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 엔젤 엔젤 메타포 5
나시키 가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메타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메타포의 다섯번째로 130쪽의 짧은 분량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엔젤을 세번이나 쓴 제목에서도 읽히듯이 그 중의적 키워드를 찾는 독서로, 두 사람의 화자가 풀어내는 교차진술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서체가 달라서 화자가 다른 건 금방 알수 있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아채기는 쉽지 않았다. 고등학생인 손녀 고짱과 할머니 사와짱의 여학교 시절을 현재 시점으로 풀어내서 그런 듯하다.

엔젤은 표지에서 보이는 열대어 '엔젤'과 엄마의 자랑스런 범생이 딸 '고짱', 또 치매에 걸린 할머니 사와짱을 의미한다. 열대어 엔젤이 약자인 물고기를 공격하는 악마성과, 착하고 모범인 고짱의 정서불안의 원인찾기, 할머니 사와짱의 잃어버린 학창시절 '엔젤' 찾기로 볼 수 있다. 열대어가 있는 수족관과 받침대로 쓰인 책상, 그 서랍에 있던 나무로 만든 천사 조각상이 관계의 실마리를 푸는 열쇠다.

고짱은 여고생으로 하루에 서른 잔의 커피를 마시는 중독이다. 커피를 안 마시면 공격성과 절망감, 지나친 자기혐오에 빠져 구원을 생각했고 신을 찾게 되었다. 그러다 정서불안의 원인이 지나친 카페인 섭취라고 인식돼 커피를 끊고 열대어를 기른다. 두 마리의 엔젤피시와 열마리의 네온테트라가 있는 수족관은 바로 고짱이 창조한 세계다.

할머니 사와짱은 여학생때 친해지고 싶었던 야마모토 고코와 좋아했던 미도리카와 선생님이 입양자매라는 사실을 알고, 배신감에 심술을 부린다. 또한 집에서 일을 봐주던 친자매 같던 쓰네에게도 질투한다. 질투와 배신감에 심술도 부리고 악마같은 저주를 걸기도 했던 과거의 기억속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치매에 걸렸어도 유독 과거의 그 일을 용서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읽힌다.

고짱의 수족관에서 벌어지는 엔젤의 악마성과 소심했던 소녀 사와짱의 과거를 같은 현재로 얘기하므로 복잡하지만 소설적 구성과 긴장감은 좋다. 또한 손녀 고짱과 할머니 친구 고쿄를 고짱이란 같은 이름으로 불러 좀 혼돈스럽다. 그래도 할머니 사와짱이 밤마다 학창시절로 돌아가 손녀 고짱과 친구나 자매처럼 소통하며 두 사람의 내면세계, 진정한 엔젤 찾기가 진행된다.

엔젤을 진정한 천사로 만들기 위해, 혹은 천사를 돋보이기 위해 악마의 존재가 필요했다. 스스로 창조한 세계에 천사와 악마를 같이 두신 신의 뜻을 발견하기까지, 천사가 될 수 없었던 인간의 악마성은 스스로 상처를 입히며 괴로움 당한다. 신의 용서를 받고 마음의 평화를 얻은 사와짱은 영원한 안식을 찾아가고, 여학생 고짱은 수족관을 통한 할머니와의 소통으로 내면의 자기를 찾는다.  

단시간에 읽을 수 있지만, 마치 마음속의 악마성을 들킨 듯한 느낌이라 리뷰 쓰기가 어려웠다. 나도 중고등시절에 별것도 아닌 일로 말하지 않고 끝낸 친구가 있어, 솔직한 내면을 들여다 보는 독서는 겁나고 부끄럽다. 짧지만 무거운 주제를 중의적 구성으로 풀어 내 학창시절을 되돌아 보고, 빛나는 10대를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내면을 짚어보는 엄마로서의 위치를 확인해 준 독서였다.

*전문 번역 기획실이라는 '햇살과 나무꾼'의 번역인데, 흔히 쓰지 않는 우리말을 찾아 쓴 노력은 돋보였지만, 간혹 부사의 쓰임이 어색한 곳과 '시'라는 존칭어를 한 문장에 두번이나 쓴 것은 좀 아쉬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뽀송이 2008-05-06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아직 다 못 읽었지만, 흔치않은 표현에 잠시 멈칫했어요.^^;;
요즘 통 책이 읽히지않아 괴로워요.ㅡㅜ
님~ 잘 지내고 계시죠?

순오기 2008-05-06 16:15   좋아요 0 | URL
책이 온날 곧바로 읽었는데~ 서평 쓰기가 거시기 해서 엊그제 다시 읽었어요.
다행히 얇은 책이라 두번 읽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