빅뱅 이론은 이러한 불안을 해소해주었다

극점에 점차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어떤 끝 혹은 어떤 처음, 0에 수렴하는 곳으로 간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마침내 북극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알게 된다. 북극이 사실은 지구 표면의 수많은 다른 지점과 다를 것 없는 하나의 지점일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자기반성은 스스로와 대면하는 사유 과정을 말한다. 마치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것처럼.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사유의 출발점이자, 최소 조건이 된다. 당신이 사유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객관적 대상으로 마주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중 우주론은 우리 우주가 유일하고 독립적인 하나의 우주인 유니버스(Universe)가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의 다수 우주인 멀티버스(Multiverse)로 존재한다는 우주관이다

우선 다중 우주론은 무수히 많은 독립적인 우주가 서로 다른 물리적 구조로 존재한다는 개념이다. 여러 시간과 여러 공간에 걸쳐 A, B, C, D, E 등의 우주가 끊임없이 탄생하고 소멸하길 반복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평행 우주론은 원래 존재하고 있던 우주에서 확률에 따른 가능성에 의해 우주가 무수히 분화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다수의 우주는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탄생하는 것인가?

어쨌거나 우리가 도화지처럼 텅 빈 배경이라고 생각해왔던 시공간은 부글부글 끓으며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다

정리해보자. 우리의 질문은 이것이었다.
다수의 우주는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탄생하는가?

이야기는 레벨 1의 우주에서 시작한다.
빛의 속도를 넘어서 더 빠르게 가속 팽창하고 있는 시공간이 있다. 여기서의 완벽히 비어 있는 시공간의 아주 작은 영역에서는 양자 요동이 발생하고 있다. 이때 우주의 기본 값인 영원한 인플레이션은 물질과 반물질의 쌍입자 소멸의 균형을 어긋나게 하고 물질을 탄생시킨다. 인플레이션은 멈추지 않고 이 물질과 공간을 계속 팽창시킨다. 제2의 우주가 탄생한 것이다. 이 미니 우주는 팽창해가며 레벨 1의 우주가 된다. 그리고 다시 반복. 우주의 시공간은 빛의 속도를 넘어서 더욱 빠르게 팽창함으로써 완벽히 비어 있는 공간을 발생시키고, 이곳에서의 양자 요동이 인플레이션으로 제3의 미니 우주를 탄생시킨다. 다시 제4의 미니 우주가 탄생하고, 제5의 미니 우주가 탄생하고, 이 과정은 무한의 시간과 무한의 공간에서 끝없이 이루어진다. 우리 우주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탄생한 무한히 많은 우주 중 하나다

갈라진 두 우주는 이후 독립해서 나름의 역사적 흐름을 따라 나아가고, 결코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해석에 따르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선택이라는 행위를 했던 무수히 많은 경우마다 우주는 분화되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우리가 궁금해해야 하는 부분은 이것이다. 우리의 관찰 행위, 다시 말해서 우리의 의식이 어떻게 우주의 분화에 기여할 수 있었다는 말인가?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의식이 존재를 결정하는가?

레벨 1은 우리 우주 너머의 텅 빈 영역을 또 다른 우주로 이해하는 입장이었다

레벨 2는 영원한 인플레이션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거품 우주였다

레벨 3은 슈뢰딩거의 고양이 가설에서 파생되는 우주론으로, 관찰자의 의식이 미시 세계의 유의미한 사건에 영향을 미쳐 수많은 우주로 분화되는 다중 우주 모형이었다

레벨 4는 수학적 우주 가설로, 우주의 실체가 수학이며 수학적으로 가능한 모든 상태의 우주가 존재할 것이라고 보는 입장이었다

우리는 브레인 우주론을 살펴보았다. 초공간을 떠다니는 거대한 5차원의 막인 브레인들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빅 스플랫이 발생해 수많은 우주가 탄생하고 소멸한다는 설명이었다

이 중 당신이 기억해두어도 좋을 모델은 레벨 2의 영원한 인플레이션과 레벨 3의 평행 우주 그리고 브레인 우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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