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작가를 위한 창작 노트 아동청소년문학도서관 5
손연자 외 지음, 신형건 엮음 / 푸른책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작가들의 창작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이다. 수록된 글 대부분은 '책읽는 가족'에 실렸던 글이라 초면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네 차례나 눈물을 찔끔거렸다. '창작노하우라며 어떤 내용이길래 눈물까지 흘려?' 청승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작가가 나와 같은 생각으로 글을 썼구나' 에 감격해서 눈물났고, 그 작품을 읽으며 울었던 생각이 나서 또 울컥했다. 책의 차례에 관계없이 특별히 눈물까지 났던 네 분의 작가들을 먼저 거론하고 싶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이경혜 작가. 딸의 중학교 동창이 오토바이 사고로 죽었다는 전화를 받고, 그 아이의 죽음이 가슴에 콱 박혀 사흘을 꼬박 울었다고 한다. 그 부모의 마음을 헤아렸고, 죽은 그 애를 작품 속에서나마 열여섯의 빛나는 삶을 행복하게 살게 하고 싶었다는 고백이 눈물겨웠다. 그 작품을 읽을 때 작가의 서문을 읽었음에도, 여기 수록된 그 글을 또 읽으며 눈물이 났다. 작가는 자신이 쓰는 글이 '어떤 영혼이 작가의 몸을 통로로 삼아 자기 이야기를 풀어 놓은 것'이라고 말한다.  

<밤티마을 큰돌이네, 영미네, 봄이네 집>이금이 작가. 큰돌이네를 쓰고 10년이 흐른 뒤에도 독자들의 후속편 요청은 작가에게 강한 영감과 자극을 주어 그 뒷 이야기를 쓰게 만들었다'고 한다. 나쁜 새엄마의 상징인 '팥쥐 엄마'를 등장시켜, 넉넉하고 푸근한 새엄마로 그려낸 작가의 마음이 읽혀졌다. 내가 정작 눈물을 흘린 건, 큰돌이 할아버지 이야기였다. 큰돌이네 시리즈 3권인 '밤티마을 봄이네 집'을 읽을 때, 태풍에 다 쓰러진 고추모를 일으켜 세우는 할아버지를 보며 꺽꺽 울었었는데, 작가도 같은 마음으로 울었다는 고백에 또 다시 뜨거운 눈물이 나왔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내 눈은 또 젖어든다. 힘없는 불구의 몸으로 아무 역할도 할 수 없는 것 같은 큰돌이 할아버지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일으켜 세우는 인생의 연륜이 깃든 노인으로 그려낸 것이 참 고마웠다. 작가의 가슴에 깃든 큰돌이네 이야기를 독자도 같은 마음으로 읽어내고 정들 수 있다는 건, 큰돌이네 가족 뿐 아니라 독자도 같이 성장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마사코의 질문>손연자 작가. 작가가 되겠다는 꿈이 없이 살다가, 아홉 살 딸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동화로 써 주었다가 등단하게 되었다고 한다. 박홍근님의 심사평에서 주제가 약하다는 말을 듣고서야 '동화에도 주제가 있구나' 깨달았다는 작가다. 하지만 중학교 때 교과서에 실렸던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을 읽고서 '모국어를 잊지 않는 것은 감옥에 갇힌 죄수가 열쇠를 가진 것과 같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가슴이 숙연해졌다고 한다. 우리도 그런 잔인한 세월을 겪었는데, 왜 우리 교과서엔 그런 작품이 실리지 않았을까? 하는 소박한 의문과 화두처럼 가슴에 들어와 있던 생각을 풀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해마다 광복절이 되면 '마사코의 질문'을 읽는 내게는 손연자 작가의 절절한 마음과, 참혹한 우리 민족의 수난사에 눈물 흘리게 된다. '부끄러운 것을 잊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고 욕된 것을 잊는 것이 욕된 것'이라는 말씀을 되새기게 된다.

<들꽃초등학교>전병호 시인. 떠날 수 없는 사람들만 남아 피폐한 삶을 사는 전방의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눈물로 썼다는 시집, 나도 그 시집을 읽으며 수없이 눈물을 흘렸기에 시인의 마음을 같이 느낄 수 있었다.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없는 아이들,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버려진 아이들이 모여 쓸쓸하게 살아가는 곳, '이 아이들의 아픔을 달래 주지도 못하면서 무슨 시를 쓴다 하랴.'는 자각으로, 척박한 환경에도 꿋꿋하게 자라는 아이들의 희망찬 삶을 노래하고 싶어 시를 썼다고 한다. 동시집 '들꽃초등학교'를 보면 그네들의 삶이 보여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거론한 작가는 네 분이지만, 1부 창작노트에는 '산왕 부루'의 박윤규 작가, '마지막 왕자'의 강숙인 작가.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이준관 시인의 창작노트가 실렸다. 

2부는 작가편지로 '내 사랑 사북의 이옥수 작가'와 '길 위의 책의 강미 작가'가 주고 받은 편지와, '교환일기의 오미경 작가'와 '무덤 속의 그림의 문영숙 작가'가 나눈 편지, '플루토 비밀 결사대의 한정기 작가'와 '나의 아름다운 늪의 김하늬 작가'가 주고 받은 편지가 실렸다. 2부엔 교환일기 빼곤 다 내가 못 읽은 작품이라 안타깝게도 공감할 수가 없었다. 

3부는 작가 인터뷰로 독자와 문단의 주목을 받는, '쥐를 잡자'의 임태희 작가, '우리동네는 시끄럽다'의 정은숙 작가, '고양이 제국사'의 백은영 작가, '우포 늪엔 공룡 똥구멍이 있다'의 손호경 작가, '이젠 비밀이 아니야'의 유정이 작가, '고래와 래고'의 이옥용 시인 등 신인작가와의 인터뷰를 만날 수 있다.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겐 창작 동기와 과정, 작가로서의 꿈과 고민 등 창작 노하우를 알려 주는 책이다. 작품이 나오기까지 모든 게 궁금한 독자들의 궁금증도 풀어주고, 작품을 보는 안목을 키워주며 작가의 속내를 알 수 있어 친숙한 느낌을 갖게 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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