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길고양이 - 제8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미래의 고전 21
김현욱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008년 제 6회 푸른문학상 수상 단편집이었던 <조태백 탈출사건>을 읽고, '일곱 가지 단편 샐러드'라는 제목으로 리뷰를 썼었다. 2009년 푸른문학상 수상작은 읽지 못했고, 2010년 푸른문학상 수상작인 <도서관 길고양이>를 읽고 같은 제목의 리뷰를 써야 될 거 같았다. 오늘 무등산 아래 사찰음식전문점 수자타(부처님께 최초로 공양을 올린 처녀)에서 신선한 샐러드를 맘껏 먹었는데, 이 단편집도 신선하고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해마다 여러 출판사에서 '00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광고와 더불어 나오는 새 책을 덥석 물었다가 실망한 적이 종종 있었는데, 이 동화집은 453편의 응모작 가운데 문장력, 서사 구성 능력과 같은 기본적인 자질은 물론이고 발상의 새로움, 형식의 독특함, 사건 전개의 흡인력, 캐릭터의 생명력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심사해서 뽑아낸 일곱 편이라는 심사평에 믿음이 갔다. 

첫 번째 <겨드랑이 속 날개>는 가슴을 찡하게 울렸다.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문제아로 찍힌 욱삼이가 쓴 아버지의 '가래 끓는 소리'는 날마다 가래소리를 들으며 무심했던 아버지에 대한 연민을 갖게 한다. 독백으로 표현되는 욱삼이의 속마음은 귀가 아닌 마음의 소리를 들을 줄 아이로 그려진다. 당연한 걸 노래하는 시, 좋은 시는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게 하는 선생님의 가르침과 결 고운 아이들의 마음이 읽힌다.    

두 번째 <일곱 발, 열아홉 발>은 쓰레기통을 자기 동 가까이 놓지 않으려는 어른들의 이기심 때문에, 아이들까지 덩달아 학원 차를 자기 동 가까이 멈추게 하려는 해프닝을 벌인다. 양보와 타협을 모르는 어른들을 그대로 답습하는 아이들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른과 아이의 문제를 나란히 놓아 비교되게 한 구성이 돋보였다. 

세 번째 표제작인 <도서관 길고양이>는 역시 표제작으로 뽑힐 만했다.^^ 책읽기를 싫어하는 다미와 도서관 사서인 엄마와의 신경전이 재밌게 그려졌다. 무조건 '책 읽어!' 윽박지르지 않고 언젠가는 책에 관심을 갖게 될 거라는 엄마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는다. 일주일 간 도서관에 엄마와 같이 출퇴근하게 된 다미는 살짝 열어둔 창문으로 누군가 들어왔었다는 걸 알고, 마치 탐정이 된 것처럼 범인 찾기에 몰두한다. 과연 고양이가 도서관에 몰래 들어와 청구번호 808.9ㅊ 의 '미르와 얼음 마녀'를 읽은 것일까? 추리형식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주제를 잘 드러낸 수작이다.  

네 번째 <대장이 되고 싶어>는 미소를 머금게 한 작품이다. 아이의 순수한 동심을 맛볼 수 있어 즐거웠다. 대장이 되고 싶은 오빠 종유와 공주놀이만 하고 싶은 지유가 마지막에 찾아낸 보물은 정말 공감 백배였다. 하하하~ 그 보물이 무언지 궁금하다고?ㅋㅋ  

다섯 번째 <엘리베이터 괴물>은 두려움과 공포심을 갖는 영민이의 마음을 알아주거나 공감해주지 않는 엄마가 내 모습은 아닌가 뜨끔했다. 아이의 감정에 먼저 공감해주지 않고 남들과 다르다고 왕따시키거나 행동 발달 장애아로 만들어 버리는 건 아닌가, 독자를 살짝 반성케 한다. 엘리베이터 타는 걸 무서워하는 영민이가 귀찮은 준호는 영민이의 도움을 받은 후, 영민이 감정에 공감해주며 엘리베이터 괴물을 물리치게 도와 준다. 어른이 개입하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 해결해서 좋았다. 

여섯 번째 <슬픔을 대하는 자세>는 갑자기 세상을 뜬 아버지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누나 정민이와, 그런다고 아버지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라며 제법 철들게 행동하는 동생 정우를 통해 제목 그대로 슬픔을 대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어린 동생이 더 어른스럽고 인생을 통달한 것 같아서 오히려 가슴이 짠하다.  

마지막 작품인 <하늘에 세수하고 싶어>는 편의점 미스 박 아줌마와 친구처럼 지내던 민주가, 그녀를 새엄마로 받아 들이기까지의 심리적 갈등을 그렸다. 재혼 가정에 흔히 생길 수 있는 문제를 '하늘에 세수하고 싶다'는 한 줄 시에 잘 버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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