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크리파이스
곤도 후미에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1. 빠른 호흡의 깊은 묘사, 곤도 후미에





  한국문학이 '느끼고 읽으며 생각하는 시간을 준다'면 일본문학은 '빠르게 빨려들어가 매혹한다'고 말하겠습니다. 그것이 일본문학이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유라 하겠습니다. 일본문학을 즐겨 읽지는 않지만 가끔 이렇게 접해보면 참 매력있다고 느낍니다.



곤도 후미에 (近藤史惠) - 1969년 일본 오사카 출생. 오사카 예술대학 문예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부터 동 대학 객원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1993년 《얼어붙은 섬》으로 제4회 아유카와 테츠야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했으며, 미스터리 작가로서는 드물게 등장인물, 특히 여성의 섬세하고도 미묘한 심리를 묘사하는 데 탁월한 작가로 알려졌다. 2007년 《새크리파이스》로 제10회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수상, 같은 해 제5회 서점 대상 2위에 선정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인 그녀는 현재 문단과 독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곤도 후미에의 다른 작품으로는 가부키의 화려한 아름다움과 추리 소설의 재미를 결합시킨 《도조지 이인무》, 《잠자는 쥐》 등의 가부키 시리즈, 에도 시대의 정취와 인간의 슬픔을 그린 시대 미스터리 사루와카초 사건 수첩 시리즈, 미각을 자극하는 음식을 소재로 독자를 유혹하는 《타르트 타탱의 꿈》, 《뱅 쇼를 당신에게》 등이 있다.


  곤도 후미에의 문체 역시 매혹적이었습니다. 짧은 호흡과 치밀한 내면묘사는 독자에게 한껏 다가와 빨려들게 합니다.

  문체에서만 매력을 느낀 것은 아닙니다. 그녀의 글엔 이야기를 끌고가는 힘이 있었습니다. 독자를 기대하게 하는 추리적 기법과 넘치는 박진감은 독자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이전의 그녀의 글에는 여성의 묘사가 뛰어났다고 합니다. 그 틀에 갇힌 문학이었다고들 했죠. 하지만 전 이 <새크리파이스>에서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화자는 남자였고 등장인물 다수가 남자입니다. 이 <새크리파이스>가 작가의 발전과정에 서 있다는 것을 알게합니다. 이후의 그녀의 문학이 어떻게 될지 흥미롭게 지켜보아도 좋을 듯합니다.





2. 팀플레이지만 승자는 하나다, 로드레이스




  스포츠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픽션이란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새크리파이스>를 읽으면서 그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충분히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해주었습니다. 이런 느낌은 <촐라체>이후로 처음인 거 같군요 ^^*



로드레이스에 관련된 만화, 오버드라이브

Sacrifice는 희생이라는 뜻의 단어입니다. 마지막에 책을 덮으면서 제목 선정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로드레이스의 느낌을 잘 살린 그런 제목이 아닐까 합니다.

  로드 레이스는 그야말로 도로에서 달리는 스포츠를 말합니다. 이 로드레이스는 아이러니하게도 '팀플레이이지만 승자는 하나'입니다. 에이스가 있고 나머지는 그를 바쳐주는 어시스트이죠. 에이스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시스트는 자신의 바퀴를 빼주어야하고, 에이스의 힘을 아끼게 하기 위해 공기저항을 받으며 앞에서 달리기도 합니다.

어시스트를 철저하게 활용하는 것, 이기기 위해선 그게 필요해.//이시오
녀석의 승리는 내 승리고, 녀석의 패배는 내 패배였다.//아카기

  그 잔인한 현실을 등장인물들은 긍정합니다.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고 이기기위해 달립니다. 이 신사적이면서 잔혹한 승부인 로드레이스에 푹 빠지게 될 거 같습니다.

  이 스포츠는 우리나라에선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 쪽에서는 인기스포츠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이 나올정도로 알려져있구요. 우리나라에서도 빨리 대중에게 알려지는 스포츠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3. <새크리파이스>, 그리고



  <새크리파이스>에 불만족한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맨 마지막에 모든 것을 풀어나가는 지점이 너무 급작스러웠습니다. 장대한 이야기끝에 모든것이 밝혀지는 부분은 단 2장에 불과하죠. 빠른 결말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급작스러운 느낌을 지울수는 없었습니다.

  아쉬운 점이 남았지만 <새크리파이스>는 충분히 좋은 작품입니다. 끝에 남은 여운은 이 <새크리파이스>를 특별하게 했습니다.

  역자의 말에 따르면 속편이 연재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속편에 대해서는 조금 두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본편보다 못해 실망감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이죠. 하지만 역자의 말처럼 아직 로드레이스에 숨겨진 이야기는 많을 것입니다. 그것을 조금 더 풀어나가는 것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오랜만에 빨려들어가는 독서를 한 것 같습니다. 요즘 할일이 쌓여서 잘 읽히지 않았거든요. 바쁜 일상속에 가볍게 읽을 수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로드레이스에 빠져보는 건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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