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어, 목을 비트는 아이 메타포 3
제리 스피넬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메타포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제리 스피넬리'는 '문제아'의 주인공이었던 '징코프'와 같이 각인된 작가다. 뉴베리 아너상을 받았다는 '링어(목을 비트는 아이)'메타포의 세번째 책을 만나는 즐거움에 몰입했고, 역시 손에서 놓지 않은 나를 배반하지 않았다. 모두가 '예'할 때 '아니오'라고 외친 소년 '파머'에게 박수를 보내며, 희망적인 마무리에 안도의 숨을 쉬었다.^^

링어라니? 누구의 목을 비튼단 말야~ 섬뜩한 궁금증으로 책을 펼치니 'Wring은 (새의 목 따위를) 비틀다'라는 뜻으로 Wringer(링어)는  '비트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다고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소설은 믿지 못할 웨이머의 일을 설명하며 시작한다. 웨이머에서 일주일간 벌어지는 가족축제 절정인 '비둘기의 날'에 5천마리의 비둘기를 한마리씩 날리며 사격수들이 총을 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면 명사수 트로피를  받는다. 대부분의 비둘기는 총에 맞아 떨어지고, 죽지 않은 새들은 '링어' 소년들이 목을 비틀어 쓰레기봉지에 넣는다. 이 새들은 비료용으로 팔려나가고, 대회 수익금은 이 지역 공원 관리에 쓰인다고.

이 얼마나 잔인한 짓인가? 하지만 마을의 전통축제로 내려온 이 일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어른들은 명사수가 되려고 사격연습장에 들락거리고, 소년들은 10살이 되면 이 끔찍한 '링어'가 되기를 꿈꾼다. 우리의 주인공 '파머'도 빈즈, 머토, 헨리와 한 패거리가 되어 '스너츠(코딱지)라는 별명을 얻고 불량스런 유년기를 지낸다. 친하게 지내던 도로시를 괴롭히는 일에도 동참하며......

하지만, 파머는 네 살이던 첫번째 '비둘기 날'에 마주친 오렌지색 단추같은 비둘기 눈을 잊지 못한다. '링어'가 괴로워하는 비둘기를 건져주는 거라면 왜 애초에 총을 쏘아 괴로움을 줄까? 총에 맞아 찌울어진 비둘기를 왜 그냥 날려 보내지 않을까? 비둘기를 죽이는 것과 비둘기를 괴로움에서 구해주는 게 결코 같은 의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 과자를 주지 않고 총을 쏘는가 이해할 수 없었다.

그해 겨울, 창문을 똑똑 두드리며 나타난 비둘기 한 마리. 해마다 5천마리나 되는 비둘기를 죽이는 이 마을에 겁도 없이 나타나다니... 파머는 긴장하지만 그 비둘기를 집안으로 들여 '니퍼'라 이름 붙이고 친구가 된다. 가족과 패거리에 들키지 않으려고 평소같이 행동해야 된다는 주문을 걸며 긴장감 속에 지낸다. 비둘기 니퍼와 소통하며 생명에 애정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인데, 마치 죄라도 되는 양 감추고 지내야 했다.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덕분에, 나도 파머와 같은 긴장으로 책을 내려 놓을수 없었다.

패거리들한테, "내 이름은 스너츠가 아니고 파머야, 절대 링어가 되지 않을거야!"라고 외친 파머의 용기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아~ 위기가 몰려오는 순간에 내 눈물샘을 자극한 엄마의 고백, "네가 비둘기를 기르는 걸 알고 있단다." 엄마의 품에 안겨 흐느끼며 얼마나 외로웠는지, 부모님의 도움이 얼마나 필요했는지 갑자기 때닫는다. "옷장 속에 있던 네 시리얼 박스가 비어갈 때마다 새 허니 크런치가 마술처럼 나타난다는 걸 몰랐니?"(238) 아~ 요런게 바로 부모의 사랑이다. 엄마인 나는, 여기서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다.ㅠㅠ

축제의 마지막 '비둘기의 날' 공원에 간 파머는, 도로시가 바닷가가 아닌 도시의 조차장에 니퍼를 놓아주었다는 말을 듣는다. 아~ 조차장에서 비둘기를 잡아오는데, 그렇다면 니퍼가 잡혀 저 상자속에 들어있다는 것 아닌가? 그때 총에 맞지 않고 계속 하늘을 맴도는 니퍼를 발견한 파머는 탁 트인 경기장으로 나가고, 달려들어 니퍼를 나꿔챈 빈즈는 비둘기를 쏘라고 외친다. 파머는 니퍼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날리고 꽝~ 총성을 기다렸지만 울리지 않는다. 오직 고요함 뿐...... 끝까지 니퍼나 파머가 잘못되는 것 아닐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역시 제리 스피넬리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었다.

3년만 있으면 링어가 된다고 좋아하던 꼬마가, "나도 비둘기 한 마리 가져도 돼요, 아빠?"라고 묻는다. 바로 이 꼬마의 말에 작가는 희망을 담은 것 아닐까? 링어를 꿈꾸던 소년이 비둘기 한마리 갖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바로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그래서 아무도 거부하지 않던 전통축제의 살생을, 파머처럼 '아니오' 할 수 있는 용기를 넣어 줄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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