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소년
키아라 브린크먼 지음, 이윤선 옮김 / 열린생각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1. 상실의 또 다른 이름, 성장

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진리가 있습니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다는 것이겠죠. 이 소년에게 어머니의 상실이란 성장이었습니다. 



눈이 흐리멍덩해질 때까지 흰 벽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벽을 들여다보면 엄마가 손을 댄 곳엔 밝은 자국들이 있다.
그 자국들은 엄마 말고는 줄곧 아무도 만지지 않은 것들이다.
자국 하나를 찾으려면 꽤나 시간이 걸린다.
찾고 나면 그 자국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고
바로 그게 엄마가 지금도 여기에 있다는 걸 알게 해 주는 거다.
그 자국이 빛나기 시작하면 곧 마음속에서도 빛이 나는 걸 느끼게 된다.
알 수 있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걸 말이다.
분명 그 자국을 만져 보고 싶을 테지만 만질 수는 없다.
그러면 그 자국이 도망가 버리니깐.
문제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이것저것 만지는 데다
누나가 온통 쓸고 닦고 해서 그 자국들을 다 지워버린다는 거다.


본문 22p



소년은 어머니의 모든 것을 알고싶어합니다. 소년은 어머니의 일부였습니다. 언제나 나무위에서 어머니를 지켜보고 있었죠. 소년이 어머니를 찾아가는 과정을 가족들은 '이상한 짓'이라고 치부해버립니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성찰의 시간이 없습니다. 성찰의 시간을 갖는 사람에겐 시간낭비하는 자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곤 하죠. 바쁜 일상속에서도 가끔은 벽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누군가의 흔적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소년이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합니다


2. 새로운 문체, 신선한 발상

  이 책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특이하다'는 점입니다. 소재에서도 문체에서도 낮섦을 느꼈습니다.



키아라 브린크먼(Brinkman, Kiara) - 미국 중서부와 캘리포니아에서 성장기 보내고, 브라운 대학을 졸업한 후 고다드 칼리지에서 순수예술 석사학위(Master of Fine Art)를 받았다. McSweeney's와 Prindeldyboz 잡지 등에 기고 활동을 하며 어린이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해 오다가 첫 번째 장편인<Up high in the Trees >를 출간, 참신하고 독창적인 문제로 평단에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작가의 선물 같은 웹사이트 www.kiarabrinkman.com 에는 작은 이벤트성 코너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 가운데『<Up high in the Trees >의 한 챕터 제목과도 통하는 ‘What is your favorite?’ 코너는 인생에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조용히 생각해 보게 한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다.


    자신의 엄마를 기억하는 소년과 그를 표현하는 문체는 정말 낮설면서도 쉽게 다가왔습니다.
어린이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서 인지 그녀는 아이를 잘 이해하고 적어나갔다고 느꼈습니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함께 벽을 바라본 적이 있는 사람이 쓸 수 있는 소설이 아닐까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맞추어놓은 눈높이로 자꾸만 내려가는 것을 느꼈답니다. 그것이, 작가의 힘이구나 생각했습니다.


3. 자폐적 글쓰기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글을 쓴다, 말은 좋습니다. 하지만 이곳저곳에서 한계가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답니다. 일단은 어린아이의 시각인지라 이미 세상의 많은 것들을 잊어버린 사람들에게 확 와닿지 않습니다. 어린아이의 모습을 그리느라고 그것을 읽는 사람들을 잊는다면 그것은 한계를 지니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소설이 가볍게 느껴집니다. 쉽고 가볍게 읽히는 소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히 뼈있고 느낄게 많은 책인데 너무 가벼운 문체로 끌고가서 그 뼈마저 가볍게 넘어가고 만다는 겁니다. 쉽고 어려운 것의 중간쯤, 그 중간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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