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562돌 한글날, 딱 기념할 만한 책이 나왔다.  바로 '느티는 아프다'의 이용포 작가 '뚜깐뎐'이다. 20년 전, 연산군 때에 한글 사용을 금지하고 한글 서책을 불태우는 일이 있었음을 알고 떠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가 10년 전 1,200매의 원고로 썼고, 다시 2년을 다듬고 다듬어 원래의 절반 분량으로 출판하게 되었다고 후기에 밝혔다.

  '뚜깐뎐'은 어매가 똥뚜깐에서 낳았다고 아배가 뚜간이라 부르면서 천하디 천한 이름으로 평생을 살아야 했던 뚜깐의 이야기다. 어려선 서서 오줌을 누기도 했던 당찬 그녀가, 나라말을 핍박하던 연산군 때에 글을 배우고 사부에게 '해문이슬-해를 물고 있는 이슬'이란 고운 이름을 받아 시문을 썼다는 설정하에, 딸에게 대물림되는 서책과 시문이 적인 비단 한 조각의 진실을 밝혀가는 이야기다. 현재 하나 남은 비단 한조각의 시문을 물려받은 제니가 '한글창제 600년'이 되는 2044년 6월 이야기로 시작된다. 

 

   
  "글이란 것은 임금이 금한다고 없어지는 게 아닌즉, 많은 백성들이 쓰는 데에는 도리가 없는 게야. 물론 총명하고 명민한 성군이 나서서 나라말 쓰기를 권장하고 스스로 익힌다면 훨씬 빨리 유포되겠으나 아무리 임금이 쓰라고 권장하고 법으로 정한다 해도 그 백성이 사용하지 않으면 그뿐인 게야. 글이란 이런 것이지. 임금만 탓할 것이 아니라 백성 하나하나가 각성해야 하느니라. 하여 너희들이 지금 하고 있는 그 일이 중요하다는 게야. 나라말을 만들어 놓기만 해서는 소용이 없지 않겠느냐, 우선은 모든 서책이 나라말로 되어야 하느니라. 이것이 어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더냐. 백 날이 걸리고, 천날이 걸릴 테지, 아니 몇 백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야. 어느 천 년에 그 많은 서책을 모두 나라말로 옮기느냐고 할지 모르겠다만, 선비 한 사람이 한 권씩만 나라말을 익히고 한자로 된 서책을 옮긴다면 일 년도 채 걸리지 않을 테지, 허나, 선비라는 작자들이 남의 나라말만 외고 앉았으니 그 또한 현재로선 꿈 같은 일."   (뚜깐뎐 149쪽)  
   

  이용포 작가는 '뚜깐뎐'에서 사부의 입을 빌어 위와 같이 말한다. 나라말을 박해하던 일은 조선 중기의 역사만은 아닌 듯하다. 오늘날은 더 교묘한 수법으로 한글을 박해하고 있다. 아니 더욱 노골적으로 '영어공용화'니 '영어몰입'이니 떠벌리면서 우리글을 박대하는게 현실이다. 위 글에서도 보이듯이 옛날의 선비들도 중국 글을 최고로 알았던 것처럼 오늘도 어륀지인지 아륀지인지 주접떠는 이들이 저들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중국을 사대했던 조선처럼 미국과 영어를 사대하는 국가가, 아니 오히려 식민지인양 자처하는 대통령과 지도자들이 우리글을 소홀히 한다면 옛날의 민초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한글을 사랑하는 일에 나서야 할 것이다. 내 자식 영어공부 시키는 일에 불을 켜지 말고 우리말 우리글로 된 아름다운 작품들을 읽히는 일에 더 마음을 쓰면 좋겠다. 

  UN의 유네스코에선 문맹 퇴치에 크게 이바지한 사람에게 '세종대왕상'을 수여하는데, 이것은 한글의 가치와 공적을 국제적으로 인정한 상징으로 우리의 큰 자랑거리라 할 수 있다.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뜻을 기리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세계가 우수하다고 인정한 한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일을 더 이상 외면하거나 박대해선 안 될 일이다. 우리가 우리글을 홀대한다면 결국은 우수한 우리글의 소멸을 자초할 뿐이다.

