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구 재덕이 작은도서관 24
이금이 지음, 성병희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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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10/19 부산에서) 이금이작가와 세번째 만남을 기다리며, 아직 읽지 못한 이금이작가의 책을 한권 더 읽었다. 이분의 작품집 33권 중에 이제 못 읽은 건, 세 권(미토는 똥도 예뻐, 모래밭 학교, 다리가 되렴)이니까 왕팬을 자처해도 염치 없지는 않으리라.^^
 
이 책은 푸른책들의 작은도서관 시리즈로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 읽어도 좋을 책이다. 성병희님의 연필삽화가 있어 그림보는 재미도 있다. 이금이 작가의 책은 많은 단체에서 좋은 책으로 선정되는데 이 책 역시 여러 단체의 추천도서로 뽑혔다. 이 책은 좀 모자란 아이에게도 한두 가지는 배울게 있을 거라며, 장애아를 보듬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일깨우는 따뜻한 책이다.
 
우리 유년기 동네마다 한 둘은 있었을 모자란 아이 재덕이와 한 살 어린 명구의 우정을 다룬 따뜻한 이야기다. 남들이 바보라고 놀리는 재덕이와 동네에선 같이 놀아도, 학교길에선 짐짓 모른체하는 명구를 미워할 수 없었다. 내 유년기에도 흡사한 비행(?)을 저질렀던 기억이 스멀스멀 살아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어린이나 어른들도 체면 때문에 마음과 다르게 행동할 때가 종종 있다. 이 책에선 명구와 엄마가 바로 그런 경우로 그려졌다.
 
마을 이장의 주선으로 재활원으로 간 재덕이가 밤마다 오줌을 싼다는 말을 들은 명구는 입맛이 다 달아났다. 단짝이었던 재덕이의 소식에 저도 맘이 좋지 않을거라는 할머니 말씀에 발끈하는 명구 엄마의 말이 가슴에 콕 박히며, 얼마나 더 살면 명구할머니와 같은 맘으로 세상을 볼 수 있을까 부끄러움이 앞선다.
 
"어머니는...... 우리 명구가 바보 재덕이랑 어째서 단짝이에요? 행여 남들 있는 데선 그런 소리 마세요."
"둘이 솔숲산으로 어디루 쏘다니메 논 건 왼 동네가 다 아는 사실이구먼, 그리고 명구가 재덕이하구 동무한게 어떻다구 그러냐. 재덕이가 모자라는 아이긴 해도 우리 명구가 그 애한티 배운 것도 한두 가지는 있을 게여."
 
이금이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평범한 일상에서 소재를 취하지만, 포근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위로를 담아내는 작가의 따뜻함이 좋다. 동화를 읽으며 위선과 가식으로 포장된 나를 발견하고 부끄러워지는 건, 아직은 양심이 남아 있는 거라고 슬쩍 위안을 삼아본다. 자꾸만 더럽혀지는 마음을 닦아내기 위해서도 동화읽는 엄마로, 더 나이먹으면 동화읽는 할머니로 살리라 마음 먹는다. 
 
재덕이가 재활원으로 떠나고 비로소 재덕이 마음을 헤아린 명구는, 아이들이 떠난 빈 운동장같은 마음이 된다. 그리고 재덕이가 돌아와 문앞을 기웃거릴 때 "텅 빈 것 같던 마음 속에서 빨갛고 노랗고 파란 풍선들이 날아올랐다" 는 명구의 마음이 내 가슴에도 전해온다. 모자란 친구라도 떠난 후 소중함을 발견하듯이, 지금 곁에 있는 친구에게 소중함을 발견하면 좋겠다. 이 책을 읽은 어른과 어린이에겐 '도들마루의 깨비'를 추천한다. 재덕이 같은 아이가 나이를 더 먹으면 깨비같은 형이 되지 않을까...... 어제도 보고 그저께도 보던 아이처럼 사탕을 불쑥 내미는 재덕이의 눈 속에서, 자신의 웃는 모습을 발견한 명구처럼 독자들도 잔잔한 미소를 지을 수 있으리라.
 
요즘 초등학교엔 이런 아이들을 맡은 특수교사와 도우미교사가 있어, 일정 시간 따로 교육한다. 이런 걸 보면 우리나라도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되지만, 자기 교실에선 아이들이 짝이 되는 걸 싫어하거나 부모들도 은근히 혹은 노골적으로 짝이 되는 걸 거부한다. 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모두 함께 살아갈 세상이니, 재덕이가 모자라도 한두 가지는 배웠을 거라는 명구할머니의 세상보는 눈을 우리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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