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 -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20대를 위한 인생선배의 조언이라 엄마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오~ 이 책 완전 대박이다. 생물학적 청춘의 자녀를 둔, 정신은 청춘인 부모가 읽어도 공감하고 도움이 될 책이다. 이 책 좋다고 입소문이 나서 10월에 중학교 엄마들이 토론도서로 정해 같이 읽었고, 오늘은 막내 고등학교 독서회 토론도서였다. 또 다른 초.중학교 독서회에 소속된 엄마들도 이미 토론도서로 이야기를 나눴다니, 역시 좋다는 입소문이 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확인했다.

8월에 구입한 책이 423쇄였으니 백만부가 팔렸다는 계산인데, 지금은 몇 쇄를 찍었는지 궁금하다. 알라딘에서 올해의 책으로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와 경합을 벌이는데, 워낙 카가의 도움이 커서 '닥치고 정치'한테는 역부족이다.ㅠㅠ 그래도 백만부 이상 팔렸다는 말은 젊은이들에게 인생선배의 조언과 위로가 얼마나 절실한지 반증하는 숫자다.

우리아들은 20대의 문턱에 올라서려 까치발을 딛고 있다. 며칠만 지나면 20대에 성큼 들어서게 되는데, 지난 주 이 책을 읽고 짤막한 감상을 남겨서 일부 인용한다.

수능도 끝나고 잉여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을 보고 나의 잉여스러운 나날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중략)

수능도 망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는데, 책을 보고 생각이 달라졋다. 내가 하고 싶고, 키우고 싶은 능력들, 글쓰기나 그림 그리기, 운동 등등 내일부터가 아니라, 오늘부터 해야겠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부터 하겠다고 작심한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우리아들의 '작은삼촌'은 안녕하신지 확인해봐야겠다.ㅋㅋ
본인 표현대로 '수능도 망해서' 벼르고 있던 스마트폰 사달라는 소리도 못 꺼내고, 날마다 바쁘다고 설거지도 팽개쳐 둔 엄마 대신 설거지도 곧잘 한다. 한두번 하다 말겠지 싶었는데, 한달이 지난 지금도 설거지가 쌓여 있으면 알아서 한다. 이런 아들이라면, 대학교에서 선배들에게 사랑받고 직장에서도 눈에 들고 더 훗날 사랑받는 남편이 되지 않을까...ㅋㅋ
 

어쨋든 녀석은 대학입시로 나름 아픔을 겪었다. 본인이 희망했던 '심리엔학과'가 너무 높아 수시를 정외과로 접수했고, 1차 합격하고 면접을 봤는데 대기 9번이라 크게 기대하지 못한다. 담임샘은 가,나,다 3곳을 찍어서 생각해보라고 하셨지만, 꼭 된다는 보장도 없지만 수도권에 진입하면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선뜻 원서를 내기도 어렵다. 어떻게든 수도권에 진출시키려는 뭇 부모와 달리, 우리는 가정경제를 고려할 때 국립대 아니면 어렵다고 못을 박았고, 그도 안되면 군대를 가야 한다는 현실적인 얘기를 농담처럼 했으니 내심 속도 상하고 경제가 곤란한 부모가 원망스럽지 않았을까... 다행이 대기 9번이어도 합격했다는 통지받고 오늘은 예치금을 넣었으니, 이젠 빼도 박도 못할 정외과 대학생이 되는 거다. 큰딸도 그랬지만 우리 애들은 수시 딱 한 군데 넣어서 대학을 갔으니, 그것도 복이라면 복이다 싶어 고맙다. 물론 성적에 맞춰 들어갈 수 있었을 사립대를 대상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미안하기도 하지만...


아들은 아들대로, 딸은 딸대로 저희 나름의 아픔을 겪었다. 그래서 김난도쌤의 말을 빌려 위로하자면
"그래,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고 말할 수 밖에 다른 위로의 말을 찾기는 어렵다.

