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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철학의 풍경들
진동선 글.사진 / 문예중앙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미의 진리와 사진의 근원은 바로 존재와 시간 속에서 찾았다. 위 그림은 고흐의 <구두 한 켤레>인데 이 낡고 주름이 가득한 누군가 벗어 놓은 구두 속에 한 사람의 존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결코 아름답거나 특별하다거나 누군가를 압도할만한 대상이 아닌, 이 흔한 농부의 구두를 그린 고흐의 마음처럼 사진을 하는 모든 작가들에게서도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꾸밈없는 진정한 삶의 모습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고자 걷고 또 걷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철학에 대해 여느 사람보다는 관심이 높은 편인 나에게도 '사진철학의 풍경들'이란 책 제목은 쉽게 가늠하기 어려웠다. 사진철학이라... 사진은 그냥 사물을 찍어 기록으로 남기는 것 정도인데 여기에 무슨 심오한 철학을 논할 여지가 있을까해서이다. 

 

그런데 그런 편견은 미국의 유명한 사직작가 스티글리츠가 찍은 이 변기 사진 한 장으로 완전히 깨져버리고 말았다. <뒤샹의 샘>이란 제목의 이 사진은 일상생활에서 감추기에 급급했던 화장실용 변기공장 앞을 지나던 뒤샹이 이 변기를 뉴욕 아모리쇼에 작품으로 출품을 한 것으로 비롯된다. 

모두들 한결같이 따갑고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가운데 오직 스티글리츠 한 사람만이 뒤샹과 같은 감동을 얻게 되어 이 사진을 남기게 된 것이다. 생각의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만약 매일 대하는 변기를 이런 사진으로 대하지 못한 채 지금껏 세월이 흘렀다면 과연 생각의 전환이란 것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사진은 인물중심으로 배경을 깔고 어느 날 어느 시에 어디를 방문했다는 정도의 기록으로 남기는 수준이지만 이 책에 실린 여러 장의 사진들은 흔히 볼 수 없었던 것임은 물론, 사진작가가 오브제를 대하는 시선이 어떠한 것인지를 사진에 남기려고 피 눈물나게 노력하는 것을 알려주었다. 

 

 

 

 

 

 

존재의 표현을 넘어 사상의 표현까지 그냥 지나친다면 결코 그 진가를 알 수 없는 사진에 담긴 고뇌와 아름다움, 그리고 외로움까지를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었다. 사람의 뒷 모습만을 찍는 다는 사진작가의 말처럼 앞 모습은 얼마든지 꾸밀 수 있어 진정한 모습이 아니지만 그 사람의 뒷 모습은 앞 모습과 대조적으로 꾸미지 않은 진정한 그의 내면을 담고 있다는 것이 사진철학을 통해 새롭게 배운 것이다. 

 

 

  

일단 사진이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창조예술이며 사유의 예술이라는 선까지 확장시켜준 이 책을 통해서 단조롭던 사진에 대한 나의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의미를 부여하기위해 과대포장을 한 것이 아니라 진실로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닫혀있던 사진 속 오브제에 담긴 의미와 느낌을 알게 되어 기쁨과 남모를 행복감이 물결처럼 차고 또 차서 넘쳤다.   

사진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채 그저 사진 속 오브제가 신선한 것인지에만 관심을 갖었던 나에게 이 책은 사진을 통해 세상을, 사람을 , 내면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신나고 가치 있는 일인지를 가르쳐주어 전에는 몰랐던, 더 큰 세상으로 나가는 문을 또 하나 내 준 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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