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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사라지다 - 삶과 죽음으로 보는 우리 미술
임희숙 지음 / 아트북스 / 2022년 9월
평점 :
살다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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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예술책을 읽으면서 동양미술에 푹 빠졌다. 어찌나 유려하고 아름다운지.
이 책은 “삶과 죽음으로 보는 우리 미술”을 주제로 조상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시선을 따라간다. 어쩌면 예술만이 삶과 죽음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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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탄생에서 죽음으로
2부-소멸에서 죽음으로
이 책은 위의 2부 구성이다. 탄생에 대한 예술, 죽음에 대한 예술, 그리고 영원을 꿈꾸는 예술을 동양미술을 통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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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의 '고통을 초월하다'가 가장 인상깊은 부분이었
다. 도원과 신선, 또 다른 세상을 꿈꾸는 예술 작품들이 나와있다. 요즘 정말 좋아하게 된 '몽유도원도'를 주제로 이야기한다. 세종의 셋째아들 안평대군이 꿈에서 찾아갔던 무릉도원을 화가 안견에게 그림 그리게 한 것이 몽유도원도이다.
P.115 부귀와 권력을 양손에 쥔 사람이 두려워할 것은 오직 죽음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전쟁과 죽음으로부터의 초월, 현실로부터의 도피, ... 그러나 몽유도원은 그저 봄날의 꿈일 뿐이다. 봄날은 꿈꾸기에 알맞고 봄날 밤에는 더욱더 꿈자리가 사납다. 그러나 하고 싶은, 보고 싶은, 가고 싶은 이상적인 세상을 꿈에서라도 마음껏 누릴 수 있다면 사나운 꿈자리라도 받아들이는 게 마땅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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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의 예술은 참으로 과거-현실-미래를 하나의 끈처럼 조화롭게 잘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현실에서 달성할 수 없는 이상향, 꿈 그리고 미래의 죽음, 과거의 탄생을 가장 와닿게 표현할 수 있는 분야도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삶과 죽음에 대한 작품을 큐레이션한 책이어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삶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