대학 졸업반이 된 큰딸은
"지금까지 뒷바라지해줘서 감사하고, 이제 진짜 성인으로 내손으로 밥벌어 먹어볼게요!"
11월 12일 문자를 보내왔고, 12월 9일에는
"삐딱하게 말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결핍을 견디며 산 경험이 큰 자산이라고 생각해오고 있어"
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문자를 받고 전화를 해보니, 임고를 앞두고 실패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에 친구들은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는 등 엄청난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고생들을 했단다. 우리딸은 까짓거 임고 실패하면 또 다른 길이 있겠지... 초연하게 아무렇지 않아서 결핍의 경험이 자산이라는 걸 실감했단다. 그런 딸에게 엄마로서 해 준 말이다.

"00야, 네 인생에 처음으로 쓴맛을 본 임고 실패지만, 코 빠뜨리고 처져있지 마라, 인생 길게 보면 오히려 값진 경험이 될 거다. 너 하고 싶은 일 해봐. 엄마는 결혼 전 독립을 하릭받지 못해서 지금도 독립하고 싶은 욕망이 있잖아~ㅋㅋ. 엄마가 너한테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진짜 네 인생이니까 네가 하고 싶은 일 해보라는 거야~~~"

큰딸은 제가 살만큼의 돈벌이만 하는 선에서 이미 직업(장)을 구했고, 이달 말에 서울 00도서관 앞으로 이사할거라고 말했다. "무슨 돈이 있다고 이사야, 고시텔로 가는 거야?" 했더니, 자기 돈이 조금 있다는데 알바할 때 저축했거나 1년동안 보내준 용돈을 아꼈는지 알수가 없지만 잘 살아가리라 믿는다.

그대 좌절했는가? 친구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그대만 잉여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가? 잊지 말라. 그대라는 꽃이 피는 계절은 따로 있다. 아직 그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 언젠가는 꽃을 피울 것이다. 다소 늦더라도. 그대의 계절이 오면 여느 꽃 못지않은 화려한 기개를 뽐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고개를 들라, 그대의 계절을 준비하라.(34쪽)

난도쌤은 이렇게 멋진 말로 20대를 위해 조언하지만, 지천명의 엄마가 읽어도 좋은 책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만나는 수많은 학생들의 사례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이들의 불안과 두려움, 막막하고 암담한 미래와 흔들림까지 감싸 안는다. 바로 그런 고민들은 청춘이기 때문에 맞이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어른들은 다 겪어봐서 하는 말이지만 그 당시에는 잘 모른다. 불행하게도 다 지나봐야 알 수 있고 얻을 수 있는 해답이라는게 인생의 아이러니다.

 

저자는 건전지를 넣지 않은 탁상시계를 책상에 두고, 해마다 생일이면 18분씩 시계바늘을 앞으로 옮긴다고 한다. 인생을 하루 24시간으로 설정하고, 평균수명을 80으로 셈할 때 1년이 18분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란다. 저자를 따라 셈한 내 인생 시계는 현재 오후 3시 26분이다. 아침형 인간보다 심야족인 내게는 충분히 무언가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인생에 너무 늦었거나, 혹은 너무 이른 나이는 없다는 말이 절절하게 실감된다.

저자는 스무 살은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데, 그렇게 살고만 있는 나이'라고 정의한다. 20대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좋든 싫든 공감할 문장이다. 뚜렷한 목표나 방향도 없이 휘청이고 흔들리는 나이,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서 별볼일 없는 스펙을 쌓느라 죽을 고생하는 젊은이들에게, 꿈을 갖고 도전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투자하라고 말한다. 자신을 보여주는 건 스펙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전 경험으로 경력을 쌓는 일이 더 실용적이라 말한다.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 가득한 책, 수없이 밑줄을 그으며 곱씹어 볼 책, 인간관계를 소중히 생각하는 진정한 선생님이고자 애쓰는 저자의 조언을 젊은 아들딸에게 들려주자! 특별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보다 큰 꿈을 꾸는 것이 과욕을 부리는 것처럼 생각됐을 우리 아이들에게 난도쌤의 말을 전한다. 경제적인 성공만을 최고로 치는 세상이지만...

돈보다 소중한 것, 그것은 바로 그대의 미래다 (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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