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벨 훅스 지음, 이경아 옮김, 권김현영 해제 / 문학동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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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2년 사이, 페미니즘에 대한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대선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관련 정책들을 쏟아내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말도 꺼내지 않겠지만, 선거철에 페미니즘 관련하여 저마다 앞 다퉈 이런저런 말들을 하는 것을 보면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차별에 대한 문제인식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분명 커졌다.

 

그러나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이 페미니즘, 페미니스트에 대한 오해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자면 성차별에 대한 문제인식을 표현하는 것은 괜찮지만 너 페미니스트야?” 라는 질문에는 움찔하는 상황이 여전히 많은데, 이러한 장면이 질문하는 사람이나, 질문을 받고 움찔하는 사람 모두가 페미니즘, 페미니스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페미니즘 책모임을 시작하기 전 몇몇 친구들로부터 페미니스트라는 말이 욕인 줄 알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뿐만 아니라 책모임을 시작한 뒤에 몇몇 사람들은 그저 책만 읽고 있던 사람들에게 그런 모임을 갖는 것이 너무 공격적이지 않냐는 푸념을 늘어놓거나, “역차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냥 몇몇이 모여 책을 읽기 시작한 것뿐인데 우리는 공격적인사람들이 된 것이고, ‘역차별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이 책,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의 저자 벨 훅스도 이러한 상황을 지적한다.

 

대개 사람들은 페미니즘 하면 남자처럼 되고 싶은 한 무리의 성난 여자들을 떠올린다. 그들은 페미니즘이 권리에 관한 것이라고, 다시 말해 여자들도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운동이라고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내가 아는 페미니즘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면 그들은 기꺼이 내 말에 귀를 기울인다.”(16)

 

페미니스트하면 남자를 공격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하거나, ‘페미니즘하면 무슨 주체사상인 것처럼 낙인을 찍는 경우들이 있는데, 정말 막연한 오해이고 지나친 편견이 아닐 수 없다.

 

나 역시 저자의 말처럼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여 보니 페미니즘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했고, 오해와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지 금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켜켜이 쌓여 있던 무관심과 오해들을 들춰내면서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다. 페미니즘이란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려는 운동”(18)이었고 페미니스트는 남자든, 여자든 오늘날의 젠더에는 문제가 있어, 우리는 그 문제를 바로잡아야 해, 우리는 더 잘해야 해, 하고 말하는 사람”(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이었다. 다시 말해 페미니즘은 온통 에 대한 이야기이고 우리에 대한 이야기였고, 우리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저자 벨 훅스는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에서 페미니즘이 남자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성차별주의적인 사고와 행동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한다. 성차별주의에 젖어 있는 사람은 남자만이 아닌 것이다. 일례로 저자는 가부장적 사고에 젖어 있는 여성들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지적하며, 페미니즘이 반대하는 것은 남자가 아니고, 다른 사람을 힘으로 지배하려는 생각과 행동들, 즉 백인우월주의-자본주의-가부장제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와 행동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페미니즘적 사고와 행동을 익히기 위하여 의지적으로 배우고, 익혀야 한다고 강조한다.(45) 내가 페미니즘을 접하면서 가장 첫 번째로 놀랐던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페미니즘에 대해서 막연하게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남성들이 더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여성들이라고 예외일 수 없었다. 가부장적인 문화와 그에 따른 악한 습관들은 남성, 여성 할 것 없이 우리 생활뿐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전체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마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하늘에 덮인 것처럼 심한 경우에는 그것이 눈에 보여 마스크를 써야 할 때도 있고, 조금 덜 하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많은 사람을 괴롭히는 것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그래서 페미니즘을 가까이 하면 할수록 우리가 먹고, 잠자고, 일하는 모든 곳에서 얼마나 많은 성차별적인 사고들과 행동들이 있고, 그것이 왜 나쁘고,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구체적으로 볼 수 있었다.

 

저자는 그리 많지 않은 지면을 통해서 몸, 외모, 계급, , 폭력, 육아, 결혼 등의 주제를 페미니즘과 연관하여 우리 모두에게 페미니즘이 얼마나 적실하고, 긴급하게 필요한 것인지를 주장한다. 그중에서도 이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지배가 있는 곳에 사랑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진정한 사랑은 서로에 대한 인지와 포용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에, 사랑이 인정과 애정, 책임감, 헌신, 그리고 지식을 모두 품어야 한다는 사실에 수긍한다면 정의 없이 사랑이 존재할 수 없음을 이해하게 된다.”(236)

 

정말 맞는 얘기 아닌가? 페미니즘을 이야기 할 때면 꼭 이런 이야기들을 듣곤 했다. “난 여자 좋아하는데?”, “난 여자들한테 잘해주는데?” 사실 나도 그랬는데, 이제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성차별적인 사고와 행동들에 둘러싸여 있는지 모른다. 내 주변에는 교회에 다니는 분들이 대부분이니까 목사로서 부탁드린다. 우리 같이 공부 좀 하자. 그리고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은 어렵지도 않고 재미도 있으니 그렇게 공부할 때 좋은 입문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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