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잔(phajaan)은 코끼리의 영혼을 파괴하는 의식이다. 야생에서 잡은 아기 코끼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둔 뒤 저항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몇 날을 굶기고 구타하는 의식. 절반의 코끼리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지만, 강인한 코끼리는 살아남아 관광객을 등에 태우고 돈벌이의 수단이 된다.

코끼리는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없을 테지만, 그들의 영혼은 산산이 부서지고 본능의 심연에서 어렴풋하게 냉혹한 세계를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파잔 의식을 시행하는 자들도 피해자일지 모른다. 그들의 영혼도 이미 산산이 부서진 것일지도 말이다. 그들이 처음 아기 코끼리를 구타하는 것을 주저할 때, 그의 가정과 사회는 그에게 친절하게 말했을 것이다. 질문을 멈추라

네가 지켜야 할 사랑하는 이들의 생존을 위해 어른스럽게 행동하라. 결국 그는 자기 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척했을 것이고, 세상이 혼란스럽지 않은 척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당신의 이야기다. 당신은 어느 곳에서는 매 맞는 코끼리였고, 다른 곳에서는 몽둥이를 든 자였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내가 피해자였는지 가해자였는지가 아니라, 우리의 영혼이 이미 파괴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몽둥이를 든 자였고, 동시에 매 맞는 코끼리였다

빛나는 고전을 남긴 위대한 스승들은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태어났음에도 공통적으로 우리가 다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함을 알려주었다.

‘위대한 스승들’과 ‘거대 사상’. 이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신비한 사상은 일원론이다. 자아와 세계라는 전혀 달라 보이는 두 존재가 실제로는 하나이며, 근원에서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이 위대한 스승들의 가르침이다

이 책은 그 보편적 사고가 무엇인지를 일관되게 서술한다. 책의 끝에 닿았을 때, 당신은 인류라는 거대한 집단이 흥미롭게도 하나의 주제, 하나의 담론, 하나의 질문에 끈질기게 매달리고 탐구해왔음을 알게 될 것이다.

하나의 진리를 두고, 여러 현명한 자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설명을 하도다.
- <리그 베다>

과학과 역사, 철학과 종교, 동양과 서양을 관통하는 거대한 사유를 준비했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 일원론은 고대의 지혜를 잃어버린 현대인에게는 낯선 주제지만, 인류 사상사의 절반에 해당하는 거대하고 중요한 주제다

굳어 있는 머릿속을 유연하게 하고 비워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준비 운동을 지금부터 ‘세계의 구조화’와 ‘판단중지’라고 부를 것이다

우선 세계의 구조화란, 말 그대로 눈앞에 펼쳐진 세계를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으로, 세계를 추상화해서 단순하게 바라보는 과정을 말한다

다음으로 판단중지란, 세계에 대한 우리의 믿음과 선입견을 멈추는 태도를 말한다.

우리는 눈앞에 드러나는 세계를 객관적으로,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언제나 색안경을 쓰고 바라본다. 실제로 당신은 태어나서 한 번도 그 색안경을 벗은 적이 없다. 사람들은 저마다 선호하는 색안경의 브랜드가 있다

재미있는 점은, 모든 이가 취향에 맞게 색안경을 선택하지만 이와는 무관하게 자신의 것은 색안경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색안경이 ‘사실’이라고 굳게 믿는다

자아와 세계의 진실에 다가가고자 한다면, 위대한 스승들이 찾아낸 인류의 거대 사상에 닿고자 한다면 판단중지가 필요하다. 당신은 애지중지하던 당신의 색안경을 잠시 벗어야만 한다.

진리에 도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은 용기다. 여기서 말하는 용기란 내가 쥐고 있던 세계관을 내려놓을 용기를 말한다. 내가 믿는 진리가 거짓일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용기 말이다

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대면하는 것보다 편안한 거짓을 진실이라 말하는 데서 차라리 안도감을 느낀다

세계는 두 개의 근원으로 나뉜다. 그것은 바로 자아와 세계다. 위대한 스승들은 자아의 내면으로 깊이 침잠했고, 동시에 세계의 외연으로 초월해 나아갔다. 그리고 상반된 두 방향의 끝에 도달하여 놀라운 결론을 만났다. 그것은 전혀 달라 보였던 두 존재, 자아와 세계가 그 근원에서 하나라는 것이다. 이원론의 분열된 세계는 이제 일원론(一元論)의 통합적 세계로 나아간다

