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와 황소 민들레 그림책 7
이억배 그림, 현동염 글 / 길벗어린이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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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의 털을 하나씩 그렸을 이억배님의 그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림이 아니었으면 이 책은 독자들의 눈에 띄기 어려웠을 듯하다. 그림의 섬세함이 사진을 보는 듯하고 실사를 옮겨 놓은 것 같다. '세상에서 제일 힘 센 수탉'에서도 그렇듯 터럭 하나하나를 그려 넣은 정성이 절로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우리 화가들의 멋진 그림으로 수장될 뻔한 동화를 살려낸 이런 책은 상을 줘야 한다.



음, 황소의 표정을 살피며 황소의 생각을 헤아려 보는 것도 책읽기의 재미를 더한다. 이 책엔 황소뿐 아니라 병아리와 파리, 모기가 등장하는데, 세밀하게 그려져 파리 다리의 털조차도 셀 수 있다. 호박이나 댑싸리도 한 잎 한 잎 정성이 깃들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억배 그림의 특징이 한눈에 쏙 들어 온다. 우리네 시골 풍경을 자극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색감으로 평화로운 모습을 그려냈다. 내용은 살벌(?)하지만~ ^^



잘난체하는 모기가, 우직한 황소를 깔보고 겁없이 덤볐다가 목숨을 잃으니 인과응보고 사필귀정이라 해야 할까? 황소 등에 올라 피를 빨아 먹다가 혼쭐이 난 파리의 충고를 듣지 않았으니,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혼자만 잘난 체하는 그 누구와 꼭 닮았으니, 쌤통이다~~ㅎㅎㅎ

이 책은 방정환 선생님의 수제자인 현동염의 동화다.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우리말이 많아서 아이들이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낱말도 간간이 나온다. 그래서 사라져가는 우리말을 되살려내는 장점도 있지만, 어린이들이 쉽게 알아 들을 수 없다고 불평을 토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가 되새김질 하듯이 자꾸 자꾸 읽어보면 뜻을 알고 그 낱말을 글쓰기에 적용하는 아이들도 있다. 모르는 낱말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쓸 수 있다면, 이 책은 동화로서의 기능 외에도 우리말을 새겨주는 선생님 역할도 한다. 그래서 유치원기 아이들보다는 초등 저학년에 적합할 책이다. 고학년들도 재미있다고 낄낄거리며 읽었다.

내용이야 어려울 것 없지만, 사람 사는 세상과 다를바 없는 동물들 사이에도 염치와 겸손, 혹은 열심히 일해야지 남에게 해를 끼치면 안된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상당히 교훈적이지만 동화로서의 재미와 반전이 부족하지 않은 수작이다. 이제 모기가 극성을 부릴 여름이 다가온다. 모기에게 시달리기 전에 '황소와 모기'를 읽고 대비책을 세워보는 것도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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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6-09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억배님 그림 너무 좋아요!!! 저 황소 털을 보니 한국의 앤서니 브라운이라고 해주고 싶어요^^ㅋ

순오기 2008-06-09 18:33   좋아요 0 | URL
그래도 이억배님이 앤서니 브라운보다 한 수 위라고 막 소리쳐요!ㅎㅎㅎ
솔이의 추석이야기, 손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세상에서 제일 힘 센 수탉, 반쪽이, 황소와 모기...음, 또 뭐가 있나? 하여간 다 좋아요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