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발표한 불온서적에 당당히 선정된 권정생님의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은 9월 22일 어머니독서회 토론도서였다.

이 책을 읽어보면 국방부가 왜 '불온서적'으로 선정했는지 절로 이해가 된다. 삶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따끔한 비판은 종교지도자나 정치가들 뿐 아니라 평범한 독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부끄러움과 찔림을 빗겨가기는 어렵다.

권정생 선생님은 약한 것 같지만 사실 강한 분이셨음도 알 수 있다. 구구절절 옳은 말씀으로 내 몫 이상의 것을 누리는 것도 죄악이라고 느껴진다. 그래서 부끄러움도 들지만 따뜻한 미소를 짓는 순수하고 순박한 권정생님을 발견하는 것도 즐겁다.

 '우리들의 하느님' 46쪽에 있는 이야기다.^^

   
 

가끔 가다가 아이들이 묻는다.

"집사님, 밤에 혼자서 무섭지 않나요?"

그러면 나는 시치미를 뚝 떼고 대답한다.

"무섭지 않다. 혼자가 아니고 내가 가운데 누우면 오른쪽엔 하느님이 눕고 왼쪽엔 예수님이 누워서 꼭 붙어서 잔단다."

아이들은 눈이 땡그랗게 되어 다시 묻는다.

"진짜예요?"

"그럼, 진짜지."

"그럼 자고 나서 하느님하고 예수님은 어디로 가요?"

"하느님은 콩 팔러 가시고, 예수님은 산으로 들로 다녀오신단다."

이쯤 되면 아이들은 갈피를 못 잡고 더 이상 질문도 못 한다. 외롭다고 쩨쩨하게 밖으로 푯대내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혼자서 꾹꾹 숨겨놓고 태연스레 살 뿐이다. 하느님이 계속 침묵하시듯 우리도 입 다물고 견디는 것뿐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rm 2008-09-25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끔하군요;; 이 책도 꼭 읽어보고 싶어요. ^^

순오기 2008-09-25 21:05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어요. 서재 방문했더니 리뷰를 많이 올렸더군요.^^
요즘 리뷰는 못쓰고 줄창 페이퍼만 씁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