  이 책은 우리 모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책이다. 우리 민경이와 특별한 인연(처음으로 사인해 준 초등생이고, 작품속에 '민경'이란 이름을 쓰고 싶다며 허락(?)을 얻으셨다^^)을 맺은 작가님이라 책을 출판하면 잊지 않고 보내주셨다. 작년엔 '하늘도 탐낸 아름다운 별 이휘소'란 어린이 인물전과 부인(임복남)이 낸 인물전 '우리나라 최초 여성 파일럿 권기옥을 보내면서,너를 주인공(이름만)으로 한 청소년 소설 '뚜깐뎐'을 쓰고 있는데 10월 초순에 출간될 거라고 적었는데, 드디어 올 10월에 나왔다. 그런데 다 읽어봐도 '민경'이란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민경'으로 쓰려고 했던 이름을 '제니'로 바꾼게 아닐까 짐작할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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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판한 '뚜깐뎐'과 창비에서 나온 동화 '내 방귀 실컷 먹어라'도 같이 보내셨다. 고맙습니다! ^^


오늘까지 중간고사를 치르는 민경이는 구경만 했고 엄마가 먼저 두 권을 다 먹어 치웠다. 냠냠~ '내 방귀 실컷 먹어라'는 부모의 잔소리와 학원을 뺑뺑이 도는 초등생들의 비애와 탈출 욕구가 잘 드러난 동화로 아주 재미있었다. 어른들이 말 안듣는 어린이에게 써먹던 협박(?)성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는 말을 소재로, 어른들도 일독하면 올챙이 시절을 잊고 있던 유년기 정서를 흔들어 깨울 듯하다.^^

이용포 작가의 청소년을 위한 책, 뚜깐뎐 외에도 줄줄이~~

 

 

 

 

이용포 작가의 어린이를 위한 책

 

 

 

 

그리고 부인 임복남 작가의 책

 

 

 

 

이용포작가님이 우리 민경이가 잘 있는지 궁금해 하셔서 중학생이 된 민경이를 살짝 숨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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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하하~ 재미있다
    from 파피루스 2008-10-13 09:07 
    이 책의 저자인 이용포작가님과 우리 민경의 특별한 인연으로 선물 받았다. 작가에게 사인본을 받는 기쁨을 무엇에 비길 수 있을까? ^^ 아이들에겐 너도 이 다음에 '사인'을 해주는 사람이 되라면서 엄마는 사인본에 흡족한 아줌마일 뿐이다.ㅋㅋㅋ 민경이는 중간고사가 끝나고 학부모독서회 문학기행으로 '소록도'에 끌려(?) 갔다 온 스트레스를 푼다면서 이 책을 유쾌하게 읽었다. 창비의 '초등1.2.3학년을 위한 신나는 책읽기' 시리즈
  2. 한글창제 600년 후인 2044년엔 무슨 일이?
    from 엄마는 독서중 2008-10-25 13:44 
    올해로 한글날이 562돌이 되었으나 영어 몰입교육의 목소리가 높아가는 때에, 우리의 한글사랑을 되새겨 볼만한 책이 나왔다. 바로 청소년 소설 '느티는 아프다'로 알려진 이용포 작가의 '뚜깐뎐'이다. 중국의 문자를 최고로 알던 조선조 우리글이 홀대받던 연산군 때, 우리글 사용을 금지하고 서책을 불태웠던 사실을 바탕으로 한 작가적 상상력이 빚어낸 이야기다. 작가는 20년 전  떠오른 이야기를 품
 
 
마노아 2008-10-10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념할만한 책이군요. 내용도 귀담아 들을 이야기인데, 그 안에 사연까지 있네요. 언제 처음 인연을 맺은 거예요? 오래 되었나요? 민경이도 많이 자랐어요. 엄마의 웃는 얼굴이 그대로 사진 속에 있네요. ^^

순오기 2008-10-11 00:07   좋아요 0 | URL
이용포작가님을 만난 게 2007년 1월이니까 민경이 5학년 말이었어요.^^
민경이가 그때보단 많이 자랐고 좀 늘씬해졌는데~엄마가 들어있나요? 춘추복 처음 입고 가는 날 잡아세웠더니 사진 찍는거 쑥쓰럽다고 웃고 있어요.ㅎㅎㅎ
뚜깐뎐 기회되면 한번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