"자아와 세계는 하나다."
우리는 이 궁극의 결론을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빅뱅 이론이 특별한 갈등 없이 대중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그것이 과학적이어서가 아니라 익숙한 종교적 세계관과 암묵적으로 유사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인류의 절반 이상이 《구약》 을 신뢰하는 상황에서, 우주가 빛의 폭발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이론은 대중의 패러다임 안에서 수용될 수 있을 만한 설명이었던 것이다

《구약》 을 믿는 이들은 빅뱅 이론 뒤로 숨고자 했다. 종교인들은 안심했다. 왜냐하면 불안이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종교인들은 은근한 불안감을 갖는다. 그것은 초월적인 신이 현실 세계에서 발견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빅뱅 이론은 이러한 불안을 해소해주었다

극점에 점차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어떤 끝 혹은 어떤 처음, 0에 수렴하는 곳으로 간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마침내 북극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알게 된다. 북극이 사실은 지구 표면의 수많은 다른 지점과 다를 것 없는 하나의 지점일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자기반성은 스스로와 대면하는 사유 과정을 말한다. 마치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것처럼.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사유의 출발점이자, 최소 조건이 된다. 당신이 사유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객관적 대상으로 마주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중 우주론은 우리 우주가 유일하고 독립적인 하나의 우주인 유니버스(Universe)가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의 다수 우주인 멀티버스(Multiverse)로 존재한다는 우주관이다

우선 다중 우주론은 무수히 많은 독립적인 우주가 서로 다른 물리적 구조로 존재한다는 개념이다. 여러 시간과 여러 공간에 걸쳐 A, B, C, D, E 등의 우주가 끊임없이 탄생하고 소멸하길 반복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평행 우주론은 원래 존재하고 있던 우주에서 확률에 따른 가능성에 의해 우주가 무수히 분화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다수의 우주는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탄생하는 것인가?

어쨌거나 우리가 도화지처럼 텅 빈 배경이라고 생각해왔던 시공간은 부글부글 끓으며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다

정리해보자. 우리의 질문은 이것이었다.
다수의 우주는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탄생하는가?

이야기는 레벨 1의 우주에서 시작한다.
빛의 속도를 넘어서 더 빠르게 가속 팽창하고 있는 시공간이 있다. 여기서의 완벽히 비어 있는 시공간의 아주 작은 영역에서는 양자 요동이 발생하고 있다. 이때 우주의 기본 값인 영원한 인플레이션은 물질과 반물질의 쌍입자 소멸의 균형을 어긋나게 하고 물질을 탄생시킨다. 인플레이션은 멈추지 않고 이 물질과 공간을 계속 팽창시킨다. 제2의 우주가 탄생한 것이다. 이 미니 우주는 팽창해가며 레벨 1의 우주가 된다. 그리고 다시 반복. 우주의 시공간은 빛의 속도를 넘어서 더욱 빠르게 팽창함으로써 완벽히 비어 있는 공간을 발생시키고, 이곳에서의 양자 요동이 인플레이션으로 제3의 미니 우주를 탄생시킨다. 다시 제4의 미니 우주가 탄생하고, 제5의 미니 우주가 탄생하고, 이 과정은 무한의 시간과 무한의 공간에서 끝없이 이루어진다. 우리 우주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탄생한 무한히 많은 우주 중 하나다

갈라진 두 우주는 이후 독립해서 나름의 역사적 흐름을 따라 나아가고, 결코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해석에 따르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선택이라는 행위를 했던 무수히 많은 경우마다 우주는 분화되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우리가 궁금해해야 하는 부분은 이것이다. 우리의 관찰 행위, 다시 말해서 우리의 의식이 어떻게 우주의 분화에 기여할 수 있었다는 말인가?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의식이 존재를 결정하는가?

레벨 1은 우리 우주 너머의 텅 빈 영역을 또 다른 우주로 이해하는 입장이었다

레벨 2는 영원한 인플레이션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거품 우주였다

레벨 3은 슈뢰딩거의 고양이 가설에서 파생되는 우주론으로, 관찰자의 의식이 미시 세계의 유의미한 사건에 영향을 미쳐 수많은 우주로 분화되는 다중 우주 모형이었다

레벨 4는 수학적 우주 가설로, 우주의 실체가 수학이며 수학적으로 가능한 모든 상태의 우주가 존재할 것이라고 보는 입장이었다

우리는 브레인 우주론을 살펴보았다. 초공간을 떠다니는 거대한 5차원의 막인 브레인들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빅 스플랫이 발생해 수많은 우주가 탄생하고 소멸한다는 설명이었다

이 중 당신이 기억해두어도 좋을 모델은 레벨 2의 영원한 인플레이션과 레벨 3의 평행 우주 그리고 브레인 우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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